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쇠뿔도 단김에 빼라, 그리고 학수고대한 독서모임

by 박경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있다.

아직 아무 일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가슴이 먼저 뜨거워지는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말이 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뜨거울 때 움직이지 않으면, 식어버린 쇠는 다시 달구기 어렵다.

결심도 그렇다.

독서모임을 하자는 이야기가 오간 날, 우리는 잠깐 설렜고 잠깐 망설였다.

매달 모이면 어떨까, 시간이 맞을까, 사람들이 꾸준히 나올까.

질문은 많았지만 답은 단순했다.

마음이 뜨거울 때 시작하는 것. 그게 가장 정직한 출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기다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무언가를 만나기 전, 계절이 바뀌기 전.

그 기다림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학수고대(鶴首苦待). 학이 목을 길게 빼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처럼, 간절히 기다린다는 뜻이다.

기다림은 참 묘하다.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가장 많이 움직이는 시간이다.

아직 오지 않은 장면을 상상하고, 만나지 않은 얼굴을 떠올리고, 읽지 않은 책장을 넘겨본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이미 절반쯤 그곳에 가 있다.


생각해보면 내 삶은 늘 이 두 문장 사이에 있었다.

‘단김에 빼라’와 ‘학수고대’.

서두름과 기다림.

행동과 설렘.


아이들이 어릴 때도 그랬다. 무엇이든 해보고 싶어 할 때는 망설이지 않게 등을 밀어주었다.

뜨거운 마음이 식기 전에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떠나보내는 일은 또 다른 기다림이었다.

돌아올 날을, 성장할 날을, 무사하다는 소식을 학수고대했다. 기다림은 기도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독서모임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을 정하고, 날짜를 정하고, 누군가의 메시지를 기다린다.

“저도 참여할게요.” 그 한 줄을 학수고대하며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답이 오면, 다시 단김에 실행한다.

장소를 정하고, 질문을 적고, 커피를 준비한다.

작은 결심들이 모여 한 달을 만든다.


나는 요즘 깨닫는다.

기다림과 행동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다림이 깊을수록 행동은 더 단단해진다.

충분히 학수고대한 일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단김에 시작한 일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뜨거움 속에는 진심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은 이 두 가지를 배우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언제 달궈야 하는지, 언제 목을 길게 빼고 바라봐야 하는지.

서둘러야 할 때와 기다려야 할 때를 분별하는 지혜. 그것이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마음이 뜨거워지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동시에, 오지 않은 내일을 조용히 학수고대한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만남은 더 빛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어딘가를 향해 두드리고 있는 쇠이면서,

동시에 먼 곳을 바라보는 학인지도 모른다.

단김에 시작하고, 깊이 기다리며, 그렇게 한 달을, 또 한 계절을 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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