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그 속에서의 행복이란?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다들 꿈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까? 어린 시절 가졌던 꿈은 이제 어른이 되어서는 현실에 부딪혀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아도, 다들 자기만의 작은 꿈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자신을 개발하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언젠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행복과 관련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일생을 단 하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그리고 성취한다면 그것은 행복이라는 이론. 당시에는 그 이론이 참 맘에 들었다. 내가 지금 힘들고 지친다 할 지라도 내 목표를 위해 한걸음 다가가는 과정이므로 어쨌든 행복을 위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남동 서점'을 읽고 나서 행복과 휴식, 그리고 일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휴남동이라는 동네에 서점을 시작하게 된 영주와 그 서점 안에서 영주를 중심으로 모이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저마다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휴남동 서점'에서 위로와 휴식을 취하며 자신만의 생각으로 삶을 이어나가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영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덧 붙여 나가며 삶에 있어서 일과 휴식 그리고 행복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작은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을 보면서 '나의 삶은? 내 일과 꿈은 어떨까?'라는 단순한 질문을 던지게 만들어 준다. 너무나도 우리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읽어나가다 보면 하나같이 왠지 내 옆에 있는 친구, 동료, 이웃 사람들 같다. 동시에 언젠가 한 번쯤 겪어봤던 것 같은 어느 순간 나의 모습 같기도 하다. 하염없이 무기력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고민하고 너무 많은 일들을 끌어안고 달린 탓에 지쳐버리기도 했었던 과거 그리고 현재의 나의 모습. 읽을수록 형성되는 공감대에 웃기도 울기도 때론 반성해보게 되는 책이다.
좋았던 부분이 너무나도 많았던 책이지만 나는 고등학생일 뿐이지만 한없이 무기력함에 놓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민철이의 에피소드가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작중에서 민철이는 서점에서 만나게 된 작가 승우에게 이렇게 묻는다. '좋아하는 걸 해야 하는지 잘하는 걸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승우는 그런 민철에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잘하는 일을 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라며 두 가지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면 어떤 것이라도 이내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미리부터 고민하기보다 이렇게 먼저 생각해봐. 그게 무슨 일이든 시작했으면 우선 정성을 다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승우는 5년간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나 잦은 야근과 밀려드는 업무량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전혀 행복하지 않은 상태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삶의 중심에서 일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삶의 행불행을 책임지진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부서이동을 하게 된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깊게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철이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내가 잘하는 일은 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잘하는 일인지 좋아하는 일인지 그리고 어느 쪽이든 일을 하면서 지금 나는 행복한지.
나도 처음 이 책을 집어 들기 전에 위와 같은 고민에 빠져 한동안을 허우적거렸었다.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했던 일들은 승우처럼 처음엔 좋았지만 점점 힘들어져 갔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일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빈틈 투성이었다. 그래서 일단 뭐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었던 일들 하려고 준비했던 일들을 모두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이든 잘하는 것이든 뭐가 되었든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시작해서 결과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실행에 옮긴 그때 남들을 쫓아가기 바빴던 내가 너무 조급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일 잘하는 일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탐구해봤어야 되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떤 일이든 좋아하는 일이 있고 잘하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확신을 가지기는 어렵다. 그러니 일단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고 정성을 다해해 봐야 되는 것이었다. '휴남동 서점'은 이런 내 생각을 더 보충해주듯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작은 일이라도 하나씩 해보라고. 그렇게 정성을 쌓아 가다 보면 뭐 하나 생기지 않겠느냐고.
어쩌면 이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이 책 속에서 나온 말들이 더욱더 깊게 공감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너무 각박하고 바쁘지 않은가.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야속하다 야속해 자본주의 사회' 유튜브를 보는 도중에 나왔던 말이다. 우리는 참 바쁘게 살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지 잘하는 일을 하는지는 모르겠고 현실을 살아가기에 급급해 일단 일을 하고 본다. 여유가 없다. '번아웃 증후군'은 해외에서 생겨난 병명이지만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겪고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각박하고 바쁘고 여유로움이 없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그런 시간이 필요함에도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 번쯤 삶을 되돌아보고 나는 어떤지 알아가 보자고 말이다. '워라밸'처럼 내 삶의 행복을 위한 휴식은 하고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휴식과 그 휴식 속에서의 많은 생각들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더욱 탄력 있게 실어줄 수 있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질문하나 하고 싶다. 책이, 작가가 말해주고자 하는 것처럼 우리는 충분히 쉬면서 일하고 앞을 향해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질문의 대답이 '아니오'라면 가끔은 쉬어가며 자신의 꿈과 일 그리고 행복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작중에서 영주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 행복은 과거에나, 먼 미래에나 있는 게 아니더라 바로 내 눈앞에 있는 것이더라'
영주는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고 느끼면 사는 게 좀 수월해지는 것 같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처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여 그 끝에서 행복을 찾기보다 가까운 곳에서 행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삶이란 목표했던 꿈을 이룬다고 해서 마냥 행복해 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복잡한 무엇이다. 목표를 가지고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움직이고 꿈꾸라는 많디 많은 자기 개발서들은 이제 뒤로하고 작은 행복을 찾아서 느껴보자. 소확행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멀리 있지 않은 행복을 추구하며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지친 나날들에 있어 얼마나 좋은 시간인가. 퇴근 후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뒤에 침대에 걸터앉아 마시는 맥주 한 캔처럼.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자신을 몰아세우고 각박하게 살지는 말자.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또 어떨까. 마침 휴식을 위한 책이 여기 있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