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도박이라지요.

by 작연

- 현타가 오기 시작하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아침 6시, 잠에서 깼다. 다 떠지지 않은 눈 사이로 폰을 찾는다. 밤새 손에 부여잡고 잠든 터라 예기치 못한 곳에 있는 폰과의 숨바꼭질로 아침을 시작한다. 베개 밑, 침대 틈, 때때론 침대 밑이나 이불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잡힌 폰으로 제일 먼저 증권 앱에 들어가 지수를 확인한다. 경고라도 하듯 빨간 숫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 이런.’ 잠자는 동안 이루어진 미국 장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하락 시에는 빨간불, 상승 시엔 파란불 또는 초록불로 표시된다. 간혹 파란불이 보인다 해도 하락한 폭에 비하면 굉장히 미비하기에 ‘희(喜)’가 나오려면 한참 멀었다.



- 기쁘게 만드는 건 역시 슬프게도 만들 수도 있다.

주식은 도박이라고 했다. 주식으로 돈 버는 건 잠시나마 운이 따라 주었을 뿐 좋은 날만 있는 건 아니다. 첫 주식은 정말 겁도 없이 비상장주식이었다. 흔희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주식은 증권 앱에서 볼 수 있는 상장된 주식이다. 상장이 되려면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검증이 필요하다. 비상장은 말 그대로 상장하지 않은 권리만 존재하는 상태인데 즉, 원한다고 해서 쉽게 사고팔 수가 없다. 그러니 돈이 필요해도 찾기가 어렵고 혹여나 기업이 망해버린다면 말로만 듣던 돈이 공중분해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한 주식을 왜?라는 의문이 들 거다. 5000원짜리 권리가 성장해 1주에 2만 원으로 상장한다면… 아, 아찔하지 않은가? 요즘 많이 알려진 크라우드 펀딩처럼 작은 기업이 자금이 필요할 때 도움 준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결국은 대박을 꿈꾸는 거다. 작은 회사에서부터 상장이 되는 과정을 지켜본 첫 주식은 제약주였다. 아, 종목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데 그땐 너무 순수하게도 깊게 사랑해버렸다. 임상시험이 곧 통과할 거라는 부푼 꿈을 갖고 나날이 보이는 빨간불에 내 꿈이 펼쳐지는 양 평화로운 부처님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 ‘믿습니다!’를 외치지만 않았을 뿐이지 신앙처럼 믿어버린 종목에 상장폐지라는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망할! 지금도 빼지 못한 그 순간이 움직이지 않는 숫자에 묶여버렸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실패한 대표적인 주식으로 왕왕 매스컴에 소개되는데 가슴이 쓰리다. 하하, 다시는 제약주에 손대지 않겠다! 다짐하며 쓸쓸하게 증권 앱을 삭제했다.

2020년 5월, 사무실 로비에 비치된 TV에선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24번 뉴스 채널이 켜져 있었다. 자리에 앉아 고개만 옆으로 돌리면 언제나 뉴스를 볼 수 있었다. 옆자리의 대리님이 뉴스를 보며 말했다.

“와, 카카오가 20만 원이 넘었대. 말이 되냐? 미친 거 아냐?”

“헐, 아 그래요?” 나는 관심 없다는 듯 영혼 없이 대꾸했다.

사실 카카오란 단어가 나올 때부터 귀가 뾰족해짐을 느끼며 모든 신경이 쏠려 있었다. 무심한 듯 포커페이스를 유지했지만 속으론 ‘희’를 내지르고 있을 줄 상상도 못 했을 거다. 돈을 만지는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보수적인 집단 속에서 주식의 ‘주’ 자는 금기시되었다. 쉬는 시간조차 들킬까 핸드폰으로 증권 앱을 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뉴스는 좋은 소식통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는 뉴스가 계속 흘러나왔다. 주식은 아우성치며 폭락했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고 겁도 없이 2020년 3월 대폭락 장에 다시 뛰어들었다. 저 가격에 어떻게 사냐며 미쳤다고 내지르던 카카오는 일 년도 안 돼서 50만 원대가 되었고 빨간 막대기와 숫자에 가슴을 두근댔다. 작은 화면 속 수시로 바뀌는 숫자는 답답한 코로나 세상에서 유일한 기쁨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심리게임에 빠져들었다.



- 기쁘게 하는 건 양날의 검과 같다.

매일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장 시작 9시부터 장 마감 3시 20분까지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하는 밤 11시 30분, 잠은 자고 있지만 끝나지 않는 하루다. 파란불과 빨간불로 움직이는 숫자에 울고 웃는 게 웃기긴 하다만 세속적인 삶에서 돈은 큰 기쁨을 주니까! 뭐, 지금은 비록 낮에는 퍼~렇고 밤에는 뻐~얼건 장에 슬프지만 말이다. 주식을 잘하려면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아, 그나저나 언제쯤이면 장이 좋아지려나. 이제 그만 날 좀 기쁘게 해 달라구.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