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능성의 무게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했다는 기쁨도 잠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이익을 갉아먹는 그림자. 바로 지체상금(Liquidated Damages)입니다.
우리는 흔히 '벌금' 정도로 생각하지만, 이 지체상금의 계산 방식에는 사업의 존폐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허점이 숨어 있습니다.
지체상금은 기본적으로 단순한 공식에 의해 움직입니다.
계약금액 × 지체일수 × 지체상금률
문제는 '지체일수'입니다. 계약 이행이 1년, 2년으로 길어지면 이 일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원금(계약금액)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공사는 끝냈는데, 오히려 발주처에 돈을 갚아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 내가 투자한 시간과 자원을 고스란히 잃고, 거기에 더해 막대한 벌금까지 물어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예측 불가능한 재앙 앞에서 어떻게 스스로의 노력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이 계약 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는 리스크 방어 전략은 바로 지체상금에 '한도(Cap)'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한도를 설정하는 행위는 단순히 법률적인 항목 하나를 추가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이는 비즈니스에서 최대 손실을 미리 확정하고, 그 선을 넘어가지 않겠다는 자기 보호의 의지이자, 예측 가능한 경영을 하겠다는 합리성의 선언입니다.
만약 민간 계약에서 적정한 한도 기준을 고민한다면, 공공 계약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참고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통상적으로 계약금액의 30% 선에서 한도를 설정하는 것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실무적인 기준이 됩니다.
이 경계선이 없다면, 우리는 끝없는 지체의 책임을 져야 하는 블랙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리스크 방어는 한도 설정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체상금의 부과는 '계약자의 귀책사유'에 기반해야 합니다.
발주처의 자재 공급 지연
승인 지연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
이러한 상황들은 계약자에게 책임이 없습니다. 따라서 지체일수를 계산할 때, 귀책사유가 없는 기간은 철저히 공제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이러한 '면책 조항'을 명확히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지킬 수 없는 책임까지 떠안지 않겠다는 전문가의 선별적인 자세입니다.
또한, 계약서에 명시된 지체상금의 성격이 '손해배상 예정액'인지, 아니면 감액이 어려운 '위약벌'인지 구별하는 섬세한 법적 이해도 우리의 노력을 지키는 중요한 방패가 됩니다.
계약의 세계는 냉정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체상금 한도를 설정한다는 것은, 우리가 일궈낸 성공과 수익을 불확실성의 파도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계약 윤리이자, 현명한 사업가의 필수적인 태도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때로는 늦을 수 있습니다. 그 피할 수 없는 지연의 순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계약서 속의 이 '보호막' 뿐입니다.
당신의 계약은 안전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