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독서 산책

문장에서 부사도, 삶에서 실수도 쉼표 같다. 실수 없는 삶은 없다.

by 황금지기
밀물과 썰물처럼 들어왔다 나갈 뿐, 어차피 인생은 알 수 없기에 섣불리 희망할 것도, 성급히 절망할 것도 없다. 다만 얼마나 열렬히, ’하염없이‘ 기다릴 수 있느냐가 관건, 삶이란 커다란 점과 점을 잇기 위해 소소한 일상의 선을 매일 그어 나가는 것일 뿐이다. 멀어진 시간만큼 달라지면 된다. ‘기어이‘라는 각오는 접어두고 그저 ’꾸준히‘ 말이다. ‘아직‘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고 말하는 마음에 파동이 일어나는 그 순간순간 그냥 ’더‘ 해 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손안에 들어오는 날까지 계속해서 ’더‘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소위2025채륜서















“노를 젓는 동안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알 수 없는 바람이 인생을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바다로 이끌고 가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삶도 온전히 내가 만들어 온 것만은 아님을 겸허히 가슴에 새기며 살려 한다.”

<소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인생은 나의 의지와 무관한 일들이 자판기 음료수처럼 눈앞으로 툭툭 떨어지는 과정의 연속이다. 작가는 우리가 그 음료수를 들고 웃거나 울지만, 결국 안 될 일은 안 되고 될 일은 시의적절하게 밀물과 썰물처럼 인생의 모래사장을 오갈 뿐이라고 말한다.


인생도 투자도 알 수 없기에 섣불리 희망할 것도, 성급히 절망할 것도 없다. 지나온 세월은 하늘과 바다처럼 맞닿아 있으나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듯, 과거의 나로부터 멀어진 시간만큼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는 진리를 나이가 들어갈수록 깊이 체득한다. 시장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리는 '대응'이며, 그 대응의 절반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이다. '어차피'라는 부사는 피할 수 없는 행불행을 긍정하게 만드는 마음의 완충지대가 된다.


문장에서 부사가 리듬을 주듯, 삶에서 실수는 필연적인 쉼표와 같다. 실수 없는 삶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원칙 없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직관하게 된다. '하염없이'라는 부사는 실력을 쌓아가는 뜨거운 기다림을 견디게 하는 위안이다. 기약이 있는 기다림은 환희를 주지만, 투자처럼 실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는 막연한 기다림은 때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 된다. 그러나 그 고통을 열렬한 기다림으로 치환하는 자만이 인생의 꽃을 피울 수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 버리는 마음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기다림 자체가 삶이 되어야만 한다. 희망을 품은 뜨거운 기다림은 변화의 파동이 나의 원칙과 만나는 순간을 준비하는 숭고한 수행이다. 얼마나 '하염없이'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다. 기다림이 고통이 아닌 삶의 양식이 된다면 자판기에서 무엇이 나오든 담담히 미소 지을 수 있는 조절자의 평정에 도달한다.






인생은 '갑자기' 몰려오는 강렬한 충동과 유혹에 흔들리며,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충족되는 부조리의 연속이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에서 작가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는 양면성 속에서 묘한 행복을 느끼는 모순덩어리라 정의한다. 투자 역시 이 지독한 모순의 전장이다. 기대와 실망이라는 동전의 양면을 엎치락뒤치락 던지며, 달콤한 유혹과 간절한 바람 사이에서 마음 가장자리에 웅크린 기대를 끝내 외면하지 못한 채 긴 세월을 보내왔다.


한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던 검은 감정은 현상을 무참히 짓밟았고, 그 뒤안길에는 늘 커다란 실망과 슬픔의 파도가 일렁였다. 돈에 대한 불안과 욕망이 뒤섞인 유난히 유별났던 그 열기도, 결국 세월의 무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인문학적 소양은 심연에 깊이 박힌 그 뜨거운 열기의 가시를 뽑아낼 의지를 선물해 주었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다. 강렬했던 설렘과 위험한 기대조차 시간의 바람결에 서서히 식어가는 하나의 과정이었음을 말이다.


