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형 미술관/박물관 효율적으로 돌아보기
미술관 관람법이라고 특별히 정해진 것은 아니다. 각자가 원하는 만큼 시간과 품을 팔아 작품을 감상하면 된다. 그러나 미술관 방문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혼자 가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작품을 감상하고 동선을 짜야할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갈 수 있는 미술관, 박물관이 아닌, 큰 마음 먹고 시간과 돈을 들여 가게 되는 서양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어마어마하게 큰 공간에서 매우 한정된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을 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이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까? 그런 미술관 관람 초보자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얘기해 본다. 물론 앞으로 이야기할 관람법은 우리가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국내 또는 먼 외국이라 하더라도 대규모 미술관, 박물관에 한정했다.
서양미술의 보고인 유럽은 우리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다. 학생들에게는 방학이 있지만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직장인라면 반대로 시간이 넉넉지 않다. 여행을 계획하면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짧은 일정 안에 다 넣어야 하다 보니 여유있게 박물관, 미술관을 관람하기란 쉽지 않다. 그 짧은 시간의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다음엔 꼭 다시 와서 천천히 둘러봐야지' 다짐하지만, 언제 올지 모르고, 막상 다시 오면 여전히 아쉬움을 되풀이한다. 어쩔 수 없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중 미술관 관람은 시간을 잘 정해야 한다. 패키지여행의 경우, 가이드는 입장권을 나눠주며 ‘2시간 후 정문에서 만나요’하기 일쑤다. 그렇게 정해진 시간이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계획해서 짜는 여행이라면 스스로 시간을 정해야 한다. 유명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둘러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관람하다 보면 다음 일정도 흐트러지는 것은 물론, 촉박한 시간 때문에 정작 보려고 했던 작품들을 놓칠 수 있다.
관람 시간을 미리 정해두면 좀 더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을 배분하다 보면 볼 것과 포기할 것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려 관으로 구성된 거대한 미술관 중 한 관을 포기할 수 있고 다른 전시실을 집중해서 관람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덧붙이면, 만약 한 도시에서 오랫동안 미술관을 관람하게 되는 여유가 생길 때, 오늘은 여기, 내일은 저기보다는 오늘은 한 미술관 절반, 내일은 다른 박물관 절반 씩을 섞어서 둘러보는 것이 훨씬 좋다. 아무리 좋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더라도 한 장소에서 계속 머무르면 아무래도 지치고 지루할 수 있다. 만약 파리로 미술여행을 떠났다면 하루는 루브르 박물관의 드농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을 관람하고 다음날 오전은 다시 루브르의 리슐리에관, 오후에는 오르세 미술관을 섞어 일정을 짜는 것이다. 이는 뒤에 서술할 미술관 입장 무제한 패스를 구입했을 때 유용한 팁이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고 그 규모마저 거대하다면 헤맬 수밖에 없다. 이리 찾고 저리 찾고, 수많은 관람객들에 치이다 보면 정작 내가 계획했던 작품들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된다. 유럽 대부분 미술관은 입구에 안내지도(Map)를 비치해 두고 있다. 대부분 공짜거나 1유로 정도의 자발적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 입장하면 제일 먼저 이 맵을 훑어보는 것이 매우 효율적이다. 5분, 10분만 투자해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설령 1시간, 2시간으로 관람시간이 정해졌다면 이 시간이 아까울 수 있을까? 아니다. 이럴 때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반나절을 머무는 관람객들이야 헤매더라도 결국은 원하는 작품 앞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그렇게 여유있게 미술관에 머무를 수 없다. 계획하고 생각해뒀던 작품들의 위치를 미리 맵에서 찾아보자. 펜으로 표시를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와 달리 서양에서는 동서남북을 이정표로 많이 사용한다. 최소한 내가 들어가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 이 건물은 몇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정도는 파악해야 한다. 다시 돌아와 일행 또는 가이드를 만날 장소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화장실은 건물의 어느 쪽, 몇 층에 있는지도 미리 알아두어야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요즘에는 다양한 앱 기능이 있고,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미술관 방문 전, 전날 저녁에 먼저 살피면서 다음날의 관람 동선을 머릿속에 담아두면 좀 더 효율적인 미술관 관람을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휴식을 권하는 많은 안내 사인을 볼 수 있다. 휴식은 안전 운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미술관을 오랜 시간 다닌다고 안전에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지치는 것은 틀림없다. 하루 종일 감동적인 작품들을 머리와 가슴에 담고 숙소에서 돌아왔지만 다음날 몸이 무거워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학교 다닐 때처럼 50분 수업, 10분간 휴식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휴식 시간을 안배하면서 관람해야 한다. 