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시작

더 비기닝

by 관리비

오늘부터 연차 쓴 하루 더까지 해서 4일을 쉰다.


아침에 일어난 나는 앞으로 3일이 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침대 위를 뒹굴었다.

연휴의 첫 시작 날만큼 마음 편한 날이 또 있을까.

늦은 아침을 먹고 오늘은 지난 화요일에 주문한 베이글이 꼭 도착해야만 하리라 눈에 불을 켜며 배송 조회를 누르고 또 누르고 있었다.


나에게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밥맛은 좋았고, 얼굴에는 기름기가 돌았으며, 머리카락에도 기름기가 흐르고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 족욕을 하고 새로 바꾼 휴대폰을 만져대며 전자담배를 한 모금 피운 시간에는 참 세상이 아름다워 수채 구멍에 있는 머리카락 뭉치까지도 신비로워 보였다.

우리 집 하얀 고양이는 오늘도 변태처럼 내 운동화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있었으며 검은 고양이는 등에 비듬이 올라와 움직일 때마다 비듬을 날리고 있었다. 마지막 노란 고양이는 길고양이 마냥 베란다에 있는 캣타워에 누워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참 평화로운 토요일이다.


나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하니 굉장히 머쓱하다. 왜냐하면 내가 다이어트를 결심한 지는 좀 되었고 내 체격은 날이 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더 튼튼해 보였으며 체중계의 숫자는 이렇다 할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살짝 올랐다.)


그런 나에게 주말과 연휴는 쥐약이었다. 시간이 많았고 할 일이 적었으며 그러다 보면 곧 입이 심심해졌다.


오늘은 그러지 않으리라. 그와 함께 참치캔을 하나 뜯어 야채쌈을 건강하게 먹었고 진라면에 계란 두 개를 풀어 같이 곁들여 먹었다.(응?)

이렇게 건강식으로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나는 생각했다. 이따 배달 올 베이글이 오늘 나의 마지막 식사가 될 것이다. 나는 평화롭고 여유로우며 나의 살결은 영양분이 풍부하다. 그러므로 그렇게 할 수 있다.


오전 11시가 지나가는 시간. 내 마음은 초조했다. 혹시나 오늘 베이글이 안 오면 어쩌지? 오늘 나의 마지막 만찬이 될 베이글인데!

네이버 페이 결제내역에 들어가 배송 조회를 누르고 또 눌렀다. 이 녀석은 양주에 들어앉아 꿈쩍할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오늘 안 오면 화요일이다. 그동안 베이글은 딱딱하게 굳을 것이며 내 얼굴도 딱딱하게 굳어 버릴 것이고 나는 베이글을 판매하는 가게에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정력을 발휘하고 말 것이다.

그런 상황은 누구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어 방금 떠오른 최악의 시나리오(베이들이 오늘 오지 않는 상황)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오후 12시가 지나자 지역은 내가 살고 있는 구로 바뀌었고, 나는 쾌재를 불렀다. 에헤라디야~오늘 도착하는구나!

나의 오늘 마지막 정찬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오후 3시 베이글이 도착했고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를 발라 야무지게 먹었다. 좋아하는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곁들여 먹으니 참 이곳이 뉴욕이고 런던이었다.

향긋한 빵 냄새에 쫄깃한 식감은 내가 기다리던 그 베이글이 이 베이글이 맞습니다! 충성! 하고 옛날 그 추억의 프로그램 출연자가 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참으로 오묘한 일이다.

마지막 베이글 한입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는데, 옆집에 배달이 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치킨이 떠올랐고 나는 어느새 배달의 민족 어플을 켜고 있었다.

이런 내가 이상해 그에게 나의 증상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교촌치킨으로 시켜.”


이상하다. 나는 어느새 교촌치킨 허니콤보를 뜯고 있었고 호호 불며 뜨거운 닭다리를 뜯고 있었다. 방금 베이글을 먹었는데?

더군다나 나는 다. 이. 어. 트 중인데??


항상 이렇듯 사건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고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래도 나는 먹는 양이 적어졌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횟수가 적어졌다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건 사실이다. 근데 왜 체중이 안 빠질까?)


닭다리를 뜯으며 그와 이러한 이상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은 우리가 이제 나이가 들어 살이 잘 안 빠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 또한 합리화일지 모르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교촌치킨이 리뷰에 걸맞게 너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다 먹고 식탁을 치우니 5시 30분이었다. 나쁘지 않다. 이 시간 이후로 먹지 않고 잠에 든다면 그렇게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녁 8시 30분. 나는 남은 교촌치킨을 먹어치우고 번들거리는 입술의 촉촉함을 느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인간은 실수를 반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인 걸까.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오늘도 글을 작성하고 있었고 그건 일주일 전 나와 다른 모습이다. 이런 것 때문에 인생은 살만하다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 변하지 못하는 모습도, 변하는 모습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내일은 어떤 부분이 똑같고 또 변할까. 기대되는 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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