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리뷰는 「고스트 오브 워」와 「캐빈 인 더 우즈」의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대중은 대중 문화에서 익숙한 맛을 찾는다. 웬만한 마니아가 아닌 이상, 실험적인 영화를 보고 싶을 땐 평론가들이 1차적으로 검수를 거친 영화를 본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 보통 그렇다. 이마저도 대중은 작품성을 찾고자 영화를 보는 빈도보다 재미를 느끼려고 영화에 손을 댈 때가 많다. 그렇기에 영화가 도를 넘는 미학을 추구하거나, 기대했던 전개를 펼쳐보이지 않으면, 특히나 그 전개에 개연성이 없거나 재미가 없다면 가차없이 혹평한다. 영화가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스트 오브 워(Ghost of War, 2020)의 장르는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이며, 이를 표현하는 소재는 밀리터리와 대저택이다. 장르란 흔히 영화가 어떤 범주에 속해 있냐를 표기하는 갈래의 일종이지만, 이를 통해 감독이 어떤 내용을 표현하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다. 소재는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일 근본적인 요소이며, 감독혹은 각본가은 이 영화가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라고 분류될 수 있도록 소재를 이용해서 스토리를 잘 짜야 한다. 비유하자면, 감독은 재료소재를 잘 버무려서스토리 레시피장르에 맞게 맛있는 음식영화을 만들어야 한다. 애석하게도 이 영화는 그렇지 못했다.
'전쟁의 유령'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감독은 유령이 씌인 대저택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을 다루려 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그는 공포 영화와 밀리터리 영화를 섞었다. 단순히 두 장르를 섞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감독은 대저택과 군인이라는 소재를 잘못 다루었다.
초중반 내용을 간략하게 줄여서 보면 재미있다. 영화의 배경은 세계 2차 대전이다. 주인공 일행은 프랑스 땅에 있는 미국군이며, 상부의 명을 받고 대저택에 주둔한다. 당연하게도, 이 대저택은 평범하고 안락한 대저택이 아니었다. 저택에 살던 일가족은 독일군에게 살해당해 유령이 되어 집에 씌였다. 군인들은 대저택에서 안락하게 있을 줄 알았으나 유령의 공격을 받고, 심지어 독일군 무리와 맞닥뜨리는 바람에 상처를 입거나 죽는다. 독일군에게서 살아남은 이들은 또다시 유령의 습격을 받으나,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고 그들의 유해를 수습해 기도를 해준다. 이상의 줄거리만 보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나 '컨져링'같은 연출로 공포를 더하고, 여기에 독일군과의 총격전으로 스릴러를 더해주어 두 배로 재미있는 영화일 것 같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영화의 평은 이토록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가 잘못된 점은 다음과 같다. ① 공포 영화 클리셰를 엉뚱하게 사용했다. ② 교훈을 추구하려고 개연성 없는 반전을 썼다. ③ 그마저도 결말부에 초자연적 현상을 엮어 영화의 주제까지 공상으로 만들었다. 각 항목을 뒷받침하는 자세한 이유는 하기로 서술했다.
① 엉뚱한 용도로 사용된 클리셰
원래는 클리셰를 잘 다루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클리셰를 대놓고 티 내서 재미를 주는 영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캐빈 인 더 우즈'다. '캐빈 인 더 우즈'에는 오두막에 놀러 온 일행이 공포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에 움직이도록 조작하는 단체가 등장한다. 이처럼, '고스트 오브 워'도 마치 알아봐 달라는 듯 전형적인 공포 영화 클리셰를 남발한다. 귀신 씌인 대저택, 저절로 음악이 나오는 오르골, 책장에 진열된 인형들, 지하실의 열리지 않는 상자, 누군가가 남기고 간 일기, SF혹은 공포 소설을 좋아하는 오타쿠 조연분명 배경이 WW2인데 서적 커버가 현대적이다(복선). 심지어 죽은 자의 유해를 땅에 묻으니 좀비처럼 되살아나서 초능력을 쓰는 살인마가 되어 군인들과 전투를 벌이기까지 한다.
이게 '캐빈 인 더 우즈'처럼 개그 영화였으면 좋았겠지만,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개그가 아니다. 피난민을 연민하는 장면도 나오고 전쟁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도 나온다. 독일군이 쳐들어왔을 땐 죽은 병사도 있어서 상황이 무거웠다. 그런데 공포 영화 클리셰를 대놓고 써서 웃음을 유발하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튀어나오는 가벼운 연출이 지나칠 만큼 허황하게 느껴져서 영화의 퀄리티가 떨어져 보였다.
② 개연성 없는 반전
유령과의 육탄전 이후에 주인공 군인이 눈을 뜬다. 분명 WW2는 1940년 초인데 그의 시야에 현대 연구실의 풍경과 최첨단 장비가 보인다. 그렇다. 대저택과 WW2는 연구원들이 군인에게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보여준 환영이었다. 공포 연출이 클리셰 범벅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모든 게 환상이었으니까. 고풍스러운 대저택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이전 이야기가 순식간에 모두 힘을 잃었다. 연구원들이 말하기를, 주인공 군인은 원래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미군인데 거기서 끔찍한 일을 겪었고, 이를 치유하는 과정으로 이 시뮬레이션에 그를 투입했다고 한다. WW2가 병사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유대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배경이란다. "그렇다면 그냥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지내거나 휴양지에 간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면 안 되나요? 왜 치유를 목적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조차 주인공은 목숨을 걸고 독일군과 처절하게 싸워야 했나요?" 이 질문에 답이 되는 이유가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개연성이 없다.
