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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ea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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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Sep 14. 2024

영화 <프렌치 수프>(트란 안 홍)

나누고 싶은 영화

"이 맛을 기억해라!" 


음식으로 교감하고 대화하기    

도댕의 친구는 만찬 중 와인을 “완벽한 표현이야!”라고 말한다. 도댕과 친구들은 만찬을 마치고 모든 음식을 만드느라 부엌에 있는 외제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다음에는 함께 식사를 하자는 제안도 한다. 

“저는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을 통해 대화해요. 드신 음식들은 저도 다 먹었어요. 이 부엌에 있던 모든 순간을 느끼죠. 속속들이 다 알아요. 그 색깔, 그 식감, 그 맛까지도.” 외제니는 자신이 만든 음식으로 다른 공간에 있던 사람들과 교감했고 대화했다. 그건 음식을 먹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요리사와 교감하고 대화했다. 그들 모두 행복했다.     


시대적 배경이 1885년이라서 우물물을 길어 끓이고, 숯을 땔감으로 사용한다. 아침에는 흙에서 뿌리채소를 캐어 온다. 바다에서, 밭에서, 들에서 구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맛으로 한 편의 아름다운 소나타가 완성된다.      


삶은 만찬과 같은 것     

유라시아의 왕자가 도댕과 친구들을 만찬에 초대한다. 과유불급, 투머치였던 만찬은 8시간 이상 이어졌다. 이들은 먹다가 지쳐버렸다. “풍성했지만 빛과 투명함이 없었죠. 공기도 없고 논리도 없고 질서도 없고 관습만 있고 규칙은 없어요. 무질서한 행진 같았어요”라고 전한다. 초대받은 사람들은 이 만찬이 불만족스러웠다. 메뉴의 순서며, 맛에 실수가 잦았다는 것은 요리사가 음식과 대화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감각을 마비시키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고 아몬드 디저트를 먹는다면 무슨 맛을 느낄 수 있겠는가. 도댕은 외제니와 대화 중에 결혼은 디저트를 먼저 먹는 만찬이라는 농담을 한다. 내가 요리사라면 나는 어떤 만찬을 차려 내고 싶은가. 도댕의 말을 빌리자면 “힘과 조화가 어우러진 가운데 각각의 테마가 고유의 생명과 풍미를 가지는” 만찬은 훌륭할 것이다. 이건 마치 진정한 사랑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언제나 자신과 타인의 구별이 유지되고 보존된다는 것과 같다. 도댕과 외제니의 사랑이 20년 이상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던 것도 이러한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외제니는 혼신을 쏟는 요리사로 살다가 죽음도 삶처럼 도댕의 옆에서 자다가 세상을 떠난다.     

 


기억하는 한삶은 이어지고 계속된다     

도댕이 외제니의 음식 맛을 그리워하는 어느 날, 친구가 급히 어떤 음식을 싸갖고 온다. 도댕은 기대 없이 음식을 먹다가 그 요리사와 교감하고 대화한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식재료가 부서지지 않게 약한 불에 오래 조리한 마음, 그전에 먹어 본 적 없던 조합에서 요리사의 삶의 기개를 본다. 곰보버섯을 먹으며 ‘봄이 왔어요’ 하는 말을 듣는다. 오이의 식감을 살리려고 일부러 덜 익힌 요리사와 교감하고 레몬의 산미는 신선함을 부추긴다. 생선 옆에 곁들인 푹 익힌 채소는 대지의 고결함을 노래하고, 그렇게 바다와 땅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다. 마침내 도댕은 새 요리사를 찾았다. 그것은 외제니의 맛이다. 외제니와 만남이다.      


외제니의 요리가 어머니에게서 이어졌고, 그 어머니의 요리는 외할머니에게서 이어졌고 그렇게 외제니의 요리 또한 후계자 폴린에게 이어질 것이다. 외제니의 맛은 이어지고 이어질 것이고 그녀의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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