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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디자이너의 Je m'en fous 철학

남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않는 그녀만의 가치관

담배를 얼마나 폈으면 여자 목소리가 저렇게 걸걸 할까? 길고 홀쭉한 두상에 유난히 큰 코, 삐뚤어진 눈과 눈썹, 울퉁불퉁한 피부, 결코 이쁘다고 할 수 없는 얼굴.  그 이면에 고고한 눈빛과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센스와 감각으로 무장한 이 여자,  프랑스 인테리어의 대모인 앙드레 퓨트만이다. 그녀는 "Beautiful for the price of ugly"라는 럭셔리 스타일의 민주화를 외치며 그녀만의 스타일로 인테리어계에 강렬한 한 획을 그었다. 옷을 입는 방식에서도 완전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성성이 배재된 남성 정장을 즐겨 입었다. 이브 생 로랑, 칼 라거펠트, 장 폴 고티에 같은 패션 거장들의 쇼룸들을 디자인한 그녀의 높은 안목과 테이스트에 대한 설명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런 세계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녀는 피아니스트, 칼럼니스트, 스타일리스트를 거친 무모한 도전과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여자라는 선입견, 사회의 통념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만의 커리어를 위해 돌진했다.  그리하여 남들의 시선에 결고 얽매이지 않는 그녀만의 가치관으로 여자 디자이너가 흔치 않았던 7,80년 대에 프랑스는 물론이고 세계의 인테리어 디자인 흐름을 바꿔놓는 데 성공한다.  앙드레는 값비싼 재료를 쓰지 않고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실현했다는 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부티크 호텔 시초가 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모건 호텔만 봐도 흔하디 흔한 욕실 타일로 천하의 쉬크함을 이끌어내어 무조건 비싼 재료로 럭셔리를 겨냥했던 시대를 조롱 하며 유행과는 다른 노선을 걸음을 알수 있다.  



'소박한 것의 조화로 비싼 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 능력이다'라고 말한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당시 럭셔리 인테리어계의 '무조건 비싸 보이면 좋은거라는, 뭐든 비싸고 봐야 한다는 편견을 보기좋게  깨버렸다.  누가 뭐라듯 아랑곳 하지않은 뚝심으로.. 그리고 그것은 전형적인 프랑스 여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콧대 높은 자유분방함,  이유 있는 까탈스럼,   남의 시선을 별로 신경 안 쓰는 '깡'과 '에티 투드'이다. '규칙과 저항의 완벽한 조화를 사랑한다'라고 외친 그녀 답게, 규칙을 존중하지만 따를 수 없는 사회통념에는 맞설 줄 아는, 나 다움을 가장 우선으로 두는 프랑스인들의 특징인 당당함과 자신만의 확고함을 그녀에게서 느낄수 있다.



Je m’en fous ( 쥬 멍 푸)라는 프랑스 표현이 있다. 

영어로 하면 “I don’t care” 정도 되겠다.  남을 신경 쓰지 않는, 내 주변의 이목을 별로 개의치 않는 베짱이 두둑한 상태를 말한다.  혹자는 이 관용구가 나와 상관없는 일, 남의 일이라면 배제해버리는 철저한 개인주의라며 비판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철저히 남의 판단이나 시선에서 독립된 이 상태를 즐기는 그들의 성향인것 같다.  럭셔리를 부르짖지만 남이 뭐라건 간에 민주주의적인 디자인을 치켜세울 줄도 아는 양면성도 있는 동시에 독립적인 다름을 인정하는.  양면성과 독립성 이것은 프랑스인들의 무기이자 매력인 것이다.



앙드레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나’이고 내가 믿는데로 남눈치보지 않고 밀고 나가는. '내 알바아니다'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였다.  8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전까지 항상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대해 열의를 잊지 않고 아름다운 열정을 과시하며 자신의 존재를 발산한 그녀.  그 어떤 것도  무섭지 않다는 듯 선글라스를 끼고 담배를 물고 있는 그녀의 깡에  santé (프랑스말로 '건배') 를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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