대개 미술관에 들어서면 1시간에 약 3천 보 정도를 걷게 된다. 미술관에서만 3시간 동안 하루 권장 건강 걸음 1만 보를 채우게 된다. 오가는 거리를 포함해 대형 미술관을 꼼꼼히 관람하다 보면 3만 보 가까이 이를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지만, 사이사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컨디션 조절에 큰 도움이 된다. 몸이 피로하지 않아야 정신적으로도 훌륭한 작품을 감상하고 담을 수 있다. 좋은 박물관은 작품들 앞에 소파를 비치하거나 편하지는 않지만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 둔다. 미술관 관람 때는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해 보자. 때로는 짧은 시간 깜빡 조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하루종일 미술관 관람을 계획하면 중간에 식사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 대개는 내부의 카페테리아 등을 이용하게 되는데 가격도 비싸고 대기 줄이 길다.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하면 좀 더 여유롭게 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잠깐 미술관 밖으로 나가 휴식과 함께 요기를 해 보는 것도 좋다. 내부를 보느라 정작 관람할 수 없었던 그 미술관의 외관을 바라보며 신선한 공기를 쐬고 리프레시하면 이후 관람이 훨씬 더 즐겁다. 다만, 입장 대기 줄이 긴 미술관은 재입장 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수 있어 권장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학창 시절 받은 교육 때문인지 미술관 관람도 꼭 시대순으로 하려는 경향이 있다. 중세-르네상스-바로크-인상주의-현대미술 등으로. 우리나라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사시대-삼국-고려-조선시대, 이렇게 동선을 짠다. 어떤 박물관 맵에서는 이런 관람객들을 배려해 빨간색으로 시대순 동선을 친절히 그려 준다. 이런 것들을 과감히 무시해 보자. 어차피 관람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고흐가 인상주의 관에 있었는지, 아름다운 보석과 그릇이 바로크 혹은 로코코 전시실에 있었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는다. 20세기 추상미술의 선구자 칸딘스키 작품을 중세 때 성화보다 먼저 봐도 전혀 상관없다. 미술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느끼는 것이 우선이다. 미술관의 관람 동선 추천이 어쩌면 관람객들의 효율적인 분산을 노린 기관의 의도가 아닌가 의심이 든다. 오르세 미술관의 예를 들면, 보통 1층의 사실주의 작품을 감상하고, 2층 고흐와 고갱의 전시실을 들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입장하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꾸로 5층에 가서 시대순으로는 가장 마지막인 신인상주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계단을 한층 한층 걸어 내려오며 전시실을 들르는 것은 어떨까? 몸도 편하고 작품 감상에 한결 여유가 생기는 좋은 방법이다. 이런 계획을 짤 때는 앞서 말한 맵을 필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여행에서 뭐니 뭐니해도 중요한 것은 사진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을 남기면 집에 와서도 두고두고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 미술관에서도 다르지 않다. 요즘 핸드폰은 기능이 좋아져 예전 디지털 카메라보다 더 좋은 화질의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그래서 관람객 대부분이 촬영자라고 보면 된다. 거의 모든 유럽 미술관과 박물관은 플래시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오르세 미술관은 촬영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촬영이 가능하다. 유럽의 명소 중 촬영이 금지된 곳은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암스테르담의 반고흐 미술관 정도밖에 없다. 사진 촬영 허용에 대해서는 미술관, 박물관마다 그 정책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있다.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미술관에서 보면, 작품 사진 촬영에 너무 애쓰는 경우가 많다. 좀 더 좋은 화질로 그 작품을 담기 위해 가까이서, 그리고 플래시를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흔들림없이 찍으려 주의를 기울인다.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어이없다. 부족한 시간에 왜 그런 노력을 할까? 이미 웹사이트에서는 수많은 사진, 더구나 고화질의 작품 사진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카메라에 담지 않아도 얼마든지 해당 작품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면 미술관에서 촬영은 무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인증샷’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유럽의 유명 미술관은 쉽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 ‘내가 여기에 왔다’라고 확인해 줄 인증샷은 좋은 풍경을 배경을 찍은 것만큼 뿌듯한 일이다. [모나리자]를 배경으로, 고흐의 작품을 뒤로 하고 찍은 사진을 내 프로필로 쓰고, SNS에 자랑하는 것도 여행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유명 작품 자체를 찍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빠지길 기다려 찍는 건 시간을 너무 허비한다. 대신 그 작품에 몰려있는 관람객을 찍어 보면 어떨까? 아니면 남들 다 하듯 정면말고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면 나만이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컬렉션이 될 수 있다.