이와 같은 반전은 교훈주제 의식을 표현하려고 억지로 넣은 것으로 보여진다. (현실의) 주인공 일행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협력하는 현지인을 구해주러 그들의 집에 간다. 하지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몇 배나 많은 적군이 들이닥친다. 미군은 살아남으려고 벽 뒤에 숨었고, 현지인 가족은 정보를 빼돌렸다는 사실을 걸려 비참하게 죽고 만다. 상황이 끝나고 나온 미군은 죽은 현지인 가족들을 보며 쓸쓸해 하다가 가족 중 딸의 자폭에 휩싸여 큰 부상을 입고 만다. 대저택과 유령의 이면에 이런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니,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관객이든 인간성이 마모되는 전쟁은 정말 비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 반전만큼은 전쟁의 비참함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감독은 클리셰 공포물과 전쟁물을 섞어서 장르적 재미를 극단적으로 추구하거나, 아예 전쟁물로 나가서 전쟁의 비참함을 표현했어야 했다. 둘을 섞어서는 안 되었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에 뒤이어 개연성 없는 반전을 넣고 이런 주제 의식을 표현하려 했다니, 어느 하나 잘 해낸 게 없다. 심지어 이 교훈도 뒤이은 결말에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③ 공상으로 끝난 교훈
아프가니스탄 사건에서 죽은 현지인 가족은 시뮬레이션 속에서 독일군에게 죽은 대저택의 주인으로 나온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치유를 목적으로 한 시뮬레이션인데 피해를 입은 가족들을 유령으로 보여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멘탈을 치유하려는 시뮬레이션이라는데 도대체 왜 가족들을 유령으로 보여준 걸까. 이 순간, 유령을 보여준 적이 없다는 연구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나치게 미래 지향적인 연구실의 홀로그램이 깜빡깜빡하더니 죽은 가족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주인공이 용케도 이유를 알아채고 아직까지 혼란스러울 관객들을 위해 크게 외친다. "저들은 원래 시뮬레이션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야! 그런데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폭한 소녀가 죽기 직전 우리에게 저주를 걸었고, 그 저주가 유령이 되어 시뮬레이션까지 따라와서 우릴 괴롭혔으며, 거기서 가족의 유해를 땅에 묻어주는 바람에 그들에게 힘이 생겼고, 이제는 현실까지 위험해!" 관객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가득한데, 극중에서는 아무도 그의 말에 태클을 걸지 않는다. 자기가 해결할 테니 다시 시뮬레이션으로 보내달라고 주인공이 부탁하자, 연구원들은 얌전히 그를 잠재워준다. 심지어 연구원이 무슨 수를 썼는지, 막을 수 없다던 저주가 터지기 전인 영화 시작 장면시뮬레이션 속으로 주인공을 되돌려보낸다.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더 월(The Wall)처럼 주인공은 첫 장면으로 돌아가 첫 대사를 읊는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분명 현실이라는 물 위로 나온 줄 알았는데 다시금 오컬트가 침범한다. 앞에서 나왔던 교훈의 감동을 음미하기도 전에 황당한 이야기가 튀어나와서 헛웃음이 나온다. 죽은 현지인 가족을 전쟁의 희생자로서 숭고하게 여기기는커녕, 마지막까지 오컬트 요소로 써먹으니 더욱 감흥이 없어진다. 이렇게까지 개그를 추구할 거였으면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는 도대체 왜 나왔을까. 단순히 땅에 묻으면 힘이 세지는 무슬림 주술을 써먹으려고 전쟁 희생자를 끌고 오지는 않았을 텐데. WW2에서의 비극이 오늘날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표현할 목적이었다면 결말을 이런 식으로 내서는 안 됐다. 애초에 프랑스 배경의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무슬림 주술이 끼어든 것도 어처구니 없는데, 결말까지 보니 더더욱 다양한 소재를 뒤섞은 감독의 의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고스트 오브 워'는 토요일 아침에 재미있는 공포 영화가 없나 찾다가 보게 된 영화다. 평소 밀리터리 장르와 공포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서 둘을 퓨전한 영화를 발견하고 기대감이 컸다. 위에서 길게 서술했듯 작품성은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근래 들어서 정말 크게 웃었다. 만약 영화를 보면서 깔깔 웃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스트 오브 워'를 적극 추천한다. 갑툭튀하는 연출로 깜짝 놀래키는 장면을 제외하면 전혀 무섭지 않아서 심약자도 볼 수 있다. 공포 영화를 꽤 본 사람이라면 정말 웃길 것이다. 아, 이 영화를 보면서 깨달은 교훈이 하나 있다. 지나치게 다양한 소재를 섞는 건 관객의 몰입을 떨어트릴 수 있으니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