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을 꽉 채웠다

여전히, 나의 몸에 귀 기울이기

1월말에 수술 후 두번째 추적검사를 했다. 법환에서 즐겁게 일주일을 보낸 후엔 의사 선생님을 만났다. 혈액과 소변, 흉부촬영 같은 각종 기본 검사에 CT, 신장스캔까지 결과는 아주 양호해서 앞으로 추적검사를 6개월에 한번으로 줄였다.


어느 정도 식단과 운동 루틴이 정해져서 정말 루틴하게 살아오고 있었고, 이렇게 계속하면 되겠지 하는 안심도 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약간씩 활동 반경을 넓혀 그동안 자제하던 모임들도 가끔 나가고 있다. 대부분 저녁외출이라 좀 부담되긴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할 사람이란 걸 생각하면, 또 그들이 나를 많이 염려하고 신경써주었던 걸 생각하면 이쯤에서 얼굴 한번 비춰야겠다 싶어서다.


3월에 새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 2월말에 뚜르르 약속이 잡혔는데 미안함을 무릅쓰고 정리한 3개가 이번주. 두번째인 화요일 저녁모임에 갔다가 사단이 났다. 감기몸살이 엄습하는 느낌.

12시를 매일 넘기는 스무살 아들 덕분에 어제밤 잠을 설치고, 결국 아침에 침대 신세가 되었다. 내일도 마지막 한건이 남았는데...


알아챘다. 나는 더이상 이런 일정으로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삶을 살아서는 힘든 사람이로구나.

법환 여행 이후 업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계획하고 이것저것 시작하고 있었던 거다.


다시 점검할 때다.


1. 식단

작년부터 왠지 육식이 당기지 않아서 고기를 멀리하는 편이다. 수술하고는 곰탕 같은 걸 많이 먹으라는데, 동물성 지방이 뭐가 도움되겠냐며 눈길을 주지 않았고, 채소와 식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잘 챙겨먹고 가끔 생선을 곁들였다. 달걀은 하루 2개 이상 꾸준히 먹었다. 그러다보니 고기가 몸에도 안맞아진 걸까.

기운내라고 친구가 보내준 꼬리곰탕을 아들과 나눠먹고는 영 몸이 불편했다. 한쪽에선 맑게 고은 동물성지방과 고기는 신체회복에 매우 좋다고 하는데. 여튼 한쪽에 치우치는 건 좋지 않으니 고기를 식단에 좀 첨가해야 겠다. 제주 모슬포 중앙식당 몸국을 주문해야겠다.


요즘 정착한 아침식단. 익힌 채소와 달걀, 두유제조기가 만들어준 채소수프다. 채소를 익혀먹으니 장이 더 편안해졌다..

주말에 일주일치 채소를 손질한다. 씻고 다듬고 찌고 털어서 냉장실에 잘 넣어두면, 평일 아침에 일어나 몇조각은 두유제조기에 넣어 수프를 만들고, 몇조각은 꺼내 잘라 소금 후추 오일을 뿌리고 한켠에 달걀요리를 곁들여 근사한 아침식사를 금새 차릴 수 있다.

얼마전부터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과 루테인, 종합비타민 한알도 먹기 시작했다.


단백질 챙기느라 애쓴다. 가끔 탄수화물이 땡기면 조금 곁들인다.

점심은 시간을 많이 들여 한상 잘 차려 먹는 게 목표다. 먹고 싶었던 요리들을 해먹는 즐거움도 있다. 앞으로는 고기를 좀더 적극적으로 먹어야겠다. 밥도 한그릇 먹어야지. 청국장도 한동안 뜸했는데 자주 먹는 게 좋겠다.

