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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 5박 6일, 오직 '괴물'❶

Part 1 : 지금 여기가 맨 앞

by 동네소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관(世界觀)이 아니고 세계감(世界感)이다. 세계와 나를 온전하게 느끼는 감정의 회복이 긴급한 과제다. 우리는 하나의 관점(觀點)이기 이전에 무수한 감점(感點)이다.(이문재 2014년 봄)


이문재 시인을 알아버렸다. 이렇게 취향에 딱 맞는 시인을 만날거나곤 생각조차 못했다. 여행의 동반자로 시집을 들고 오리라고도 생각 못했다. <지금 여기가 맨 앞>




어쩌다 2,3년에 한 번은 일본 중소도시를 찾고 있다. 오부세, 도야마, 가나자와, 이번엔 스와시. 모두 나가노현 안에 있는가 보다. 한 일주일 일본 시골에 틀어박혀 유유자적하는 걸 상상만 하더니 결국엔 와버렸다.


한 때 오일머니로 호황을 누리다가 지금은 쇠락한 텍사스의 어느 시골마을 같은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듯 아니다.

난생처음 발을 들인 스와(SUWA)의 햇볕은 찰지고 바람은 윤택했다. 일본의 한가운데, 그 나가노현의 한가운데 위치한 스와(SUWA)시는 3월의 날망에서 하늘을 호수에 품고 수상하게 웅크리고 있었다. JR선 특급을 타고 2시간 남짓 걸려 금요일 퇴근 시간 오후 6시 9분에 도착한 우리는 생경한 스산함 같은 걸 느꼈다. 이곳은 아직도 산 머리에 백설을 이고 있다.


스와시 가미스와역을 나와 15분 거리 숙소로 향하던 해 질 녘. 까마귀가 공포영화에서처럼 고함을 치며 하늘을 지배하려 들 때였다. 찰나의 순간 흠칫 놀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감정을 많이 쓴 날이면 양치질을 공들여했다. 어떨 땐 두 번 연거푸 했다. 그러면 금세 텁텁했던 입꼬리가 슬며시 꼬리를 올리곤 했다. 여행은 내게 양치질과 같다.



다테시나산과 아카다케산, 하치모리 산 뿐일까. 일본의 동서남북 알프스라고 불리는 산들로 둘러싸여 종지 같이 오목하게 하늘이 고인 곳이 스와시다. 이곳은 도쿄보다 8도 정도 기온이 낮다. 봄바람 들어 집을 나선 여행객이 훔칫 놀라 반발짝 물러서게 하는 묘한 경계심과 본성 같은 걸 느끼게 하는 곳. 고레다 히로카즈(Koreeda Hirokazu) 감독의 '괴물(Monster, 2023년)'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스와(SUWA)시가 우리를 교묘하게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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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 날 숙소를 찾는 발길은 누구나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근데 자꾸 불러세우는 스와의 풍경들이 있었다

나가노의 차가운 밤공기 사이로 별빛이 폭설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어둑한 밤거리를 여행가방을 끌며 걷고 있는데 지나가던 차가 창문을 내리고 묻는다. "라라라 하우스?"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는 걸 눈치 백 단으로 알아차린 마음씨 좋은 동네 이웃인지 집주인인지, 우리가 집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걸 지켜본 뒤 미소를 남기고 사라졌다. 여행 첫날밤 잠이 쉬이 오질 않는다. 이 글을 빨리 마쳐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 조바심이 들어 더 잠이 안 온다.


이문재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읊조리며 여행 첫날을 마무리해야지.




나무는 흔들릴 때

온몸으로 흔들린다

...

온몸으로 흔들릴 때 나무는

바람 부는 쪽을 바라보며 흔들린다

...

바람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남겨진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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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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