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의 오류 - 6월 2주차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에 차별을 둔다는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위법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해당 제도에 따라 고령층에 지급되었던 임금의 소급 여부가 표면 위로 떠오를 예정이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 이상의 노동자에게 고용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임금을 일부 삭감하는 제도다. 수명 연장에 따라 비노동 기간이 길어진 노령층에 대한 일종의 복지 개념으로 노사 간의 합의 끝에 도입되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짐과 동시에, 노동계는 임금피크제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였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포스코 지회는 소송을 준비 중이며, 국민은행 노동조합도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다. 경영계는 이에 반발하여,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대법원 판결에 따른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며, 비판의 여지가 없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회적 효용의 측면에서, 임금피크제는 유지되어야 마땅하다. 우선, 연금만으로 노후를 안정적으로 향유할 수 없는 고령층 노동자의 입장에서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은 '교각살우'로 다가올 것이다. 임금피크제가 폐지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층을 계속해서 고용해야 하는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고령층 채용 심리에 큰 위축을 가져다줄 것이다. 결국 오직 연령만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즉 고령층의 평등권을 보장해 준 판결이 오히려 고령층의 직업선택권을 제한하는 말로에 다다르도록 한 것이다.
또한 노령층의 고용 부진은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부양 부담으로 연결된다. 노령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증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필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생각한다. 한편 임금피크제 폐지에 따라 고령층 노동자에게 기존의 임금을 100% 지급하게 된다면, 그동안 여유 자본으로 창출할 수 있었던 청년 일자리 또한 줄어들게 된다.
추가적으로 임금피크제 위법 판결은 어쩌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후세대에게도 부담을 얹힌다. 언젠가 일어날 연금제도 개편에서 노령층의 노동은 핵심 화두다. 후세대의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세율은 노령층이 몇 살까지, 얼마나 많이 임금을 수령할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저서 [복지의 원리]에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재정의 효율화를 위해서 "국민연금 보험료율 9%를 인상"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뿐만 아니라 "연금 수급연령의 점진적 인상, 평균수명의 증가에 따른 급여 자동삭감 장치 도입"도 필요함을 주장한다. 여기서 언급된 급여 자동삭감 장치가 일종의 임금피크제다. 연금제도를 포함한 사회복지의 개편을 위해서 이미 스웨덴, 독일은 도입되었고 반드시 필요한 임금피크제가 오히려 한국에서는 폐지 수순을 밟는 퇴행적 행보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초고령화사회의 입장문 앞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태풍의 눈 속에서 고요함에 취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바이다.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판결된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영계와 노동계는 어떠한 입장으로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할까. 대법원의 판결문을 정독해보면,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제약을 제시하였다. 연령만을 이유로 차별하였는지 여부로 위법을 판단한 대법원의 의중을 고려하면, 정년유지형이든 정년연장형이든 임금피크제 도입의 목적과 정당성을 벗어나면 언제든지 기업은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노사는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로 회귀하여 더욱 구체적인 임금피크제 세부사항을 협의해야 할 것이다. 혹여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임금피크제와 유사한 사회적 효용을 생산할 수 있는 제3의 제도의 도입이 갈급하고 간절해진다. 그렇지 않다면, 임금피크제 폐지 수순은 스노우볼이 되어 50년 후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할 안건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