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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달 Sep 08. 2023

[오늘독서] 우울에 시달리는 영혼을 위한 위로

아루투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SNS에서 소제목을 보자마자 꼭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도서관에 도서대출을 하려 보니 없어서 희망도서를 신청하고 받아서 새 책을 가장 먼저 빌려 읽는 행운이!ㅎㅎㅎㅎㅎ 대여가 가능한 날 바로 책을 들고 매우 기쁘게 집에 돌아왔지만, 도서 반납을 하루 앞둔 지금까지 미뤄버려 며칠 사이 서둘러 읽게 되었다.(반납안내문자를 받는 순간 내 손에 들어온 행운과 기회를 놓치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책은 5부로 나눠지고(각 부가 어떤 테마로 나뉘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궁금하다) 그 안에 짧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포리즘이 무엇인지 네이버 사전을 검색해서 이번에 알게 됐다. 예를 들면 히포크라테스의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교훈적 가치보다 순수한 이론의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게 경구나 금언들과의 차별점이다.


 짧게는 한 페이지, 길어도 대여섯 페이지면 끝나는 매 글은 모든 문장을 기억에 새기고 싶었다. 어떤 문장은 시 같았다. 인생을 얘기하는 게 시라면 결국 쇼펜하우어의 글은 시이기도 하겠다. 철학과 예술을 정말 그 끝에서 이어져있구나. 글마다 내 감상과 생각이 무수히 뻣어나가서 책을 읽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책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다음 글로 넘어가면 또 다른 인생겹겹이 살펴보게 되니 250페이지 정도의 책에서 내가 했던 감상의 폭이 넓고 무수해서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을 정도다.  


 다만 비관적인 시선으로 치우쳐 있어서 참으로 우울증 있는 이들이 사랑하는 철학자이겠구나 하고 느꼈다. 세상에 아픔이 많은 사람들은 외부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 자신을 파먹으며 무거운 감정으로 파고들기를 더 열중하니, 그런 때  만난 이 책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불행과 상처, 아픔에 격하게 동감하진 않았지만 원래 인생을 그렇다며 가만히 바라봐주고 있었다. 호들갑스럽다거나 강력한 주장이 없다는 점에서 마음이 편했다.


 쇼펜하우어의 삶과 그의 철학을 살펴보며 행복한 사람이 남기는 글은 극히 드물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정말 찰나이고 무엇보다 외부적인 모션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본인이 즐거웠던 행위를 반복해 나가지, 감상을 글로 남기는데 집중하진 않는다. 좋았던 순간을 다시금 생각할 때 충만했던 감정이 고스란히 불려 오거나 더욱 커지진 않는데, 반대로 부정적이었던 경험이나 감정은 생각할수록 매몰된다. 그래서 깊은 생각에 빠지면 사람을 만나지도 않으니 글로 풀어내고 싶어 하나 보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까.


 쇼펜하우어 철학이 염세주의에 바탕이 되어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150년 전에 남긴 글들이 지금에도 적용된다는 점이 놀랍다. 철학이란 건 수학처럼 인생의 어떤 공식과 답이 되는 건가. 동시에 현대에 어떤 철학가들이 어떤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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