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가제본을 해 봐야 해요.
먼저 가제본을 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작업 속도가 느린 쪽이어서 그런지 가제본 선배들의 조언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내가 만든 책도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모니터로만 보던 화면 속 글과 그림이, 실제 책으로 엮여 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문득, 피그말리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빚어낸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 조금은 두렵고, 조금은 벅찬 감정이 함께했다.
막상 책을 손에 들고 보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뿌듯함과 새삼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불안까지 섞여 있었다. ‘이제 정말 내가 만든 게 책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잠시 머릿속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다 책등의 글자 크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 맞다!”
오탈자와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다시 몰려왔다. 책을 단순히 완성했다고 안도하며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표지부터 꼼꼼히 살펴야 했다.
제목 글자가 너무 크진 않은지, 너무 작진 않은지, 무광 코팅이 그림과 잘 어울리는지. 종이의 두께는 적당한지, 책을 들었을 때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어떤지. 책 표지 뒤쪽의 글도 다시 읽고, 문장 하나하나를 조심스레 비교했다.
나 혼자 만들고 편집한 책이라 그런지, 이 모든 것이 걱정스러웠다.
책장을 열었다. 내지를 한 장씩 넘기며 글꼴과 자간, 행간, 글자 크기 하나까지 점검했다. 중간에 넣은 사진이 적절하게 배치되었는지도 확인했다. 화면에서는 그저 보기 좋았던 장면들이, 실제 책에서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검수는 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읽는 독자일 때는 마음 편히 넘기던 페이지도, 이제는 하나하나 돌다리 두들기듯 살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며 점점 눈이 피로해졌다. 자꾸 페이지를 들여다보니, 어느 순간 책장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묘한 애착이 생겼다.
책을 만드는 일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내 생각과 감정, 손끝의 힘과 시간, 그 모든 것이 함께 녹아든 작업.
가제본을 보고 나니,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많다. 점점 더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나,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고,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가제본을 수정하고, 인쇄를 해야 하는 시점이 왔으니까.
완벽한 것은 없음을 떠올린다. 독립출판을 하면서 초선을 다해 보고, 또 이만하면 됐다고, 놓아주는 법도 배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