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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소년 Jan 29. 2018

'프로파일러' 직진 인터뷰

중1 여학생의 첫 멘토링 대화록


좋은 인터뷰 = 좋은 질문



멘토: 최대현 교수님
건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경찰학과
dhchoe@kku.ac.kr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니 깨닫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인터뷰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냥 말 잘하면 인터뷰 잘하는 거지~"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잘 듣고 그에 맞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은 어떤 질문일까? 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별도의 글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네요.


오늘은 제 딸아이와 함께 했던 

'중1 여학생의 직업 멘토링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평소 ‘어둡고 무서운(살인, 추리 등) 책’들을 많이 읽던 딸아이. 

아빠는 괜스레 걱정이 많았습니다. 정서적으로 안 좋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처음으로 딸아이의 관심을 받게 된 분야가 나타났습니다. 



“아빠, 나 요즘 프로파일러에 관심이 생겼어요.”
“어???”(귀가 쫑긋!)



평소 '돈 많은 백수'가 장래 희망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던 아이에게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겁니다. 

아직까지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촉이 살아있는 아빠는 바로 '프로파일러'를 찾습니다.

선배의 도움을 받아 대학교에서 범죄분석 프로파일링을 가르치시는 

‘최대현 교수님’을 소개받았습니다. 

흔쾌히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십니다. 



한 달을 기다려
일요일 아침, 경기도 분당 한 커피숍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지금부터는 '프로파일러'교수님과 딸아이의 대화를
Q&A 형태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Q1. 무슨 책을 읽으면 도움이 될까요?

A1. 죄와 벌을 한 줄 한 줄 읽어봐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인 건 알죠? 물론 번역본을 읽어도 돼요. 

대신에 요약본 말고, 두꺼운 완역본으로 읽어야 돼요.


경찰대학을 나와 서울경찰청 강력계에서 근무하다가 일곱 번 도전 끝에 

국비장학생으로 영국 유학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영국에서는 본 과정 들어가기 전에  '프리스쿨'(예비학교)을 다녔어요. 

그때 이곳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강독했어요.


대개 '범죄소설'은 그럴듯하게 쓰이기는 하지만, 사실과 달리 과장되고 드라마화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죄와 벌'은 딱 현실 그대로예요. 그러니 프로파일러에 관심이 정말 있다면 꼭 읽어보길 권해요. 

번역된 완역본을 읽고 나면, 원서까지 도전해 봐요. 





프로파일링을 공부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범죄사례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Q2. ‘프로파일링’ 분야의 국내 전문가는 어떤 분들이 계신가요?

A2.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님은 심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파일링을 하시죠.
경찰대학 행정학과에서 범죄 수사를 기반으로 프로파일링을 개척하신 표창원 의원은 

우리나라 1세대 프로파일러입니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권일용 교수님은 범죄 수사에서 과학수사에 프로파일링을 접목한 

첫 번째 프로파일러로 불리고 있어요.

이 분들 말고도 지금은 현역에서 일하시는 '프로파일러' 범죄 수사 전문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프로파일링을 배우고 싶다면, 학교는?


Q3. 국내에서 '프로파일링'을 공부하려면 어떤 학교를 선택하면 좋을까요?


A3. 제 생각에는 ‘경찰대학’을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경찰대학은 커리큘럼이나 시설, 혜택 모두 참 좋아요. 4년 장학금도 받을 수도 있죠.

졸업하면 바로 간부급으로 임관하게 됩니다. 


1년에 120명 정도만 뽑으니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어야 하죠.

그래도 도전해 보면 좋겠어요.

최근에 '경찰대학'관련해서 특혜시비가 있어요.
특정 학교 출신이 경찰 조직을 좌우하는 폐해가 있다는 건데요. 


5년 후, 경찰대학의 위상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경찰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공부 과정은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장의 냅킨을 사용해 범죄현장 상황을 설명하는 모습이 멋져 보이네요.ㅎㅎ



최대현 교수님의 손놀림이 바빠졌습니다 



Q4.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A4. 형법, 형사소송법 등 법률 공부는 필수입니다.  
심리학 기반으로 시작할 수도 있죠. 대학에서 심리학과 전공으로 학부 졸업하더라도
대학원에서 '프로파일링'이나 '범죄분석' 쪽을 배울 수 있어요.

경기대학교에는 학사과정에 범죄분석 관련 학과가 있기도 합니다.


