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기쁨' 독서 산책

89세 현역 데이트레이딩, 시게루 할아버지의 주식 이야기

by 황금지기
‘시세는 시세에 물어라.’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판단과 정확도가 높아지는 게 인생이다. 사람은 누구나 오르면 사고 싶고, 내려가면 팔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생물이다. 그런 사람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나약하다. 오르면 팔고 내려가면 산다. 이것이 주식투자의 전부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지표는 없다. 우연을 기대하고 돈을 투자하는 것이 도박, 고점·저점 근처에서 꾸준한 승리를 이어가기 위해 하루하루 경험과 사고를 쌓아나갈 수밖에 없다. 뒤집기 위해서는 상당한 단련이 필요하다.





주식 투자의 기쁨



후지모토 시게루2025다산북스














89세의 현역 데이트레이더 후지모토 시게루는 「주식투자의 기쁨」에서 투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핵심으로 '과거로부터의 자유'를 꼽는다. 번 돈에 취하면 잃은 돈에도 집착하게 되며, 지나간 성공과 실패에 얽매이는 순간 현재의 대응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에게 투자는 단순히 부를 쌓는 수단이 아니라, 매일 새벽 2시의 정적을 깨우는 삶의 활력이다. "투자가 그저 즐겁다"라는 노장의 고백은, 우리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적지가 숫자가 아닌 '현상을 마주하는 즐거움'에 있음을 일깨워 준다.


노장이 전하는 첫 번째 격언은 "머리와 꼬리는 내어주라"라는 것이다. 고점과 저점을 모두 취하려는 오만은 대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완벽한 타점에 대한 탐욕을 고양이의 몫으로 남겨두고, 파동이 명확히 반전되는 순간을 확실성을 노리는 것이 훨씬 현명한 처사다. 두 번째는 "시세에 대한 것은 시세에 물어보라"라는 가르침이다. 내 생각과 시장이 다를 때, 시세를 감정에 묻고 파멸의 답을 구하려 든다. 뜻대로 되지 않는 시세와 인생을 여유롭게 관조하며, 시세가 보여주는 길을 겸허히 따라가는 태도가 데이트레이딩의 본질이다.


세 번째 격언인 "사람이 가지 않는 길에 꽃이 산처럼 쌓여 있다"라는 통찰은 투자의 가장 외롭고도 찬란한 진실이다. 대중과 똑같이 행동해서는 결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모두가 환희에 젖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 홀로 멈춰 서서 반대편의 길을 응시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험난하고 고독하지만, 그 길 끝에는 다수가 결코 보지 못할 진귀한 기회의 꽃들이 만발해 있다.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자신과 시장의 특성에 대한 판단력이 정교해지는 선순환의 과정이다. 비록 그 배움의 시간은 비선형적이어서 당장은 아무런 진척이 없는 듯 힘겹게 느껴질지라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묵묵히 쌓아 올린 경험은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지수함수의 궤적을 그리며 자산을 불려 나갈 것이다. 반대로 대중의 감정에 휩쓸려 집착의 끈을 놓지 못한다면, 다수가 서로를 다독이면서 다정하게 걸어가는 '절망의 계곡'으로 이끌려 갈 뿐이다.






투자의 세계는 "그때 샀더라면, 그때 팔았더라면"이라는 뒤늦은 후회의 끊임없는 반복이다. 「주식투자의 기쁨」에서는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잃은 금액에 집착하며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힌다고 지적한다. 패배는 아프지만, 그럴수록 투자자는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자책과 미련은 다음 수를 흐리게 할 뿐이며, 끙끙 앓는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결과가 호전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오르면 팔고 내려가면 산다." 이 단순한 진리가 투자의 전부임에도, 인간은 주가가 오르면 사고 싶고 내려가면 팔고 싶어 하는 어리석은 본성을 지녔다. 우리는 이 부질없는 욕망을 거슬러 손실에 익숙해지는 법을 스스로 깨쳐야 한다. 투자에서 패배는 종종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 늘 곁에 머무는 동료와 같다. 장수하는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패배의 쓴맛을 담담히 삼키고, 다시 일어설 내면의 동력을 스스로 생산해 낼 줄 알아야 한다.


인생과 투자는 아무리 탁월해도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최대 3할의 실력, 그 이상을 자신의 몫이라 여기는 순간 오만과 자만이라는 덫에 걸려들고 만다. 70년 가까운 경험을 가진 노장조차 주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의 일'이라고 고백한다. 언제든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갖출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방어 기제다.


잘못된 판단이 내려지고 주가가 반대로 움직일 때, 고수는 "좋았어, 공부할 기회가 생겼군!"이라고 외친다. 실패를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배움의 씨앗을 찾아내는 긍정의 태도가 승패를 가른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순간이 앞으로도 수없이 찾아오겠지만, 개별적인 패배에 매몰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을 관리해 나가는 능력이 실력의 본질이다.






“패배한 95%는 꽝을 뽑은 뒤 판돈을 늘리고, 이긴 뒤에는 판돈을 줄이는 방법으로 내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패배가 계속되면 ‘다음은 분명 이길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승리가 계속되면 ‘다음은 질 확률이 높다’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패배가 계속되면 무심코 어떻게든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후지모토 시게루, 주식투자의 기쁨>


이 부조리한 본능을 거스르기 위해서는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상당한 단련'이 필요하다. 운이 지배하는 곳일수록 그 운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공부'는 훨씬 더 중요하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신의 피 같은 돈을 직접 걸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진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책 속의 지식은 관념에 머물지만, 내 돈이 깎여나가는 고통 속에서 얻은 배움은 세포에 새겨지는 실전적 지혜가 된다.


89세 노장의 철학은 명쾌하고도 깊다. 좋은 기업을 사고, 주식 거래 자체를 즐기며, 나아가 인생을 즐기는 것—그것이 투자의 전부라는 고백은 기술적 분석 너머의 경지를 보여준다. 데이트레이딩을 반복하며 이기면 자산이 늘고 지면 줄어드는 지극히 단순한 인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 그 건조하고도 명확한 수용이 감정의 과잉을 막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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