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빠른 94년생의 이야기 ②
※ 인터뷰를 토대로 쓴 글입니다.
강도담(가명)씨는 얼마 전 오랜 시간의 학업을 끝마쳤다. 자기는 말이 좋아 학업이지 그냥 대입(대학교 입학 준비)이라 해달란다. 햇수로는 5년, 그의 의견을 받들어 고등학교 3년을 합치자면 8년이겠다. 그는 재수, 삼수에 실패했고, 2015년엔 편입을 목표로 동국대 전산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3년 후인 올해 2월,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에 편입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끝났다. 그는 이 8년의 시간을 지옥 같은 보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 아버지처럼 살지 않는 것............................................................................. 2
언제부터라고 딱 짚어 말하기 힘들지만, 강도담 씨의 목표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강도담 씨의 부모님 간의 다툼은 해파가 끊이질 않듯 잦았다. 그의 아버지가 주변에 빌려준 돈만 해도 3억이 넘었다. 큰돈을 빌려줄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던 집안 사정도 불만이었지만, 강도담 씨는 주변에 하는 것만큼 자신과 어머니를 챙기지 않았던 아버지의 모습에 큰 실망을 했다.
그래서인지 강도담 씨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든지 “후일 자신의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다” 따위의 말들을 평소에도 종종하곤 했었다.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는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태도'로 이어졌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되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자 했다. 전산원에 들어가기 위해 1년간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하기도 했고, 공부를 할 때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병행했다. 다만 그러한 강도담 씨의 태도는 그로 하여금 조금의 성과에는 만족하지 못하도록 한 점도 있었다. 그것이 긴 학업의 한 원인이었다.
그의 태도는 그가 한 말에서 잘 드러난다.
“나를 틀에 끼우려고 하는 생각을 하고 싶지도 않았을뿐더러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가 말하는 틀이 무엇인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말하는 틀이란 “적어도 언제까지는 대학 입학”, “군대는 되도록 빨리”, 그리고 “결혼은 20대 후반, 30대 초반” 같은 우리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고정된 것들을 의미했다. 그의 부연설명은 그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그동안 살아왔는가를 짐작케 해주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이는 강도담 씨가 긴 시간 동안 대학입시에 열중할 수 있었던 계기이자 원동력이었다.
# 삼분의 일의 우매함................................................................................. 3
그는 올해 고려대학교에 편입함으로써 8년간의 대학입시를 끝냈다. 돌이켜보면 8년이란 시간은 그의 24년 인생의 3분의 1이다. 편입이란 그에게 큰 사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변했다. 약간의 허탈감과 함께.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하는 것도 좋겠다.
편입 합격 통보를 받고, 그가 가장 먼저 전화한 사람은 놀랍게도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였다. 그 이유에 대해선 그도 명확하게 알 수 없다고 했지만, “당신과 다르게, 그리고 당신의 도움 없이도 나는 잘 해내가고 있다”라는 일종의 우월적 자신감 따위를 상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의도와는 달랐다. 처음엔 아버지의 목소리가 낯설었고 어려웠으며 불편했다. 그동안 전화를 해본 적 자체가 없기 때문이겠다. 생각 속의 아버지 목소리가 아니었다. 강도담 씨는 중후했으며 쇳소리가 섞여있었던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나이 든 아버지를 새삼 느꼈다. 무엇보다 그를 당황케 한 것은 울먹이는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 울먹이며 축하를 전하는 아버지의 말은 듣지 못했다. 통화 내내 그는 당황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도담 씨는 이제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이, 그리고 틀을 벗어나고자 애써 노력하는 것이 마냥 맞는 것이 아님을 알 것도 같다했다. 그는 그저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인생의 삼분의 일'이 우매한 부분도 있었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 우매함의 크기는 그가 과거를 되돌아보지 않을 만큼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그가 어리석었음을 느끼고 돌아간 곳은 아버지다. 아직도 아버지와 진지한 대화를 해본 적이 없고, 부자간에 술 한 잔을 한 적 없지만, 아버지와 조금씩 사소한 말의 오고 감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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