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속, 어두움을 덜어내는 연습
나는 가끔,
오랜 시간 산책을 하며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곤 한다.
같은 자리에
멈춰 서 있지 않고,
아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마음은 하늘 어딘가에
머문 채,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생각도,
감정도,
흐릿해진 상태로
그저 멀리,
끝을 알 수 없는
풍경만을 바라보게 된다.
해 질 녘,
노을이 서서히
내려앉는 순간까지
아무 이유 없이
한참을 멍하니 서 있곤 한다.
그 시간만큼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어디로 가야 한다는
목적도
없어서일까
그런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이
서서히 밀려올 때면,
나는 다시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와
흩어질 것 같은 마음을
붙잡아 둔 채,
혼자 글을 쓰거나,
조용히 그림을 그려보지만
마음은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이 멍한 시간이
필요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곳은
정확한 위치도,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어딘가의 장소와 닮아 있어서
들여다볼수록
더 깊어져만 가는 것 같다.
가끔은
편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런 상상을 하곤 한다.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전방 1km 앞,
사고로 정체 구간입니다
삶에도
네비게이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지
미리 일러주는 그런 네비게이션
그래서 지금은
나를 재촉하지 않는 길,
애써 속도를 내지 않아도 되는
그 길 위에
잠시 머물러 있고 싶다.
그저 그런,
나에게
그저 그런,
길이어도 괜찮으니
그저 그런,
다행인 하루였으면
by. 5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