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내가 외로운 건 날 혼자 두는 당신들 탓이야
내 단짝들이 날 두고 다른 친구를 만나면 밉다. 이건 아직도 내가 격하게 겪는 감정이다. 어린 날 단짝친구/그냥 친구를 나누던 때처럼 말이다. 여기서 끝낸다면 유아적 감정선에 머무는 내가 되고 말 텐데, 몇 가지 변명할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친구 A는 활동적이고 밝다. 편안해서 '용건만 간단히'에 익숙한 내가 전화하며 긴 시간 이야기를 하게 되는 친구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했는데, 사는 곳도 가까워서 자주 만나다 보니 서로 깊은 얘기도 나누고 친밀한 사이다. 그저 시간만으로 쌓인 관계는 아니란 말씀!
시간 될 때마다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는 친구 A는 만날 때 다른 약속이 또 있다. 오늘 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 다른 약속으로 넘어가고... 이해를 해오다 최근엔 더 이상 이해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친구들에게 비슷한 시간 비중을 두면 몰라도 인스타에선 다른 친구 그룹들과는 하루종일 함께하며 게시물을 올리기 바쁜데! 우리와는 그런 시간을 내주지 않는 게 속상하다. 성인이 되어 취미가 맞는 사람들을 새로 만나 이야깃거리나 할 거리가 무궁무진하니 더 신나겠지. 그럼 자주 못 만난다 하면 연락이라도 잘 주고받아야 하는데 거의 읽씹이 답이다. 본인의 흥미 주제에만 얘기하다 말고. 생각할수록 화나는데?
가장 속상했을 땐 내 생일 때였다. 작년엔 따로 만날 시간을 내기 힘들다더니 올해는 당일에 생일 축하 언급도 없어서 속상하다 질러버렸다. 나는 한 번 스며든 사람을 잘 놓지 못해서 시간이 갈수록 서운함과 속상함, 미움이 자꾸 쌓인다. 나에게 시간도 돈도 어떤 것도 쓰지 않는 사람과는 이별하라는 조언에 크게 동감하고 그렇게 해온 적도 있지만 지금은 쉽진 않다. 얄팍한 내 인간관계를 더 빈곤하게 만들기도 겁나고.
그래서 시간을 두라는 배우 김태리의 조언이 따라보려 한다. 시간은 물론이고 물리적인 거리감도 필요할 것 같긴 하다. 나는 어쩌면 흘러간 시간을 부정하며 이전의 관계에 매달리고 있는지 모르지. 머리로 알고 차분하게 넘겨야 하는데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충족되지 않는 내 마음은 부정적인 감정들로 전환된다. 마음엔 항상 더 시간이 필요하니까.
애인은 없고 친구는 멀어지고 외로워서 내 주변이 모두 밉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외로운 날 신경 쓰는 사람이 없어?" 하며 울먹울먹 하게 감정이 한순간에 뚝 떨어지기도 하는데, 이성이 잘 끌어올려주고 있는 중이다. 어제의 행복은 생각 못하고 지금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고. 가까워진다는 건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