하나 더, 작품 사진을 찍을 때는 꼭 그 옆에 부착된 작품 설명을 같이 찍을 필요가 있다. 눈에 담을 때는 다 아는 것 같지만, 여행 후 수많은 사진 중에서는 도대체 이게 어떤 작품인지 헷갈리기 일쑤다.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공식 설명은 나중에 작품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예술작품은 알면 들리고 보이며, 더욱 감동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술 여행에서 예습이 어려운 사람들은 가이드 투어에 많이 참여한다. 도슨트가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를 들으며 감상하다 보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고 한 번 더 쳐다 보게 된다. 작품 설명은 당연하고 가이드 투어의 큰 장점이 있다. 입장이 빠르다는 점이다. 유럽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도슨트를 하려면 해당 기관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 허가받은 도슨트와 함께 입장하는 관람객들은 일반 대기줄보다 빠른 전용 패스트트랙을 통해 입장한다. 귀중한 1~2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투어 비용 3~5만 원을 내더라도 가이드와 함께 입장하는 것이 훨씬 낫다. 미술에 해박한 사람이라 가이드가 필요 없더라도 이런 장점 때문에 가이드 투어는 추천할 만하다.
다만 소소한 몇 가지 단점이 있다. 우선, 보통의 가이드 투어는 미술을 잘 모르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아무리 큰 미술관을 가더라도 유명 작품만을 찾아 다닌다. 물론 대부분의 관람객들도 이에 만족한다. 반면 개인적으로 좋아해 보고 싶었지만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지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어쩔 때는 본인한테 흥미가 없는 작품 앞에서 십여 분을 설명하면 지루해질 수 있다. 이런 단점 때문에 개인적으로 오디오 가이드를 준비하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 조용히 차분하게 작품을 골라 설명을 듣되 때로는 스킵할 수도 있다. 다만, 긴 시간 기다려 어렵게 미술관에 입장했는데 또다시 비용을 내고 줄을 선 후에 기기를 빌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때문에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미리 다운로드하여 개인 휴대폰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오디오 가이드 관람을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어떤 기기는 작품 앞에 섰을 때 자동으로 설명을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특히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오디오 가이드의 경우는 관람 동선까지 제시한다. ‘자, 이제 모나리자를 감상하셨으면, 뒤 쪽으로 돌아 왼쪽에 렘브란트의 [엠마오의 만찬]을 봅니다’ 이런 식이다. 그런데 그 작품이 없다. 미술관의 작품들의 위치는 가끔 바뀌기도 한다. 해당 작품을 찾아 동선을 바로 잡으며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점들도 감안해야 한다.
유럽 여행을 할 때는 흔히 패키지 상품을 많이 선택한다. 당연히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은 이 프로그램 안에 들어 있다. 대부분은 오전에 여행객들에게 입장권을 나눠주고 몇 시간 후 다시 모여 다음 관광지로 이동한다. 그래서 항상 오전 시간이 붐빈다. [모나리자]가 전시되고 있는 드농관 711호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이 방에서 [모나리자]를 마주보고 있는 작품은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가장 큰 가로 10미터 그림이다. 이런 대형 작품이 있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오로지 [모나리자]로만 몰려든다. 12시 정오 무렵이 피크 타임이다. 패키지로 온 관람객들, 개인적인 여행이라 다음 목적지를 찾아갈 사람들도 다시 한번 명작을 감상하고자 꾸역꾸역 모여든다. 711호실은 큰 전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을 찾기 어렵다. 그 방에 들어서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패스트트랙으로 개장하자마자 냅다 뛰어 [모나리자] 전시실에 가 본 적이 있다. 어림없다. 이미 그 앞에는 수 십 명이 진을 치고 있다. 이 전시실도 늦은 오후가 되면 조금 낫다. 야간 개장을 하는 금요일 오후, 폐관시간 9시 45분 무렵이라면 관람객들이 덜 붐빈다. 물론 텅텅비어 나 홀로 여유있게 관람할 수 있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전 세계 넘버원 [모나리자] 앞에는 최소 수 십 명이 서 있다. 방탄유리와 안전 펜스를 설치한 [모나리자]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거리는 약 5미터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의 경우는 ‘무려’ 3미터 앞에까지 다가설 수 있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는 전시물로써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제대로 감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의 혁신적인 스푸마토 기법? 알 듯 모를듯한 입가의 미소? 희미한 눈썹 확인? 책과 모니터로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다.
