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이직, 중소회사 버티기

우울증과 대인기피증

by 아뚝이

인생 첫 번째 회사는


상사가 있어도, 같은 직급의 사람들끼리 엄청 싸우는 회사였다.

집에서 받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고요할 줄만 알았던 회사에서 별별 사람들의 고함을 들을 줄이야..

한 남자분은 상사 뒷담을 하고,

그 뒷담을 들은 민원인은 상사 탓을 하며 애꿎은 막내 직원인 나에게 화를 내고,

한 여성분은 불합리한 이 상황에 남자분을 불러내서 서로 소리 지르며 싸우고..

상사는 내 탓이오 하며 퇴사하겠다고 하고, 중재하셔야 하는 여자상사는 눈치 보고,

막내인 나는 눈치 보면서 이직하면서 퇴사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냥 도망치는 것을 선택했다.


내가 잘못하고 얽힌 것은 없는데, 그 분위기가 ptsd가 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쩌라고'마인드로 내가 잘못한 거 없는 불쌍한 막내니까 하면서 다녔어도 됐을 것 같고.

여하튼 1년을 못 채우고 도망쳤다. 우울증 약 먹으면서 회사 스트레스로 더 힘들었다.


두 번째 회사는


아는 분이 있는 설계회사였다. 설계자격증 취득하려 학원을 다니고 취직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처음엔 위로가 되었다. 그렇지만 출퇴근하면서 언젠가 나한테 너무 우울증에 매여있는 거 같다고 했다.

그 이후 솔직하게 말하는 게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었겠다 싶어서 속얘기를 안 했다.

그렇게 일만 하며 지내다가 한 남자부장이 나를 싫어하는 눈치가 들었다.

보는 시선, 지적들. 왜 나를 미워할까 싶은데, 미워함에는 이유가 과연 있을까 싶었다.

사실 나도 그 부장님이 아는 누구랑 너무 닮아서 꺼려졌었다. 그게 눈치 빠르신 그분이 느끼셨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좁은 공간, 작은 회사에서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괴로운 일이다.

그러다가 내 뒷담을 하게 된 걸 듣게 되었다. 근무태도가 불성실하다는 거였다. 내용은 점심에 잠깐 졸았다는 거..? 진짜 딱 한 번 그랬는데, 그게 걸렸고 잘 걸렸다 싶었는지 그걸로 모든 전 직원에서 소문을 퍼뜨려 일 안 하는 직원으로 찍혔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설계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이상한 사람으로 몰려가며 다녀야 되나 현타가 왔다.


그래서 팀장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퇴사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 부장은 신경 쓰지 말고 설계실력 키우고자 애쓸 건지, 퇴사를 할 건지 확실히 결정하라고 했다. 일주일간 고민해 보겠다고 하고 퇴사로 말씀드렸다.

남은 연차가 많아서 퇴사직전 몰아서 쓰고 퇴사를 했다. 연차 몰아 쓴 당일날 짐정리 짐을 빼고 인수인계 해야겠다 싶었는데, 회사에 소문이 안 좋게 났다고 했다. 내가 인수인계 안 하고 그냥 도망쳤다고 말이다.

진짜 화딱지가 났다. 인사팀에 연차 다 쓰고 오늘 가서 짐정리하면서 인수인계하겠다고 말했는데...


짐 가져갈 겸, 인수인계 파일 정리한 거 바탕화면에 남겨두고(다 설명해주려 했었는데 그러기 싫었다 모든 정이 다 떨어졌다) 나왔다. 팀장님을 사무실 복도에서 만나서 얘기를 나눴는데, 얘기가 아니라 일방적 대노를 나에게 쏟았다. 연차 몰아 쓴 거를 자기에게 먼저 말하고 사용해도 되는지 여쭤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사팀 직원 확인 후, 바로 팀장님한테 연락드려서 연차사용하겠다고 했고 알겠다고 하셨다. 근데도 화를 내는 이유는 인사팀 먼저가 아니라 팀장 상의 후 사용해야 하지 않겠냐 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 대노를 마지막 인사로 20분 넘게 소리 질렀다. 나는 멘털 탈탈 털려 눈물만 났다. 나한테 왜 우냐고 헸다. 참나..

그렇게 짐 챙겨서 울면서 나왔다.

원래 알던 분이 내려오시어 나한테 내가 사회성이 부족해서 이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사회생활 경험이 부족해서.. 내가 부족한 건 알겠는데 그 상황에서 그 얘기를 듣고 싶진 않았다.


인사 직원이 바로 옆자리이니 연차 쓰는 거 얘기 들었을 텐데, 험담이 아니라 나한테 바로 전화해서 연차는 나중에 하라고 뭐라 하시지.. 아니면 인사 직원이 팀장님 허가받고 쓰라고 하던가. 중소라 체계가 없었다. 부모님도 나에게 이렇게 화낸 적은 없고 학창 시절 선생님도 그랬고.. 이게 사회인가 싶었다. 다시는 체계 없이 정치와 권위만 남발되는 중소에 가기 싫었다. 지긋지긋한 곳이었다. 우울증이 더 심화되었다.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세 번째 회사는


여직원들의 무리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분명 나를 챙겨주시는 분도 계셨는데, 어느 순간 나만 빼고 선물공유 정보공유가 있었다. 여기만은 잘 있고 싶었는데 속상했다. 은따 험담에서 다들 어떻게 버텼을까 버티고 있을까? 대단하다.

근데 나도 참 남 비위 못 맞추고 독고다이 성향인 것 같다는 생각이 여기서도 들었다.

혼자서 하는 일 아니면 정신병 걸린 채로 평생 살겠다 싶었다. 사람들과 불화가 너무 힘들었다.

외로웠다. 2년 정도 울면서 회사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했다.


네 번째 회사는


여기도 동료들과의 무리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냥 혼자서 다닐까 싶었는데 험담의 대상자가 되기 싫어서, 한 명의 친구를 만들어놓아야겠다 싶었다. 만들었으나 그 친구는 일을 잘하지만 나와 결은 맞지 않는 분이었다. 그리고 험담을 무척 많이 하는.. 어디 이동할 때는 나 혼자 가고 그 친구는 다른 무리랑 갔다. 뭐.. 거의 은따여서 힘들었다.

일도 다시 적응도 힘들고 죽고 싶고, 우울하고, 다 그만두고 싶었는데

1년을 버텼다. 내가 대견하다.


4개의 직장을 다니고 내린 결론은 나는 직장생활 살아남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울증이 다시금 생겼고, 직장에서의 미래도 불확실하다.

ai가 모든 직업을 없게 한다고 하는데, 뭔 일을 혼자 해야 마음이 평온할 수 있을까.

근데 어디든 어디든 같이 일하는 사람과 관계가 원만해야 하는데 내가 그것에 서툰 사람이다 보니

혼자 일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에너지도 없는데 과연 새로운 공부, 일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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