법적 근거로 주목받는 '프로파일링'리포트


Q6. 수사 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A6. 현장에서 오래 활동한 경찰관은 기본적으로 ‘프로파일링’을 다 합니다. 
다양한 범죄사건 사례와 현장 경험을 통해 저절로 알게 되는 소위 ‘노하우’가 있는 것이죠. 

하지만,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범죄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범죄나, 법적 다툼이 팽팽한 사건이 많아지고 있어요. 

이렇게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범죄 재판'에서 '유효한 법적 논거'를 만들어 내는데 

‘과학수사’, ‘범죄분석’, '프로파일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기가 되었습니다. 





강력범죄 분야에서 수사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Q7. 교수님은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A7.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경제범죄 수사'를 했어요. 이후 '강력범죄 수사'로 바꾸게 됩니다. 
이때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고 이곳에서 '프로파일링'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일곱 번의 도전 끝에 영국으로 국비유학을 갈 수 있었어요. 

이곳에서 '형사정책 Criminal Justice'을 공부했습니다. 


Q8. ‘범죄분석’ 분야에서 또 다른 가능성은 무엇일까요?

A8. 범죄 수사에서 '프로파일러'와 함께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가 'CSI'과학수사예요.

공부하면서 적성을 따라 CSI 과학수사 쪽을 공부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프로파일러' 월급은 얼마나 되나요?



충북지방경찰청이 CSI 차량을 만들었어요. 
이 차량 안에 지방청 과학수사요원들이 타고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 ‘프로파일러’ 예요.

일반대학 학부를 나와서, 경기대 범죄심리학과로 석사 졸업하는 경우로 보면, 

9급 순경으로 임용되겠죠. (당연히 9급 공무원 월급을 받겠죠?)


경찰대학을 졸업하면, 6.5급? 정도(간부)로 임용되니까, 급여 수준은 더 좋을 겁니다.

'프로파일러'는 자기가 정말 좋아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국비유학 혜택은 정말 좋아요.
영어를 꼭 챙겨요. 



국비유학시험에 일곱 번 도전 끝에 영국 유학을 갈 수 있었다고 했죠? 
6개월 단기유학은 상대적으로 장기유학에 비해 어렵지 않아요.

1년, 2년 단위의 장기유학은 정말 어렵답니다. 

시험을 잘 봐야 하니 언어를 꼭 같이 공부해야 해요.


언어권별로 유학 선발인원이 다르게 배정되고 있어요. 

영어권은 제 기억에 1년에 10명이 안되었던 것 같네요. 지금은 더 늘었을까요?

프로파일링을 공부하려면, 영국이나 미국 쪽이 좋으니

영어공부는 반드시 챙겨야겠지요? 

공부하는 방식을 보면,

미국은 국내 대학원 과정과 비슷하지만, 영국은 도제식이죠. 

쉽게 얘기하면, 지도교수 밑에서 연구를 도우며 함께 공부의 방향을 잡고

연구를 진행하는 겁니다. 


미국에선 강의를 많이 듣지만, 

영국에선 교수에 의존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요. 
장점은 지도교수의 노하우를 1:1로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고요. 
그것을 본인의 '논문'으로 녹여내면 되는 거죠. 




합법적인 사설탐정 업자 '셜록'



영국에선 ‘경력’을 중시합니다. 
'사설탐정'이 열려있는 영국에선 '경력을 갖춘' 경찰이 프로파일러가 되는 사례가 아주 많아요.





<에필로그>


오전 10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정오가 다 되어 마무리되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눈높이 맞춰 쉽게 설명해 주시려고 고민도 많이 하신 듯했습니다.


대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는 늘 해왔던 일이지만, 

중학생을 대상으로 '프로파일러'를 설명해 본 것은 처음이라 하시더군요.




처음 딸아이가 '프로파일러'에 관심이 있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포털사이트에서 '프로파일러'를 검색해 봤습니다. 

생각보다 단편적이고 적은 정보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서 '범죄심리', '프로파일링'을 공부하는 게 쉽지 않겠구나 느꼈습니다. 


공부는 

'머리'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손'으로만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발'로 하는 것이라고나 싶네요. ㅎㅎ 

많이 찾아다니고, 만나 보고, 이야기 나누고 해야겠다고 '아빠 다짐'을 합니다.


깊은 애정을 갖고 조언해 주신 '최대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꾸벅!!!



처음 만나면 늘 찍는 투샷! 최대현 교수님과 '주말작가'






- 주말작가 씀 -




#시도하지_않으면_확률은_0% 이다

#나만의_이유를_찾아서

#나만의_가치를_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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