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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스코이 Sep 15. 2021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주저하지 않을 자신 없습니다.

'록키(1976)'리뷰

필자 세대에서는 '록키'라는 이름은 구시대의 산물이다. 우리 세대가 기억하는 록키는 새벽에 나가서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Gonna fly now'를 들으며 허공에 주먹질하는 조깅남의 모습밖에 남지 않았다. 기억한다 해도 용두사미가 되어갔던 구닥다리 복싱 영화 시리즈로밖에 인식된다. 나 또한 같은 마음으로 이 영화를 틀었으나 세상에 이럴 수가. 왜 이런 평가를 받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지금은 할아버지이지만 

본인 또한 실베스타 스탤론이라는 배우 또한 액션 전문 배우로 제이슨 스타뎀처럼 연기력은 부족하지만 몸으로 먹고사는 배우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굉장히 투박하게 표현하지만 섬세하게 다가오는 그의 연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연기력이 이렇게 훌륭한 배우가 그저 80년대 액션스타로만 소비되었을까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록키라는 영화의 각본도 본인이 썼다고 알고 있는데 참 유능한 배우이지만 한정적으로 소비된 배우가 아닐까 싶다. 


'록키'는 시리즈가 의도치 않게 흐르면서 본래의 그 깊은 스토리와 메시지가 상실된 케이스이다. 다른 예시로는 자매품인 '람보'(하필 또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 '다이하드'가 존재한다(재미있었던 점은 나에게 이 영화가 스탤론의 우수한 연기실력이 ). 

아마 처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는 그렇게 큰 감명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와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하듯이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 


짝사랑하는 여인 에이드리언과 대화를 나누며 밤에 아마추어 복싱경기에서 경기하는 것과 동네 조폭의 수금원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하는 것 없이 그저 성실하기만 한 록키. 그는 말도 어눌하고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가벼운 사람이었지만 이웃을 챙기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 봐도 정말 어마어마한 몸이다 

그런 그에게 기회는 정말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바로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가 독립기념을 맞아 무명 선수와 이벤트 경기에 상대 역으로 당첨된 것이다. 심지어 그로 결정된 것도 그의 실력보다는 링네임이 크리드 경기의 이벤트성을 만들어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The Ittalian Stallion 이탈리아산 종마란 이름은 미국의 상징 크리드가 미국을 위한 행사에서 때려눕히기에 가작 적합한 별명이었기에 그로 결정된 것이다 


록키 영화를 보면서 제3자의 입장으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저런 기회가 나에게 왔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삼아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갈 발판으로 만드려고 경기전까지 계속 두근거렸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사실 잘 이해가 가질 않았다. 본인에게는 그저 한번 더 경기이고 심지어 그 보상은 어마어마하다면 절대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첫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고 이후 본인은 그냥 나가서 얻어맞기만 하고 질 거라고 확신했다. 처음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계속 영화를 곱씹어볼수록 록키의 심정이 많이 무서웠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본인의 인생이 바뀌는 터닝포인트를 마주한다면 과연 그 변화를 가져갈 용기가 있을까?    


본인의 부러지지 않은 코를 에이드리언에게 자랑하는 록키

록키는 본인의 옛 스승 미키에게 본인의 자잘한 경력을 뽐낼 때도, 에이드리언과 함께 데이트를 할 때도 본인의 부러지지 않은 코가 그의 자랑이라고 했다. 미키는 그것을 한심하게 여기고 그에게 모든 것을 불태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키의 말을 증명하듯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록키는 너무나 우울해했고 불안했다 중간에도 계속 포기하고 싶어 했고 필라델피아 도서관 계단 위까지도 다 뛰지도 못했다. 



록키가 변화하는 이 부분이 나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영화나 스토리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위해 특수한 사건이나 계기로 주인공이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러나 록키는 이를 꾸준한 노력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로 극복해나간다. 매일매일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서 훈련에 익숙해지고 새벽 러닝에 익숙해진 것이지 누군가의 한마디, 아니면 큰 감명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노력들이 뒷받침해주었기에 크리드와의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낼 수 있었다.(이에 대한 증명이라도 하듯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코뼈부터 대차게 부러진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에 기자들이 링 위로 올라와 모두 록키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댄다. 필라델피아 무명 아마추어 복서가 세계챔피언과의 경기에서 15라운드를 모두 버티고 15명의 판정단에게도 7표나 받다니. 기자들은 새로운 복싱스타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며 그에게 복수전을 할 의향이 있냐고 앞다투어 물어본다. 그러나 록키는 종료 직후부터 에이드리언을 애타게 부른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챔피언을 이기는 영예도 아니었고 대전료도 아녔으며 인기도 아니었다. 그저 동네 끄나풀에 지나지 않았던 자신을 그보다는 더 나은 존재라고 연인과 자신에게 증명하는 것, 오직 그것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펀치들을 올곧이 맞았던 것이다. 


꾸준한 노력으로 바뀌는 모습은 사실 다른 영화에선 자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방식이 덜 극적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나에게는 더 현실적이게 보였고 감명을 받았다.

새벽에 일어나 날계란 5개를 한 번에 먹는 그의 모습은 의지를 상징한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생에 있어 우리를 바꾸는 것은 큰 사건이나 한 격언이 아닌 우리의 꾸준함이다. 지금 내가 자고 싶은 마음을, 놀고 싶은 마음을, 지금 조금 쉬어도 되겠지, 이만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을 지금 이겨야 내일 이기는 것이지 오늘 지고서 내일 한 문장으로 내 생활 패턴이 바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만이고 크나큰 착각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록키가 이런 점에서 현실의 사람들을 아주 잘 짚었다고 보인다.   


나는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입장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 아주 많은 사람들은 나보다 더 오래 살았고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한 인생의 선배 들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의 가치관에 '저건 너무 어린 생각이다'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겠지만 아직 어린 나의 입장에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자세를 직접적으로 제시해준다고 생각했다. 


꼼수는 통하지 않고
오직 꾸준한 노력이 목표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우리의 불안감과 자기 의심을 이겨내는 건 노력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다이하드, 람보처럼 슬슬 뇌절같이 느껴지기도.....(록키 발보아 제외!

사실 록키 2,3,4,5편은 록키 1편의 그 언더독의 감성과 메시지와는 정말 반대로 역행했다. 1편이 작품성을 택해서 대중들이 보러 왔었다면 이후에는 모두 오락성에만 치중했다. 그렇게 평가절하되고 위상도 낮아지지만 평소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게 맞는지 본인을 자꾸 의심할 때면 록키 1을 꼭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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