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늘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고요 속의 온기

by 오월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나는 그 빛의 조용함에 놀란다.

세상을 비추는 힘을 가졌으면서도,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묵묵히,

닿는 곳마다 따뜻하게 머무를 뿐이다.


빛은 참 이상하다.

그토록 강한데, 그렇게도 부드럽다.

그토록 멀리까지 닿는데,

한 점의 존재를 억누르지 않는다.

세상을 환하게 만드는 일조차

소리 없이 해내는 존재.


나는 그런 빛을 보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진짜 영향력은,

빛처럼 조용히 머무는 데서 오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큰 목소리로 세상을 바꾸려 하고,

어떤 사람은 그저 곁에 머물러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나는 후자의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그들은 자신이 빛이라는 걸 굳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비추고,

그 빛 아래에서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른다.


하루를 돌아보면,

늘 누군가의 빛 덕분에 버텨온 시간들이 있다.

지쳐 있을 때 건네던 짧은 안부,

묵묵히 곁을 지켜준 존재,

아무 말 없이 건넨 커피 한 잔.

그 사소한 빛들이 내 삶을 밝히고 있었다.


빛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

조용한 관심과 다정함의 다른 이름이다.

그건 늘 가까이에 있었지만,

내가 너무 바빠서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한동안 ‘빛’이란 단어를 거창하게 생각했다.

세상을 환히 밝히는 거대한 힘,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찬란함.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진짜 빛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건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마음을

살짝 덮어주는 작은 온기였다.


그 작은 빛은 ‘조용히 머무는 법’을 알고 있다.

찾아와 달라고 하지 않아도 다가오고,

눈부시게 드러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진다.

그건 늘 우리의 곁에서

“괜찮아, 너는 잘 하고 있어”라고 말없이 말해준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 자신이 빛을 받아야 할 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받는 것과 주는 것은 다르지 않다.

빛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흐른다.

그냥 ‘머문다’.


나는 가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하루에 조용히 스며드는 빛.

그 사람의 어둠을 단번에 없애진 못하더라도,

그가 다시 걸어갈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따뜻함이 되는 사람.


빛은 늘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우리는 그걸 잊고 살아간다.

눈부신 것만 빛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빛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

그건 존재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존재를 받아주는 일이다.


내가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게 바로 ‘빛처럼 머무는 삶’일 것이다.


저녁 무렵,

햇살이 서서히 사라지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나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오늘 하루 동안 나는 어떤 빛이었을까.’

누군가를 밝히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다만 누군가의 어둠 속에서

조용히 머물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세상을 밝히는 건

언제나 거대한 불빛이 아니다.

조용히, 오래, 따뜻하게 머무는 마음들이다.

그리고 그 마음들이 모여

다시 아침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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