얼마 전 연봉 인상이 있었다. 호황기에는 10% 가까이 오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물가상승률만큼만 반영되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연봉이 올랐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머릿속 계산기가 바쁘게 돌아갔다. ‘이만큼 오르면 월급이 얼마나 늘어날까’, ‘저축은 좀 더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실제로 월급을 받아보면 예상과는 달랐다. 급여명세서를 천천히 살펴봤지만, 남는 건 한숨이었다. 세금 때문이었다. 세금을 떼고 남은 실수령액은, 연봉 인상의 기쁨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감사와 씁쓸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노력의 대가를 얻었다는 뿌듯함은 있었지만, 더 가져가겠다는 나라의 의지도 분명했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년간 근로소득세는 연평균 10% 증가했다고 한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 신고자는 연평균 2.5% 증가에 그쳤다고 하니, 결국 세금이 직장인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더 벌어서 더 냈다기보다, 그저 매년 조금씩 오른 급여에 비례해 ‘숨은 세금’이 점점 커진 결과였다.
과표 기준은 무려 17년째 그대로였다. 물가도, 임금도 다 오르는데 세금 기준만 과거에 멈춰 있었다. 급여가 조금만 올라 과세 구간을 넘으면 갑자기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구조 속에서, ‘성실히 일했더니 더 많이 떼이네’라는 기분이 드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대선 주자들이 앞다투어 감세 공약을 내걸고 있다. 기본공제를 두 배로 올리겠다, 물가에 따라 세율 기준을 조정하겠다는 약속이 줄을 잇는다. 모든 공약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직장인으로서는 그런 움직임만으로도 조금의 위로가 된다. 우리도 누군가의 정책 대상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우리의 고단한 하루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설령 거짓일지라도 말이다.)
“많이 벌면 많이 내야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준 없이, 불균형하게 많이 내는 건 다른 문제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성장은 오히려 세금 폭탄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그럴수록 일할 의욕이 꺾이고, 보람보다는 부담이 앞선다.
노동의 대가가 징벌이 아닌 보상이 되길 바란다. 한 달의 노력이 억울함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모든 공약이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인의 숨소리를 누군가는 귀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직장인은 봉이 아니다.
단지, 언제든 벼랑 끝에 설 수 있는, 잠재적 실직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