물론 [모나리자]는 유럽에서도 매우 특이한 경우다. 한 해 1천만 명의 관람객으로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루브르 박물관, 더욱이 한 통계에서 관람객의 85%가 [모나리자]를 보기위해 방문한다고 했으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모나리자]를 제외한 유명 작품들은 입장시간만 잘 선택하면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시간은 폐관하기 직전이다. 물론 그 시간에 입장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후쯤 편안하게 미술관 관람을 즐기고 아껴뒀던 유명 작품을 마지막 시간에 한 번 더 찾아 보는 것이다. 관람객이 없는 가운데 만나는 홀로 만나는 명작은 그 감동을 몇 배 배가시킨다.
한 가지 더, 유명한 대형 미술관들은 대개 한 달에 한 번 정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보통 매월 첫 번째 일요일이다. 이 시기에 머무는 여행객은 좋은 기회라 여기고 미술관을 방문한다. 약 2만 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매우 바보같은 선택이다. 그 2만 원 때문에 평소보다 2배는 더 긴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수백 만 원을 들여서 간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더 자세하게 봐야 하는데 겨우 2만 원을 아끼고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입장료를 내더라도 내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지금은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어 여행 전에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준비한다. 그중에 구입을 고민하는 것이 박물관/시티 패스다. 대개 하루권, 3일권, 일주일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박물관, 미술관 입장이 무제한이거나 정해진 횟수만큼 들어갈 수 있다. 시티 패스는 여기에 시내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도 추가한다. 구매를 하기 전에 고민한다. ‘내가 갈 미술관은 어디지? 제 돈 내고 들어가면 얼마니까 패스가 유리할까? 그럼 몇 개 미술관을 더 들어가야 이익일까?’ 고민할 필요없다. 패스는 무조건 사야 한다. 미술관 관람 팁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한정된 시간에 좀 더 효율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언하기 위함이다. 대형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대개 패스를 소지한 사람들을 다른 줄로 입장시킨다. ‘패스트트랙’이다. 패스가 있으면 남들이 1시간씩 기다리고 있을 때 그 옆을 유유히 지나갈 수 있다. 혹 패스트트랙이 없더라도 입장권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패스를 사게 되면 미술관 세 개는 손해고, 네 개부터 이익이 된다’ 이런 계산할 필요가 없다. 무조건 패스를 사서 시간을 아껴야 한다. 대개 유명 관광지 곳곳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패스를 판매하기도 하고 랜드마크 박물관, 미술관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큰 도시의 패스는 한국에서 미리 살 수도 있어 패스 사는 시간조차 아까운 사람들에게는 추천할만하다.
친구들이 내 학교나 직장 근처로 온다면 나만의 단골 식당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흔하다. 내가 잘 알고 있는 곳에 가면 ‘저기 가자, 내가 잘 알아, 저 식당은 OO가 아주 끝내 주거든’이라고 아는척하면서 자신있게 앞장선다. 유럽은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니 이런 장소가 있을 리 없다. 다만, 두 번, 세 번째 같은 도시에 방문하고, 그때 일행이 그곳에 처음이라면 내가 아는 식당과 뷰를 소개하려 끌고 간다. 아주 먼 곳이지만 나만의 단골과 아지트가 생기는 순간이다. 미술관도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너무나 감동받고 즐거워서 다시 방문하고 싶은 장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꼭 함께 오고 싶은 장소를 만들면? 어쩌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도 좋다. 안 가본 미술관을 ‘나만의 단골 미술관’으로 정해보면 어떨까? ‘단골’이 아니라 ‘로망 미술관’이 되어도 좋다. 그렇게 정해두면 ‘언젠가는 꼭 가야지’ 하는 바람과 목표가 생길 수 있다. 공부하고 근무하는 책상 벽에 나의 단골 미술관 전경이나 그곳의 대표 작품이 담긴 예쁜 그림을 붙여 놓으면 훨씬 더 애정이 생기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나의 ‘단골 미술관’은 로마의 국립고전회화관이다. 원래는 바르베리니 가문의 궁전이었다. 그래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로마를 방문한 공주 오드리 헵번이 머물렀던 장소로도 쓰였다. 이곳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이곳에는 아주 주옥같은 작품들이 가득하다. 중세의 성화, 벨리니, 그레코, 홀바인 등의 명화뿐 아니라 바르베리니 가문이 모은 조각과 공예품은 유명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로마를 가게 되면 난 이곳에 들를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이 미술관에는 아름다운 세 명의 여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회화의 신’ 라파엘로가 그린 그의 애인 마르게리타, 바로크의 창시자 카라바조의 전속 모델 필리데 멜란드로니, 그리고 17세기 로마에서 최고 스캔들을 일으키며 사형 당했던 비운의 소녀 베아트리체 첸치. 이곳이 나의 단골 미술관이다. 가든 못 가든 항상 그리움이 있는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