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에게 텃밭을 털린 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살고 싶었어.

진짜로 그냥. 좀 조용하고, 좀 외롭고, 좀 따뜻하게.

근데 첫날부터 텃밭이 난장판이 됐지.

고라니가 다 망쳐놓고.

내가 심은 게 아니라 고라니가 파헤친 것 같았달까.


그래서 그날,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사실 은하는 내 얘긴데, 또 아닌 척할 때가 많다.

진짜 내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들 많은 데 있으면 숨이 막혀서

학교도 힘들었고,

회사를 버텨본 적도 없고,

결국 이렇게 좀 비켜서 살기로 했어.

근데 또 그렇게까지 조용하진 않아.

바람 불고, 고라니 뛰고, 진딧물 끼고..

가끔은 너무 웃기고, 가끔은 울컥하고.


그래서 글을 쓰기로 했다.

완벽해지진 않아도, 어쨌든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러니까 그냥, 여기서부터 한번 써볼게.

진짜 살아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