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의 온도

지금 여기, 이미 보물

by 박경이


실로 오랜만이다. 이런 설렘은.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어두고, 곧 모임 장소로 향할 그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렇게 설레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독서모임을 중단한 지 벌써 오 년. 그 시간 동안 나는 분명히 바쁘게 살았다.

내 바쁜 일정에 맞추어 움직였고, 교회와 일터를 오가며 하루를 채웠고,

글을 쓰면서도 어딘가 혼자였다.

책은 늘 곁에 있었지만, 함께 읽고 함께 말하던 시간은 멈춰 있었다.


오 년 만에 다시 모임을 시작한다는 소식에,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마치 오래 닫아두었던 창문을 열었을 때 스며드는 바람처럼.

그 첫 책이 『연금술사』라는 사실이 묘하게도 어울렸다.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꿈을 좇아 길을 나서듯,

역시 잠시 멈추어 두었던 나의 ‘자아의 신화’를 다시 꺼내 드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하면 온 우주가 그것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이 문장을 다시 읽는 순간, 가슴 한쪽이 뜨겁게 데워졌다.

정말 그랬다. 나는 다시 책을 읽고 싶었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 보며 문장을 나누고 싶었다.

그 소망이 오랫동안 마음 한편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삶의 여러 역할 속에서 잠시 뒤로 밀려 있었을 뿐,

완전히 사라진 적은 없었다.





독서모임이 중단되었을 때,

‘이제는 이런 여유가 사치인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연금술사』는 말한다. 보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던 자리 근처에 있다고.

돌고 돌아 결국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나를 보며, 나는 알았다.

내가 찾던 보물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이런 시간이었다는 것을.


모임 날, 테이블 위에 책을 올려놓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장면을 상상한다.

누군가는 꿈을 이야기할 것이고, 누군가는 두려움을 고백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문장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볼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나이도, 직함도, 역할도 잠시 내려놓고, 한 사람의 독자로 앉아 있을 것이다.


오 년이라는 공백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시간 덕분에 나는 더 깊어진 질문을 품게 되었고,

더 진지한 눈으로 문장을 바라보게 되었다.

예전보다 천천히 읽고, 더 오래 머물고,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마치 사막을 건넌 산티아고가 비로소 바람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 것처럼.




설렘은 이상하게도 두려움과 닮아 있다.

혹시 다시 흐지부지되지는 않을까,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스친다.

그러나 이번에는 안다. 두려움이 고통 그 자체보다 더 나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멈추지 않으려 한다.

작은 모임이라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결국 나는 또 한 번 길을 떠나는 셈이다.

먼 사막이 아니라, 내 안으로 향하는 길.

그 길 위에서 다시 사람을 만나고, 문장을 만나고, 나 자신을 만날 것이다.


실로 오랜만의 이 설렘!
아마도 이것이, 내가 찾던 또 하나의 보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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