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샤오샤오,
이제 또 곧 춘절이구나.
방금 찐빵을 두 통 쪘단다.
찐빵을 꺼낼 때 뜨거운 김이 올라왔지.
올해도 네 몫을 남겨 놓으마.
내가 늘 말한 대로
밥은 집에서 먹는 게 최고지.
밖에서 사 먹는 건 시원찮잤니.
너한테 음식을 보내고 싶었는데
젠칭한테 못 물어보겠더라.
요새 젠칭이 부쩍 철이 든 것 같아.
다 네 덕분이지.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 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좀 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거란다.
부모에겐 자식이 누구와 함께 하든,
성공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늙어서 눈도 나빠지니까
젠칭은 나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잔소리야.
한 번은 기차역에서 내가 네 손을 잡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더구나.
그때 깨달았다.
너희 둘이 함께하지 못해도
넌 여전히 우리 가족이란다.
샤오샤오,
밥 잘 챙겨 먹고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아빠
샤오샤오를 우연히 만났는데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전에 우리 걱정 많이 하면서도
그냥 모른 척하신 거
저도 잘 알아요.
다 알면서도 안 물어보셨죠.
아빠가 알려주신 대로
찐빵을 만들어 보고 있어요.
아빠 손맛을 못 따라가지만요.
아빠한테 사과할 게 많아요,
리모컨 사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지 않고
타박만 해서 죄송해요.
아빠가 인생 조언을 해 줄 때도
들은 척만 했어요.
종종 찾아봬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했죠.
아빠 손을 잡고 따뜻한 말 한마디
못한 것도 죄송해요.
아빠, 지금 엄마랑 함께 있겠죠?
이제 우리 걱정은 마세요.
잘 지내고 있으니까요.
아빠에게 편지 쓰긴 처음인데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편지 쓸게요.
아빠에게 전해질 거라 믿어요.
아빠 생전에 이 말씀 못 드린 게 후회돼요.
아빠, 사랑해요. 진심으로요.
잘 들으셨죠?
-젠칭 올림
[영화 ‘먼 훗날 우리’]
신문 기사를 보다가 한국 영화 ‘만약에 우리’ 소개 편이 있어서 검색해 보니, 유료로 봐야 했다. 그러던 차에 원작은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라는 걸 알았다.
중국 원작 소설 ‘춘절, 귀가’를 영화화한 것이 ‘먼 훗날 우리 (Us and Them)’이고, 넷플릭스에서 해지를 며칠 앞두고 ‘먼 훗날 우리’를 보았다.
... 그리고 최애 영화가 되었다.
젠칭의 아버지는 아들을 홀로 키우며 먹고살기 위해, 평생 음식을 만들었다. 묵묵히 매일 언제나. 그에게는 한 가지 일을 평생 한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장인의 온화함과 고요한 고단함이 묻어 나온다.
젠칭(남주)의 아버지가 젠칭의 전여친(샤오샤오)에게 쓴 유서 같은 편지이다. 부모의 소박한 진짜 마음이 적혀 있는데, 정말 이래서 소설 원작이었나 싶게 통찰이 들어 있다. 그리고 너무도 따뜻하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마지막에 젠칭이 이제는 모든 것이 멈춘, 옛날이야기 같은, 아버지가 하던 음식점에 들어온다. 적막하고 과거가 되어 버린 장소에서 어쩌면 그는 미래를 꿈꿀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쓴 진솔한 편지가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