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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택 Apr 23. 2021

내 몸에 맞는 운동하기 VS 운동에 내 몸을 맞추기

허리디스크, 허리통증은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50대 초반의 여성 환자는 성격도 활달하시고 운동을 좋아하신다. 건강했던 허리가 아프고 난 이후로 부쩍 신경을 써서 좋아졌는데 다시 허리가 아파오셨다. “선생님, 저 허리가 다시 아파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TV에 나오는 허리가 좋아지는 운동을 따라하고 아프셨다는 것이다.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려 뒤로 넘기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인데 좋아진다는 말에 50회나 하셨다. 처음에도 힘들었지만 더 좋아지겠다는 의지로 하다가 허리통증이 생긴 것이다. 그 운동이 나쁜 운동은 아니다. 세상에 나쁜 운동은 없다. 다만 그 분에게 안 맞는 운동이었을 뿐이다. 운동에 내 몸을 맞추면 허리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매스컴에서 좋은 운동을 보거나 사람들이 추천하는 특정 치료가 있다. 그 운동들은 해부학적, 생리학적, 생체역학적 요소 등을 다 고려해서 만들어진 좋은 운동이다. 관련 운동으로 임상 실험을 했을 것이고 결과도 좋고 좋은 운동임이 틀림없다. 핵심은 각 개인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쌍둥이더라도 기질이나 습관이 다르다. 허리통증이 없고 척추가 건강할 때는 운동을 해도 문제가 안 된다. 허리통증의 과거력이 있고 재발을 자주하거나 수술을 했거나 다양한 변수가 있다면 반드시 내 몸에 맞는 운동이 필요하다. 또한 평가와 목표 설정이 없는 운동도 문제가 된다.    


  무작위 통제 실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s) 연구는 피험자를 무작위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서 실험군만 약(치료법)을 주고 대조군은 안 준 후 결과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데이터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주로 임상시험이나 자연과학에서 쓰이는 실험 방법이다. 과학과 의학 분야에 완벽한 실험은 드물다. 실험 결과가 100% 다 좋다고 나올 수 없다. 95%가 효과가 있어도 나머지 5% 중에 내가 포함될 수 있다. 95%가 좋아지는 허리통증에 좋은 운동을 하지만 내가 5%에 포함 돼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안 좋아질 수 있다.  

  

  허리통증은 같은 조건에서 나오지 않는다. 구조적 원인 약 15%, 비구조적 원인 85%인데 비구조적 원인의 70%는 근육, 근막, 인대 손상인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근육, 근막, 인대 등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들의 상태가 다 다르다. 운동은 운동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빈도, 강도, 시간, 형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개인의 목표와 몸 상태에 대한 평가가 정확하고 운동 프로그램을 바른 동작으로 했을 때 더 효과가 크다. 따라서 평가와 목표 설정 없는 운동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운동이 될 수 있다.    


  20대 중반의 대학생 환자는 군대 생활 중 상병 때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이 생겼다. 전역을 하고 6개월 동안 여러 곳을 찾아서 치료를 받았지만 허리통증이 남아 있었다. 본인의 애로 사항에 대해 이해를 못해 주기 때문에 불만이었다고 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과 운동을 배우고 싶은데 매번 치료만 받고 운동이 그려진 종이만 받았다는 것이다. 목표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평가가 잘되고 치료를 받고 운동을 배웠는데도 만족스럽지 못하고 회복이 안 된 것이다. 종이에 있는 운동은 허리에 좋은 운동이었다. 그 운동을 혼자 할 수 있게 배우고 반복했다면 더 도움이 됐을 것이다.    


  허리통증 환자는 과거력, 통증 패턴, 영상 진단 결과, 자세, 유연성, 근육 상태, 심리사회적 변수, 개인 성향 등이 다 다르다. 몸에 대한 진단과 평가를 잘해도 목표 설정이 잘못되면 통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운동을 하더라도 수면 시간, 컨디션, 다음 일정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그 때마다 조정하고 환자에 맞는 운동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온다. 물론 급성기가 지나면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인 허리운동은 해도 된다. 재발이 자주 되거나 만성이 오래 됐거나 수술한 후에는 내 몸에 맞는 세심한 운동을 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 통증 패턴, 심리사회적 변수를 기초로 세분화된 그룹으로 분류한 문헌과 연구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었다. 각 환자는 특별하기 때문에 같은 운동에도 다르게 반응이 나타난다. 추간판탈출증은 허리가 앞으로 구부리는 굴곡과 관련이 있다. 반대로 펴주는 신전을 하면 좋아질까? 생체역학적 이론과 치료 방향은 맞지만 척추 후방에 있는 후관절(추간관절)의 변성이 있으면 신전 운동을 해도 통증은 나타난다. 구부려도 아프고 펴도 아픈 상태일 수 있다. 허리통증은 같은 진단명이라 할지라도 증상이 다르고 통증 형태도 다르다. 내 심리와 성향도 다르다면 운동을 받아들이는 마음과 자세도 달라진다. 변수가 너무 많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하려면 최소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내 허리통증에 대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세심한 운동전문가를 만나야 한다. 대화가 많을수록 내 몸에 맞는 운동 프로그램이 구성된다. 둘째, 병원에서 운동치료를 하거나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몸을 멋지게 만드는 운동과 허리통증이 좋아질 수 있는 운동 지식은 다르기 때문에 허리통증에 대한 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아야 한다. 셋째, 다양한 변수가 있다는 알고 운동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니 이번 주는 프로그램대로 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은 대부분 허리통증에 도움이 된다. 상담을 하다보면 운동도 중요하지만 약이나 주사치료를 병행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을 꼭 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운동을 안 하고 휴식을 더 취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혼자서 운동해도 되는 시기와 도움을 받아 해야  되는 시기도 있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운동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허리통증을 없애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원인을 알고 각각의 맞는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운동에 내 몸을 맞추면 허리통증의 원인이 된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한다. 첫째, 개인은 특별하기 때문에 내 몸에 맞는 운동이 허리통증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 둘째, 내 몸에 맞는 평가와 목표 설정이 있는 운동프로그램이 좋다. 셋째, 허리통증 관련 의료전문가의 조언과 운동이 필요하다. 넷째, 운동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치료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생각이 꼭 필요하다. 허리통증 회복에 운동이 도움이 되지만 원인도 다양하고 치료법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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