저녁은 6시30분에 요거트 한사발을 유지하고 있다. 한번에 먹는 양 치곤 많은 편이라 뭔가 문제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아직은 그게 제일 잘 맞는 듯. 어젠 운동 전에 기운이 없어서 곰탕국물 한그릇을 더 마시고 갔더니 운동 내내 속이 불편해서 혼났다. 점심을 더 좋은 걸로 푸짐하게 먹고 저녁을 단식하는 케이스도 있어서 조금 더 들여다볼까 싶긴 한데(하루 세끼가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지속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공부를 좀 해봐야겠다.


2. 운동

일주일에 세번은 8시에 필라테스를 한다. 나머지 세번은 실내자전거 40분 정도. 소모하는 칼로리는 둘 다 250~300kcal정도로 같다. 필테는 앞뒤로 15분씩 걷는 게 포함되니 운동량은 더 많다. 겨울에는 안나가도 되는 자전거가 더 내 취향이다.

필라테스는 24년 5월부터 했으니 2년을 채워간다. 비틀린 몸으로 날마다 어깨 허리 다리 목의 통증을 달고 살던 내가 정식으로 시작한 첫 운동이었고, 통증이 사라지고 작은 근육들이 생긴 덕분에 몸우로 하는 것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몸매는 그대로지만 단단함이나 자세가 차원이 다르다. 실내자전거는 운동 하지 않은 날 간편하게 운동하려고 중고를 샀는데 하루 운동량을 채워주는 공신이다. 낮에도 점심먹고 가볍게 30분 돌린다. 덕분에 허벅지와 종아리가 단단해지고 셀룰라이트가 거의 사라졌다.

... 봄이 오면 달리기를 시작하고, 필테를 잠시 쉬면서 pt를 받아보려고 한다. 자세잡고 유연한 것을 넘어서서 이제 본격적으로 각 부위의 근육을 단단히 민들어가고 싶다. 물론 맞지 않거나 무리가 되면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운동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조건과 취향이 작용한다.


3. 잠

8시간 자는 게 내내 목표였는데, 인간은 각자 수면량이 정해져 있는 것인지, 8시간을 자야한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이상적인 수면시간이라는 10시에 잠들면 2시에는 칼같이 깨고 1시간 이상 뒤척이니 아침에 더 피곤하다. 시행착오 끝에 찾은 건 11시30분 취침, 7시30분 기상이다. 앞뒤로 30분씩 빼면 7시간 수면이고, 실제수면은 여기서 30분 정도가 또 빠진다. 물을 8시 이후 먹지 않으니 화장실도 3시쯤 한번만 가게 되었다. 여튼 깊은잠 1시간 이상이 그래프에 뜨면 매우 만족스럽다.


4. 공부

선물같은 여유를 맞아 다양한 것을 공부해봤다. 수채화, 일본어, 인체해부학,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경제, 주식, 지난주부터는 면역학 책을 시작했다. 한우물을 파지 못하는 나답게 관심가는대로 얕게 공부 중인데 먹고 운동하고 자고 멍때리는 시간 외에는 책을 본다 하루 3시간쯤.


일본어는 아들 일본 간 후 5월부터 4개월코스 회화 학원을 다닐 예정이고, n2는 문형정도만 보다가 복직 후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주식과 실물경제는 유튜브와 뉴스를 보는 정도로 유지.


복직 후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갈 일이 까마득하다. 이전처럼 브레이크 없이 무언가에 매진하거나 목표를 위해 나를 갉아먹는 삶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중요할테다. 지금의 루틴은 복직 후에 나의 중심 역할을 해주겠지.


출근하고 잘 먹고 일하고 퇴근해서 운동하고 잘 자는 삶이면 충분할 거 같다. 지속가능한 삶이어야겠다.

아들 입학때문에 3월말에서 4월초까지 도쿄 근처에서 지내게 될 거 같다. 아들는 놀러다니느라 바쁜데 나 혼자 이것저것 짐싸고 챙기느라 맘이 바쁘다. 부쩍 다투는 일도 많아졌다.


스스로를 잘 다스리며 살아야지. 아무래도 내일 일정은 낮에만 참석하고 와야겠다. 옥시토신 찾으려다 코르티졸만 많아지면 안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