오래된 마음의 편향은 여전히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겠지만, 이제 현상을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는 법을 배워간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를 응시하는 힘이 생겨난 것이다. 감정의 소란이 조용히 이울고 나면, 그제야 지척에 다가온 '현상'이 선명하게 보인다. 살면서 깨달은 아픈 진실은 인간이 무자비한 운명의 장난 앞에 속수무책으로 놀아날 수밖에 없는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이 무력함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진정한 투자의 태도가 태어난다. 작가는 무언가를 '기어이' 해내겠다는 서슬 퍼런 각오를 접어두고, 그저 '꾸준히' 가고자 다짐한다. 이것이 바로 거대한 운명의 흐름에 대해 인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시장을 '기어이' 이기려 드는 오만은 파멸을 부르지만, 변화에 순응하며 '꾸준히' 대응의 자리를 지키는 태도는 결국 생존과 번영으로 이끈다.






여전히 '반드시'라는 작은 꼬투리를 주머니 속에서 움켜쥐곤 한다. 어린 시절 믿었던 그 장엄한 신화는 사라졌을지라도, 언젠가 이루어질지 모를 소망 하나쯤은 품고 살고 싶은 것이 인격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에서 작가는 평범한 날들이 환영이 아닌 시시한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그 작고도 큰 소망을 이야기한다. 투자자 역시 안갯속 같은 불확실함이 두려워 '확신'이라는 가짜 길잡이를 붙잡으려 애쓰지만, 결국 주머니 밖으로 꺼내 놓아야 할 것은 바로 그 '반드시'라는 오만한 믿음이다.


불안은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안테나 용도면 충분하다.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되, 그 불안이 내면의 안정을 크게 무너뜨리지 않는 정도라면 족하다. 불확실성의 우물 속에서 억지로 이유를 건져 올리려 해본들, 그 결과는 늘 얽히고설킨 변명에 불과했다. 불안을 잠재우려는 안간힘이나 자기 위안은 진정한 치유가 되지 못한다. 오히려 불안을 가만히 응시할 때, 소란스럽던 감정은 가라앉고 시장의 실체는 차츰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감정이 이끄는 대로 분출하는 후련함보다는, 감정을 따로 떼어놓고 묵묵히 참아내는 뿌듯함이 결과적으로 훨씬 이롭다. 종종 주관적인 기억의 영역에서 자아가 지어낸 이야기 덩어리에 익숙해지곤 한다. 하지만 그 허구에 동조하는 순간, 마음 밑바닥에는 감정의 응어리가 차갑게 얼어붙는다. 비록 마음속 깊이 똬리를 틀고 있는 감정이 불쑥 고개를 쳐들지라도, 이제는 예전처럼 그 유혹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천성이 그러했기에 깨지고 다듬어지는 시간은 참으로 길고도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 없듯이, 매일 일상처럼 펼쳐지는 시장의 현상에 서서히 길들어져 간다. 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희망은 현실성이 희박하기에 매혹적이지만, 그것은 실낱같은 꿈일 뿐 결코 수익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제는 허황한 기적을 바라기보다, 내 앞에 놓인 현상을 정직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가장 큰 자산임을 깨닫는다.






“돌이켜 보면 진짜 좋은 때란 마음에 파동이 일어난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아직’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고 말하며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부터가 모든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소위,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인생의 시곗바늘은 찰나의 순간마다 1도 정도 방향을 틀어왔다. 그 우스워 보이는 1도의 차이가 긴 세월이 흐른 뒤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작가는 그 결정적인 순간이 정오일지 자정일지 알 수 없기에, 도전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거칠고 과격해진 감정을 이성의 사포로 한참 동안 문지르고 나서야 붉으락푸르락했던 심장은 제 색과 온도를 되찾는다.


책 속의 따스한 부사들은 미지의 벽 앞에서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던 지난날들을 회한이 아닌 '시작의 토대'로 바꾸어 놓았다. 작가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가 오늘의 실패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실패일 것이라는 믿음에 있듯, 투자자의 여정 또한 그러하다. 거만했던 뺨을 때려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준 투자의 세계는, 진흙탕에서 미친 듯이 뒹굴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아득한 경계 너머의 '과연'이었다.

투자의 세계에서 성공과 실패를 성급히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실패를 양 옆구리에 목발처럼 끼고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그저 '더'해보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는 이 치열한 전장에서, 실패는 부끄러운 얼룩이 아니라 전진을 가능케 하는 지지대가 된다. 삶이란 결국 커다란 점과 점을 잇기 위해 가늘고 소소한 일상의 선을 매일 그어 나가는 과정이다. 투자 역시 부와 부를 잇기 위해 그려지는 흐름 위에 매일의 선을 긋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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