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는 여름! 오송동네소년단 목포 여름전지훈련 후기
얼마 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서 대상을 받은 어느 여고생의 시 제목처럼, '폭발하는 여름' 한복판에 <동네소년단>은 오랜만에 SRT 호남선의 종착역 전라남도 목포로 여름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콘셉트는 ‘우보천리’(牛步千里:소의 걸음으로 천 리를 간다는 뜻). 34도의 무더위와 습기에 갇힌 목포의 도심을 천천히 걷고 뛰면서 바로 그 '목포'의 깊은 멋과 맛을 느끼며 온전히 하루를 보냈다. 16살 중학교 2학년 제주도 수학여행 때 페리를 타기 위해 잠시 들러 유달산을 살짝 찍고 온 게 내가 아는 목포의 전부였다. 사실상 인생 첫 목포다.
혹자는 "놀러 간 거 아니야?" 하실지 모르지만, 정말 '전지훈련' 맞다. 진정성 100%의 땀이 뚝뚝 떨어지도록 훈련 일정을 잡았고 충실히 따랐다. 다만, 운동할 때는 잘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동네소년들은 정말 잘 먹고 또 잘 먹었다. 뒤에 나올 전지훈련 이야기에 먹방이 대부분인 것은 (믿고나 말거나) 이 때문이다.
전지훈련은 오송에서 출발하는 첫 기차를 타고 목포로 출발해, 막차를 타고 다시 돌아오는 1박 2일 같은 꽉 찬 원데이 훈련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4명의 ‘동네소년단’ 운친(운동친구)님들이 함께 했다. 표정만으로도 씬 스틸러가 되는 이한우 운친님. 카페인 충전과 소년미 장착 박정호 운친님, 시원한 근육미가 싱그러운 기차소년 강희철 운친님, 그리고 이번 전지훈련 막내이면서 기록 담당 필자이다.
오송역에서 새벽 5시 44분 SRT를 타고 약 1시간 45분을 달려 목포역에 도착했다. 역 건물 밖으로 나오면 바로 정면에 목포MBC 사옥이 사진 속처럼 눈에 확 들어온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MBC 마스코트 '엠빅'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목포의 첫맛을 향해 발길을 서둘렀다.
하루 종일 걷고, 뛰고, 오르고, 내리고 했다. 물론 그 사이를 맛집들로 빼곡히 채워나갔다. 얼마나 걷고 땀 흘렸을지 아마도 독자 여러분께선 가늠이 안 가실 테지만 굳이 궁금해하지 않으실 듯하여 자세한 설명은 생략...
목포역을 등지고 왼쪽으로 돌아 길을 건너면 바로 빨간색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은지네 해장국'.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오가피 육수로 맛을 낸 뼈해장국은 기교를 최소화하고, 전라도 상차림의 기본 반찬들로 조찬 반주를 부르기에 충분했다. 핑계가 절대 아니고 식전 댓바람부터 쏘맥을 부른 범인은 바로 이 녀석이 분명하다. 오늘 목포에서 흘릴 한 바가지 땀을 생각하면 주酒분(아차! 수水분) 보충을 충분히 해야 했다. 나오면서 주인아주머니께 "은지는 누구예요?" 물었더니, 주인아주머니의 28살 조카 이름이란다. 조카 이름을 상호로 사용하신 걸 보면... 음~ 굳이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아침 해장국을 먹고, 유달산 둘레길로 가는 길목에 목포의 명물 '코롬방제과점'이 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이미 매장은 손님 맞을 준비가 끝난 듯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이미 고소한 빵냄새에 포위된 상태라 정신 못 차리고 디저트를 흡입하고 간단히 정비한 후에 소년단은 유달산 오르막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목포 유달산에 왔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었다. 아침부터 한낮의 무더위를 예상케 하는 더운 공기가 호흡기로 훅 들어오는 상태에서 바로 정상으로 향하는 대신 유달산의 둘레길을 걷기로 했고 참 잘한 선택이었다.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유달산의 정취와 바다를 접한 목포의 풍경을 즐기기에 훌륭한 코스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목포를 찾은 독자들께 추천하고 싶은 코스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식수원을 확보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달산 둘레길을 걷다 보면 마치 성벽 위를 걷는 듯한 짧은 구간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개항기 목포의 식수원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제2수원지이다. 선물처럼 시원한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연꽃 연못이 일품이다. 그리 크지 않은 유달산이 이 정도 규모의 폭포를 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질도 깨끗해 물고기들도 많아 보였다.
