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윤달 Nov 09. 2023

[오늘독서] 세상에 똑같은 나무는 없다

최진영: 단 한 사람




독서감상문이지만 또 다른 이야기를 덧붙여내려 한다.


 항상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하는데, 이번 책은 시간에 쫓겨 급하게 가벼워 보이는 책을 선택했다. 베트남으로 워크샵을 떠나게 되었는데, 5시간이라는 비행시간 동안 꼭 책을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드는 나를 보니 책을 사랑하는 감정이 사라지진 않았구나 싶었다. 원래 읽고 싶던 책을 이번 기회에 구매해가고 싶었지만, 수화물 추가가 되지 않아 혹여 무게가 걸릴까 봐 공항서점에 책을 샀다.


 책이 재밌다기보다 쉬워서 슥슥 읽혔는데, 또 지루해서 한국에 돌아온 뒤에 완독 했다. 판타지 만화에서 한 줄로 설명 가능한 주인공의 능력을 길게 늘여서 설명하는 책이었다. 그 능력에 스토리를 붙이기 위해 '모계로부터 유전되는 능력'이라는 설정을 붙여 엄마-할머니와 형제자매의 이야기도 포함되었다. 개개인의 인생, 곧 비극과 우울이 다소 담긴 삶을 보여주었는다. 이렇게 설명하자면 참 별로인 점만 꼽게 되는데, 그럼에도 올해 이어온 독서목록 중에서 처음으로 밑줄을 남기고픈 문장들이 많았다.




 다시 보니 꼭 노래가사 같네.

최근 다시 들은 노래이기도 한데, <아이유-이 지금>을 저 문장에 감명 깊었다면 추천해 본다.




 별도로 명언...을 넣은 페이지가 있었는데 몇 번씩 반복해서 읽다 보니 이해가 됐다. 내 지난 감정과 혹은 지금 겪는 감정이 겹쳐졌다. 인스타그램에서 작가님이 해당 페이지를 직접 낭독하는 영상을 보기도 했다.


이외에도 참 좋은 문장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문장들만 뽑아서 배치한 에세이북이라면 지루하다는 느낌이 없었을 텐데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왜 이런 내용들이? 하면서 마치 뻥튀기 같은_약간 달면서 나름 맛있긴 한데 먹으면 공허한_페이지들이 많았다.

 

내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을 가진 것일 수 있으니 다른 사람들의 감상과 풀이를 참고해 보자는 마음에 처음으로 감상문을 찾아보기도 했는데, 크게 감흥이 이는 내용은 없었다. 대신 작가님의 이전 작 <구의 증명>에 대한 호평이 많아 다음에 읽어보려 한다.


책 표지에서 보이듯이 '나무'는 프롤로그에도 등장하고, 주인공 목화에게도 주요한 대상이며 목화가 목공소에서 일하게 되는 이유다. 워크샵을 다녀오고 2주 뒤 나도 목공소를 방문하게 됐다.



책과는 별개로 이전부터 <원목도마 만들기 체험>을 신청하고 싶었는데 시간 여유가 생겨서 다녀오게 되었다. 만들기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마침 집에 도마도 필요했다. 수강정원이 많지 않은 수업이라 도착시간에 늦어 부랴부랴 달려갔는데 날이 좋아서 그런지 혼자서 목공수업을 듣게 되었다! 선생님 두 분에 나 혼자 참여하는 수업이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덕분에 궁금한 점은 바로바로 물어보고 곁다리 얘기들까지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사람이 많은 경우 업 위험도와 시간문제로 짧고 간단하게 맛보기 작업만 직접 한다는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충분히 고민하고 욕심내서 만져보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나무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각 단계마다 가공을 위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안전에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말없이 나무만 보면서 집중 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나무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가다듬어 가는 과정에 몰입하다 보니 문득 책이 생각났다. 목공소에서 일하는 목화와 목수말이다.


이렇게 조용히 나무를 계속 바라보는 시간에 몰두하며 작업했던 걸까? 나무가 잘리고 갈리는 시간 속에서 나를 괴롭히던 존재에게 분노를 표출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용서하며 받아들이게 됐을까? 짧지만 내가 목화가 되는 시간이었다. 목공 선생님의 이야기가 훌쩍 책 생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였는데, 짧게 목공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래 전공과도 무관했고 또 다른 일을 하다가 목공으로 온 것이었다. 대회에도 나가서 입상하며 몇 년 동안 일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어떤 끌림으로 목공을 시작하셨는지는 듣진 못했지만 조용한 지역을 좋아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아 언젠가 그런 곳에 본인의 작업실을 차려서 일하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무라는 소재와 다르게 작업장은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매우 크다. 차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나무가 사람들 앞에 보이기까지 이런 번잡한 과정을 거친다는 게 아이러니다.


 


많은 생각이 스쳤지만 애정을 담아 완성한 나의 도마! 아직 제대로 요리할 일이 없어서 한 번도 쓰이지 못했다. 기온이 영하로 더 내려가면 든든하게 차려먹고 싶은 마음이 훌쩍 드는데 그때부터 쉴 틈 없이 쓰이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