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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인데요, 너무 힘들어요.

by 김혜지

중간관리자의 자리는 외롭습니다. 팀장이 되면 권한이 생길 줄 알았는데, 외로움만 업그레이드되더군요.

도대체 어디서 위로를 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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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는 건, 그만큼 그 일에 진심이라는 뜻이에요. 진짜요.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힘들지도 않아요. 그 자체로 이미 잘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끝내면 마음 한쪽이 말하겠죠.

“그래서 어쩌라고. 누가 그걸 몰라?”

부족하나마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감사하게도 승진을 당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원해서 되고, 어떤 사람은 갑자기 팀장이 되죠. 저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팀장 제안을 받기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동료와 대화를 하던 중, 상위자가 아주 합리적인 제안을 했는데도 동료가 그 사람을 좋게 보지 않더라고요.

그때 처음 깨달았어요.

“아, 상위자가 된다는 건 옳은 말을 해도 욕을 먹을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자리구나.”

그 순간 상위자의 외로움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 자리에 제가 있네요.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결국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주민과 주민을, 주민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듯, 팀원과 상위자를 연결하는 사람 말이에요. 팀원의 의견을 상위자에게 오해 없이 전달하고, 상위자의 의도를 팀원들에게 곱씹어 전달하는 것. 그것만 잘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저는 그 과정을 돕기 위해 ‘슈퍼비전’을 도구로 삼았어요.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정해 소화되지 않는 일들을 꺼내놓습니다. 저도, 팀원도, 상위자도요. 그리고 그 내용을 일지로 남겨 모두가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 아니냐고요? 물론 선별은 필요하죠. 하지만 우리가 나누는 건 “우리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공식적인 논의”라고 정의하면 훨씬 건강한 대화가 되더라고요.

그리고 팀장이 되면 모든 권한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안 생깁니다.

조직의 상황, 구조, 문화에 따라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다 달라요. 그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푸른복지배움터 양원석 선생님의 ‘초급리더십 과정’을 추천드려요. 내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지, 조금 개운해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외로움은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해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우리도 지지받으며 살아야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허리들’이라는 사모임을 만들었어요. 비슷한 연차, 비슷한 자리의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를 이해하고 웃어주는 자리예요.

그곳이 제게는 숨통 같은 공간이에요. 중간관리자는 ‘사이’에 서는 사람입니다. 그 사이를 잇는다는 건 어렵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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