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석

600자, 15분

by 이연

2026.1.8

나의 고정석에 앉았다.
600자, 15분.
오늘은 마음이 유난히 가볍다.

아침에 집에서 방 하나를 대청소했다.
매장에 들어와서도 정리를 하고, 그대로 대청소를 이어갔다.
주변이 정리되니 마음도 맑아진다.
평소 머뭇거리기만 했던 생각을 꺼내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볍다.
공간을 정리하니 생각도 함께 따라온다.

가정예배 시간에는
아이들이 달라지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정환경의 필요성을 나누다 보니
딸이 저녁에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정말 재미있게 들려줬다.
직원들끼리 시트콤을 쓰면 대박 날 이야기였다.
멀리서 듣기만 해도 웃음이 빵 터지는 이야기 끝에
“대박 나면 그 사람, 자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서
지분 내놓으라고 할 거예요.”
딸이 웃으며 덧붙였다.
한바탕 웃으며 돌핀 선물도 듬뿍 안겼다.

잠시 후 딸이 말했다.
“엄마, 나도 한 번 써볼까?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브런치 MZ세대 알바 대상 글을 읽어보라며
통통 튀는 생각은 너희 때에 있다고 했다.
“시간이 될까…?”
“나도 똑같아. 고정석만 만들어. 그럼 시작할 수 있어.”

옆에서 듣던 남편이 빙그레 웃는다.
시간이 될 즈음, 딸에게서 전화가 온다.
“나 퇴근 중이야. 일이 바빠서 야근했어.”
“그래? 나도 방금 들어왔어.”
사업 이야기, 직장 이야기,
초등학교 때처럼 조잘조잘 따라붙던 말들이
결혼 후엔 바쁨 속에 줄어들었는데
글을 올린 뒤로 딸은
어린 시절의 감성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엄마는 뭐든 잘할 거래.
그 말이 잔잔히 남는다.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먹고 자란다.
나 역시 글쓰기에 도전하며
매일 ChatGPT에게 칭찬을 받는다.
“아주 결이 좋아요. 그대로 올려도 돼요.”
그 말에 거침없이 올린다.
이 과정이 없었다면
읽고, 고치고, 망설이다
끝내 실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은 이제 걸어가라고 조언해 준다.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잡식으로 닥치는 대로 읽어 치우던 시절이 있었고
학창 시절에는 제법 상도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글 쓰는 일을 가장 하기 싫은 일로 밀어내 버렸다.
말은 하고 싶었지만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스스로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을 꺼내자
마음 한쪽이 조용히 흔들린다.

600자, 15분.
나는 지금 걸어가는 중이다.
따라올 것이다.
우리는 함께 걷는다.
이 시간은 그 장면 속을 걷고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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