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by 맥문동

심일 전에 남편하고 대판 싸웠다.

아주 사소한 문제로 시작했다가 막장드라마로 끝났다.


문제는 내가 고3인 딸애게 궁금했던 지난 일에 대해서 묻다가 옆에서 아이 편을 드는 남편과 말싸움으로 번져 시댁일까지 나오게 됐던 것이다. 그 사이 아이는 독서실에 가고 없었다.


몇 주 전에도 출근 전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남편이 아이 역성을 드는 바람에 서운했던 시댁일이 엮여서 서로 소리 지르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그때도 아이는 학교 가느라 다행히 없었다. 결국 둘 다 자기주장대로 큰소리만 지르고 그대로 봉합된 상태였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 같다.


예전에는 남편이 말다툼한 후에는 여러 가지로 이해시키려 하고 설득하려 애를 썼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지금은 내 생각만큼 남편도 자기 고집에 아주 충실했다.


남편은 고혈압이 있다. 시아버지의 가족력이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꽤나 높았을 것이다. 애아빠는 절대적으로 아이한테는 오냐오냐 하는 성격이다. 오죽하면 내가 이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남편 딸로 태어나고 싶다고까지 했을까!


나도 딸을 무척 사랑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감싸지는

않는다. 아빠가 다 받아주니까 한 번은 아빠와 대화 중에 아빠를 무시하는 말투로 말한 적이 있어서 애아빠가 없는 사이에 따끔하게 혼낸 적이 있다.


어지간하면 딸아이를 혼내는 성격이 아니지만, 애아빠를 무시하는 행동은 참지 않는다. 공부 못하는 건 나 혼자만 속상하면 되는데 사람을 무시하는 언행은 아이의 인성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족이 가르쳐주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할 것이다. 요즘은 아이가 점점 성인이 되어갈수록 바로 잡아주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크면 다 괜찮아진다고 스스로 다 잘할 거라고 애아빠는

입버릇처럼 말하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다. 봄부터 공들여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농부도 추수할 때까지 열심히 하지 않는가?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알아듣던 못 알아듣던 소중한 사람이라면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태도는 알려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하나밖에 없는 내 딸과 친구처럼 잘 지내고 싶다. 그러나 친구보다 엄마가 필요하다면 엄마로 살고 싶다.


남편과 두 번의 싸움을 하고 나서 진전된 것은 없다. 결국 서로의 감정만 폭발해버리고 말았다. 남편은 어제 일찍 강원도로 낚시를 떠났다. 상황으로 봐서는 하루 차박을 예상했다. 때 이른 한파주의보 덕분인지 저녁 6시 반쯤 살며시 카톡을 보내왔다. 오후 11시쯤 돌아오겠다고.


운전길이 신경 쓰여서 조심해서 오라고 답장을 바로 보내줬다


남편은 오늘도 의기소침하다.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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