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임순례, 2018)

영화

by 한량연화

소리 없이 화면만 보아도 가능한 영화.


힘들지 않은 영화,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영화, 쉬운 영화, 쉬게 하는 영화, 시냇물처럼 흘러가는 영화.


*

혜원(김태리)은 임용시험을 준비하며 교사를 꿈꿨지만 같이 준비했던 남자친구는 합격하고 본인은 불합격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해 연락도 없이 불쑥 고향으로 내려온다. 사실상 잠수. 더 사실은 배고파서 내려왔다고 한다.


시작 부분,

혜원이 고모를 만난다. 엊그제 봤던 사람처럼.



고모: (툇마루에 앉아 있는 혜원을 보며 마당으로 들어선다) 왜 청승맞게 그러고 앉았어.

혜원: 저 온 줄 아셨어요?

고모: 사람 없는데 굴뚝에 연기나? 난 또 니 엄마가 돌아왔는 줄 알았네.

혜원: ... 잘 지내셨죠? (궁금...) 근데 고모, 뭐 엄마 왔다 간 적 있어요?

고모: 왔다 갔는 줄도 모르지. 내가 매일 들여다보는 것도 아니고. 니 엄마가 왔다고 말할 사람도 아니고. (설마) 엄마랑 연락 안 해?

혜원: (고개 흔들며 먼 곳 바라본다)

고모: (혜원 보며) 에이그, 엄마 빼닮았어.

혜원: (설마)에?

고모: 난 니 에미만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차암 별나! 닮아도 어트께 이리 닮았을까!



혜원은 ‘고모는 고모다. 이모가 아니다’고 독백하지만, 고모는 인정이 깊어 보인다.

남동생(혜원부)이 먼저 떠나 이 세상에 없어도 올케(혜원모)를 향한 사랑은 그대로이다.

혜원모에게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 캐릭터로 보인다.


“잘 돌아오기 위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생각하자”

수능 시험 본 날 엄마는 달랑 이런 편지 한 장 남기고 말없이 떠났다.


엄마를 미워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했던 20대 시절도 있었다.

고향에 내려온 혜원은 엄마의 요리를 하면서,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을 곱씹으며,

그녀를,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있었다.


“겨울이 와야 정말로 맛있는 곶감을 먹을 수 있는 거야.” 엄마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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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 무해하고 순한 영화, 따뜻한 영화, 음식과 정성은 정비례함을 보여 주는 영화, 행복한 영화, 건강한 영화, 사랑스러운 영화, 맑혀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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