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까 줄 사람이 필요해.

뭐가 그리 고되었을까.

by 작연

어젯밤 뭐가 그리 고되었는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오렌지를 하나 냉장고에서 꺼내 쇼파 테이블이 올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 오렌지 먹고 싶다. 오렌지 까 줄 사람이 필요해.’

그리곤 잠이 들었다.

오렌지도 먹지 못하고 양치도, 세수도 못한 채로 그렇게 잠들었다.

오늘 일어나 생각했다.

약을 먹지 못하고 잠들 만큼 그렇게 하루가 고되었던가?

종종 온전히 혼자만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제와 어제가 그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엄마와 언니가 부안에서 올라왔고 혼자 있고 싶었던 그제와 어제는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온전히 혼자만 있는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때에 누군가 함께 있다면 그 누군가는 예민해진 나로 인해 피곤해지고 이해할 수 없는 눈치를 봐야 한다. 남을 그렇게 만드는 자체는 또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럼 혼자 남겨진 시간은 반성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러지 말았어야 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일을…’

그래서 이 시간은 더더욱 남을 피하고 혼자 있기를 원한다.

예기치 않게 방해받은 시간은 엄마와 언니가 오자마자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아,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는데.” 입에서 모르게 터져 나왔다.

엄마는 이 말을 듣고는 내심 상처 아닌 상처를 받은 듯하다.

그래서 입 밖으론 잘 내뱉지 않는데 생각이 아닌 입에서 나올 만큼 일주일이 고되고 힘들었던가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었는데… 그런 나와 달리 엄마는 새벽부터 뽀짝 뽀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만히 있지 않는 엄마에게 가만히 있고 싶은 나는 화를 냈다. 엄마는 줄에 널어진 시래기처럼 쇼파에 추욱 늘어져있었다.

“아침부터 기운을 다 빼니까 그렇게 힘이 들지!!!!”

그렇게 엄마는 어제 하루 종일 추욱 늘어진 시래기마냥 힘이 없었다.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을 하고 엄마를 안고 말꼬리를 늘이며 장난을 쳤다.

그래도 엄마는 부안을 다시 내려가기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엄마아, 가지 마아. 내일 가아.”

“이제 안 올 거야. 이제 전주와도 다른 데로 갈 거야.”

“왜애, 그래도 우리 집으로 와아.”


혼자 남겨졌다.

혼자라는 안도감에 마음이 편해지면서 불편해졌다.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곤 이게 나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안도감.

몇몇의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그러곤 시래기처럼 추욱 침대에 늘어졌다.

‘오렌지 먹고 싶다. 이대로 잠들면 안 되는데, 양치해야 해. 세수도 해야 하고, 약도 먹어야 돼 이대로 잠들면 안되는…’

약을 못 먹고 잔 날에는 개꿈이 더 심하게 잔상이 남는다.

말 그대로 개꿈이라 일어나면 기억나지 않는다.

입 밖에 내뱉고 싶지 않아서인지 꿈은 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그렇게 꿈은 기억이 아니라 기분 나쁜 잔상으로 남아있다.

양치를 못해 텁텁한 입안을 느끼며 칫솔을 들었다.

아차, 어제 돌려놓은 수건 빨래가 기억났다.

‘어제 빨래도 기억 안 날 만큼 고되었던가.’

수건을 탈탈 털고 널으며 생각했다.


개꿈의 잔상도 생각도 탈탈 털리면 좋겠구만

등이 아파온다. 등이 시리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