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태평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요즘 내 삶에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얼굴은 회사 동료들이다. 그리고 또 한 곳. 회사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탁구장이다.
퇴근 후 일주일에 서너 번, 라켓을 손에 쥐고 습관처럼 그곳으로 향한다.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비슷한 나이대가 모이는 저녁 시간. 그곳에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우리’라는 무리가 있다. 그중 한 명,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 있다. 단정한 머리와 훤칠한 키, 초록색 안경테에서 느껴지는 감각. 말씨는 부드럽고, 말끝마다 배려가 스며 있다. 겉모습만큼 속도 단단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얼마 전 그는 작은 카페를 열었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정말로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부러웠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사는 삶이라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며칠 전, 레슨 중이던 내게 그 형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표정이 어딘가 일그러져 있었다. “삶의 낙이 없어. 무슨 재미에 살아야 돼?” 나는 당황했다. 늘 유쾌하던 사람이었기에 더 낯설게 느껴졌다.
‘이 형이 왜 이러지?’ ‘자기가 원하는 일 하면서 잘 살고 있잖아.’ 나는 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삶의 낙이라... 지금이 낙이죠. 탁구! 재밌잖아요.”
그 순간을 가볍게 넘겼지만, 그 말은 며칠간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삶의 낙. 그건 과연 무엇일까. 누군가는 가족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돈, 또 다른 누군가는 여행이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지는 같다. 행복. 지금을 살아가는 방식도, 환경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모두가 행복해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위해 우리는 무엇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할까?
바로 내 마음이다. 남들이 세운 기준을 좇기만 해서는 결코 진짜 행복에 닿을 수 없다. 설령 나중에 내 마음이 바뀐다 해도 괜찮다. 그때는 변한 마음에 다시 충실하면 된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지금 내 마음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만 좇아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으니까요.
설령 나중에 마음이 변하더라도, 그땐 그 변한 마음에 또 충실하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그래서 나는 그 형에게 이 책을 건넸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라는, 마음을 향한 책 한 권. 책을 받으며 미소 짓던 그의 모습을 보며 문득, 내가 삶의 낙을 느끼고 있음을 깨달았다.
탁구공이 가볍게 튀어 오르고, 내 마음도 그렇게 튀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