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좀 하자
동생과 나는 4살 차이가 난다. 게다가 나는 빠른 년생으로 초중고를 다녀서 학년으로는 5학년이 차이 났다. 학교 다닐 때는 학년 차이가 나서 그런지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사실 지금도 그렇게 친하진 않다).
친구들이 동생이랑 친하냐고 물어보면 그냥저냥 보통이라고 하는데 아마 동생도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이런 우리 사이는, 성인이 된 후에 같이 TV를 보면서 친해졌다. 둘 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슈퍼스타 K나 쇼미 더 머니를 방영하는 시즌에 같이 치킨 시켜놓고 보면서 조금 가까워졌다.
적당히 어색하고 적당히 거리가 있고 적당히 안 친한 K남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우리 사이는 부탁할 때 그 실체가 드러난다.
동생님께서도 개인적인 용무가 많으셔서 외출했다 들어오는 길에 뭐 하나 부탁하려 하면 바쁘다 멀다 춥다 온갖 핑계를 댄다. 하지만 동생도 나 못지않게 츤데레 스타일이라 그래도 지나가다 들려주기는 한다.
어제 들어오는 길에 서브웨이 샌드위치 사다 달랬더니 늦어서 안된다고 하더니 오늘 연락이 왔다.
간단명료한 질문 '서브웨이 뭐'. 예전에 동생이 일본 여행을 갔다길래 용돈을 좀 보냈더니 답장으로 온 두 글자. 'ㅇㅇ' 이게 바로 K남매 아니겠습니까...
아주 가끔 서로의 앞날을 응원하는 대화를 하기도 하는데 브런치 작가가 된 글도 동생한테 보여주기도 했다. 동생도 아직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는 중인데 부디 내년에는 우리 둘 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사이는 적당한 이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