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상에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단 생각 해보셨나요?”
여름, 초록을 닮은 에세이 엔솔로지 한 권을 만들고 나니 무언가 허전해졌다. 수요일 저녁, 매미소리를 배경 삼아 향했던 도서관에서 함께 모여 글을 썼던 날들도 갔다. 가지 않을 것만 같던 무더운 여름 대신, 어느새 가을이 옆에 자리했다. 아쉬움에 글을 더 쓰고 싶다는 바람이 올라올 무렵, 도서관을 나서는데 한 장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내 이야기…? 남기고 싶은 이야기… 딱히 없는 것 같았다. ‘지극히 사적인 내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같은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지만, 나의 이야기로 에세이를 써 내려갔을 때의 재미도 떠올랐다. 그냥 지나치려다, 눈에 들어온 문구.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는 일상. 문득 이 순간들이 너무 쉽게 흘러가버린다고 느낀 적 없으신가요? 어쩌면 그냥 지나쳐버릴 내 생각과 순간의 감정을 모아 기록하고 쌓아보세요. 나만의 책을 만든다는 것, 세상에 내 이야기를 남긴다는 것”
나만의 책. 공동출판이 아닌, 내 이름으로 혼자 쓰고, 또 만들어 보는 책. 찰나의 고민 끝에,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지나갔다. 해야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다시 한번 글을 쓰면서 깨뜨려 보고 싶었다.
그런데, 커리큘럼이 만만치 않다. 만들고 싶은 책을 기획하고, 또 퍼블리셔 수업을 통해 콘텐츠를 편집하고. 인쇄 주문부터 독립책방에 입고하기 위한 서지 정보도 써보고.
이제 진짜, ‘내 책’을 독립출판물로 한 권 만드는 작업이다. 내 손으로 한 권의 내 책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또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인생에 한 번, ‘내 책’을 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떠올렸다.
버킷리스트.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마성의 단어를 떠올리지 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했다. 등록하고 나니,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도전 앞 두려움이 올라온다. 독립출판에 대해 자세히 알 지도 못하는데.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또 즐거울 것 같은 느낌, 안 해본 일을 질러보자는(?) 알 수 없는 마음도 들었다.
그래도, 글을 쓰겠다는 마음에 단풍이 물드는 것만 같다.
이 가을의 끝자락에 내 책이 한 권 세상에 나오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