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테러로 그리는 이슬람 중동, 그 한복판 선 요르단. 가도 될까.
요르단은 안전해?
이 물음은 요르단을 간다고 하니 가장 많이 돌아온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우리가 신혼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하마스) 간에 전쟁이 났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곳이다. 그러니 요르단에 가도 되는지 걱정할 만했다. 주변에서는 다른 여행지를 찾아보라고 했다. 가족은 오죽했을까. 나도 걱정됐다. 이 나라를 가도 되는 것인지.
어디 전쟁때문만었으랴. 뉴스에서 그리는 중동은, 매일 싸우는 곳이 아니던가. 같은 민족 그리고 종교로 묶인 이들이 외부인을, 특히 서방을 적대하는 곳. 심지어 자기들끼리도 갈등하는 곳. 적대와 갈등을 표출하는 방식이 과격한 곳. 그 방식이라는 게 총격과 테러로 분출되는 곳. 흔히 이슬람으로 통칭하는 중동은 무섭기 그지없는 곳이다.
바로 거기에 요르단이 있었다. 지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중동 한복판에 있는 요르단. 북쪽으로 시리아와, 북서쪽으로 이라크와, 남서쪽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동쪽으로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나라. 시리아는 십수년째 내전이 끊이지 않고, 이라크는 미국과 전쟁했고, 사우디는 철권 통치가 이뤄지고, 이스라엘은 영토 분쟁으로 팔레스타인과 싸워왔다. 뉴스에 무디더라도 이런 소식은 알아서 들려온다. 이런 나라들 중심에 요르단이 있다. 괜찮을까.
신혼여행이 뉴스가 되는 일은 없어야 했다. 그래서 요르단을 가도 되는지 재보기로 했다. 부질없는 짓같지만 모르고 가는 것보다야 낫겠나 싶었다. 요르단이 국내에서 갈등하고 외부인에게 적대하는 감정이 만연한지를 가늠해보아야 했다. 적어도 이런 감정이 사건으로까지 불거져 나온 뉴스는 마땅히 찾기 어려웠다. 이걸 주식이 빗대어 '과거의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는다'손치더라도, 우리-라고 통칭해서 그렇지 실제로 나-는 늘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상향 그래프에 안심하고, 반대의 우하향 그래프에 발을 빼지 않았던가.
주식 얘기 꺼낸 김에- 할줄도 모르는- 종목 분석을 하듯이 요르단을 분석했다. 이 나라가 우리에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찾는 게 관건이었다. 종목이라면 부채비율이 얼마나 큰지 영업 이익은 나는지 따위말이다. 내가 주목한 변수는 요르단이 관광업에 얼마나 많이 기대어 살아가는지였다. 만약 크게 기대고 있다면 요르단은 관광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예컨대 외국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랄지, 공공장소에서 테러 같은 게 일어나지 않도록 치안에 유념할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가는 우리는 요르단을 찾아가지 않을 것이고, 이렇게 되면 요르단 사람은 전보다 살아가기가 어려워질 테니까.
'10.4%'
관광산업이 요르단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넘었다.(2019년 기준) 물론 2020~2021년 이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COVID-19 때문이었다. 2023년은 10% 가까이까지 올랐다. 내가 경제에 대한 이해가 얕지만, 쉽게 생각해서 적어도 요르단 사람 열에 한 사람은 관광업으로 먹고 산다는 의미다. 이게 여의찮아지면 요르단 사람 열에 한 사람은 생계를 잃는 것이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민 10%의 목구멍이 달린 산업이 흔들리는 걸 방관하지는 않을 만큼, 절대적으로 대단한 비중으로 보였다. 상대적으로 비교해보더라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전세계 경제에서 관광 산업이 차지한 비중은 9%대이다. 요르단은 세계 평균보다 관광업 의존도가 크다.
너무나도 단편적인 분석일지도 모르겠다. 요르단의 국가 산업 구조상 제조업이 덜 발달돼서 그렇네, 한국은 이 비중이 3%대인데 안전하지 않느냐는 둥 누군가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경제학을 공부하려는 게 아니기에 반론에 대한 반론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의 안위를 조금이나마 확보할 심적 여유를 찾은 것으로 만족했다.
외교부 여행경보는 여기에 힘을 보탰다. 요르단은 여행유의(1단계 남색경보) 국가로 분류된다. 참고로 외교부 여행경보는 1단계 남색경보부터, 2단계 황색경보(여행자제), 3단계 출국권고(적색경보),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로 구분된다. 1단계는 말이 여행'유의'이지 가장 안전한 국가로 본다. 국내 여행을 떠나더라도 '유의'는 해야 하지 않은가.
이래서는 감이 잘 잡히지 않으니 내가 이전에 가본 나라 중에 1단계에 속하는 곳이 어디였는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본(전 지역), 베트남(전 지역), 캄보디아(일부), 태국(일부)이 해당했다. 거기서 나를 괴롭힌 건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발생한 나의 숙취뿐이었다.
물론, 요르단 일부 지역은 여행을 자제(2단계)해야 한다. 시리아와 이라크 국경으로부터 10킬로미터 지역이 여기에 해당했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 계획에 이 지역은 포함돼 있지 않았기에 변수는 아니었다.
이로써 나는 자체적인 분석과 외교부 여행경보, 타국과 비교를 거쳐서 결론냈다. 책으로 배운 요르단은 적어도,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