유달산 낙조대는 석양이 일품이겠지? 못 봐서 아쉽다. 저 멀리 해상 케이블카가 목포의 하늘을 걸어보고 싶게 만든다. 발전하는 목포의 랜드스케이프는 다양한 내용의 레이어를 보여주고 있다.
미리 목포 맛집 목록에 넣어 놓고 찾아간 곳이다. '목포라면 홍어라면'. 인상 좋은 여사장님과 대화 중에 MBC와의 인연을 말씀해 주셔서 놀라웠다. 지금은 퇴직하신 목포MBC 87사번 김수원 선배님의 부인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이다. 식감이 살아 있는 4년 된 묵은지를 곁들여 먹는 '홍어라면'은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홍어 한 접시를 먹으며 코가 뻥 뚫리며 "후아~", 뜨거운 라면 국물과 만난 홍어가 또 "후아~", 마지막엔 뜨거운 기름을 만나 더 향이 진해진 홍어튀김으로 대망의 코 뻥 "후아~~~"가 절정에 이른다.
목포 생막걸리를 찾았다. 목포의 오리지널이었던 지금은 사라진 삼학소주와 삼학사이다의 부활이 논의되고 있단다. 무엇이든 없애기는 쉬워도 만들기는 어렵다. 인천 개항로의 맥주가 부활했듯, 삼학소주와 삼학사이다의 맛을 꼭 다시 맛보고 싶어졌다.
언론홍보연구소가 지난 2015년 광주전남기자협회 등과 함께 '광주전남언론사 연구'를 펴냈다. 일제강점 이전 구한말인 1899년 일본인이 발행한 '목포신보'를 시작으로 신문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찾은 '호텔목화 베이커리카페'는 이 '목포신보' 건물을 리모델링해 자리 잡고 있다. 인근의 근대문화유산들과 잘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선보이고 있다. 조금 전에 들렀던 '목포라면 홍어라면'의 자매 매장이라고 들었다. 호텔도 함께 운영 중이란다. 홍어라면으로 얼얼한 입 안을 시원한 음료로 달래고, 텀블러에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목포의 골목길로 나섰다.
목포의 랜드스케이프에서 '산정동 구성당'의 존재감은 월등하다. 목포여자고등학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돌며 오르막 골목길을 10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하는 산정동 구성당은 신성한 분위기로 동네소년들을 포근하게 압도한다. 많이 걷고, 많이 땀 흘리고, 많이 먹은 우리는 이곳에서 한참을 목포를 내려다보며 쉴 수 있었다.
"툭, 툭, 후드득" 갑작스레 굵은 빗줄기가 더운 공기를 진정시킨다. 이때다 싶어 다시 길을 나섰다.
이른 아침이어서 인사를 못 드렸던 목포MBC 선배님들을 만나러 잠시 들렀다. 김순규 사장님의 편안한 환대가 즐거웠고, 함께 "둘, 셋!" 점프샷도 무사히 촬영했다. ㅎㅎㅎ
목포MBC 김순규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청자식당'은 예약이 안 돼서, 두 번째 추천으로 찾았던 이상하게 먹을 게 많았던 맛집이다. 횟집 같은 고깃집, 풍년불고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육, 해, 공 식재료를 한 상에서 만날 수 있는 요상한 맛집이다. 다음엔 미리 예약하고 목포 현지인 맛집 '청자횟집'에 꼭 가봐야겠다.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또 민어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민어 맛집이지만 현지인도 즐겨 찾는 식당이다. 박정호 운친님은 아내를 위해 민어를 포장했는데, 나중에 따뜻한 칭찬을 받았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제3의 위까지 가득 채우고 왔지만, 민어는 왜 그리 맛있는지, 품절이라 못 먹은 탕탕이는 왜 그리 아쉬움이 남던지. 흡족함과 아쉬움을 안주 삼아 맥주 몇 잔을 들이켜니, 어느덧 목포의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이어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여행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시간은 내게 평화로운 몰입의 즐거움을 준다. 오랜만에 다시 글 쓰는 즐거움을 떠올렸다. 4, 5년 전에 매주 한 편의 글을 써보겠다고 '주말작가' 필명으로 1년 동안 50편 정도의 글을 써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동네소년'으로 필명을 바꿨다. 이번 목포전지훈련도 이 글을 쓰기 위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우연히 건강한 인생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네소년단'을 운명적으로 만났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앞으로 함께 더 많은 길을 '동네소년단 전지훈련'으로 다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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