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물성

책을 만들면서 보이는 것들

by 꿈꾸는오월

원고를 어느 정도 완성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의 물성을 만들고 다듬는 시간이다. 글을 쓰는 일과 책을 만드는 일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라는 것을, 이 시점에서 비로소 실감하게 됐다.


책이란 그저 글의 모음이 아니란 것을. 글을 담을 그릇의 형태와 질감까지를 고민해야 하는 일이었다. 인디자인과 퍼블리셔 같은 편집 프로그램을 익히는 일부터, 판형을 정하고, 내지를 편집, 표지를 디자인하고, 종이의 질감까지를 고르는 일. 이 모든 숙제를 한가득 받아오면서, 책을 완성시키는 또 다른 일들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유튜브에서 인디자인을 독학하며 내지 작업을 시작했다. 막상 쓴 원고를 편집 프로그램에 얹어보니, 글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저 쓴 글을 옮기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텍스트를 배치하고, 또 정렬과 줄을 맞춰야 했다. 폰트와 간격, 여백과 비율도 생각을 해야 했다. 여백을 잘 활용하는 것도 독자를 위해 숨 고를 시간을 주는 것이니까. 막상 얹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글도 많아 다시 퇴고하기를 반복했다.


모니터에서 그저 흰 바탕에 써 내려갔던 글이 아닌, 디자인된 텍스트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색다른 감정이 들었다. 그저 원고 파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정말 손으로 잡히는 어떤 물성을 가지는 것 같아서.


책의 물성을 직접 정하는 것도, 독자일 때는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독자일 때는 한 번도 책의 판형을 생각해 보거나, 표지의 종이를 궁금해본 적은 없었다. 책의 두께가 두꺼운지, 그 정도만 인상적이었을 뿐이었다. 손에 쥐었을 때의 감촉과 페이지를 넘길 때의 종이의 느낌, 가방에 넣을 때까지의 존재감을 크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책장에 꽂힌 책들을 이리저리 줄자로 재어보면서, 어떤 크기가 알맞을지 생각해 보았다.


고민 끝에, 작은 책 크기, 110mm x 170mm의 판형로 만들기로 했다. 손에 들어오는 크기, 부담스럽지 않은 책. 작은 책이 조금 더 내 이야기와 어울릴 것 같았다. 책의 크기를 정하고 나니, 비로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하지만, 끝은 아니었다.

내지를 디자인하면서 표지까지 만들어야 했으니까. 요즘 책의 표지들은 너무 예쁘게 나와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책의 표지가 책의 첫인상 같아서, 더욱 욕심이 났지만 나 혼자 모든 일들을 해야 해서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처음의 형태라 어느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글을 쓰는 것보다, 어쩌면 편집이 더 버겁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그램도 낯설어서 뚝딱거리고,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그리 좋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내 문장을 담는 적절하고 예쁜 그릇이길 소망해 본다.


책을 본다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 의미를 지니는지 깨닫는다. 예전에는 그저 책을 '읽었다'면, 요즘은 책을 보는 것 같다. 여백과 자간을, 종이의 결과 표지의 디자인, 질감까지도. 책의 물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동안 책의 물성에 관해 무심히 넘기던 것들도 이제는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책을 만들면서, 저자에서 제작자로, 독자에서 관찰자로 변하는 이 과정이 힘들면서도 참 즐겁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것들을 보게 되니까. 책의 세상에 대해 다양한 면을 알아가며 시선도 확장된 느낌이다.

책을 만드는 경험은 책에게 좀 더 깊은 대화를 걸어보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