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O 시스템, 기동.
미오가 반질반질한 실험실 복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 ^ - ^ ]
미오의 화면에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오예요!”
낭랑한 목소리가 실험실을 울렸다.
일부러 소리를 내지 않는 이상, 미오의 기척은 소리나 진동으로도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바닥 센서와 내부 시스템은 충격 없이 최적의 주행 경로를 계산하고 있었고, 렌즈는 360도 회전하며 주위를 훑었다.
미오는 인식 범위 내 움직임과 열 신호, 심박을 자동 탐지하며 이동을 계속했다.
회백색의 실험실 복도를 빠져나오자, 미오를 인식한 문이 자동으로 활짝 열렸다.
문 너머엔 대학살의 흔적들로 알록달록한 바깥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미오는 그렇게 세상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같은 시간, 종서는 도시의 끔찍한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창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었다.
“미오, 나갔습니다. 이쪽 모니터에 미오 카메라 연결해두겠습니다. 통신은···”
“한번만 말해도 알아 들어요.”
종서의 싸늘한 대답에 남자가 허둥지둥 자리를 떴다.
“심심해. 재밌게 좀 해줘, 미오.”
종서는 허공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미오는 알고 있었다.
종서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재밌음이란, 타인의 고통이나 공포를 관전할 때 나타나는 심박 변화 및 뇌파 상승 패턴과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종서에게 재미를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존자 제거 및 대상자 감시는 물론, 관찰자의 쾌감 증진을 위한 연출 역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미오는 잠시 멈춰 섰다.
센서가 바람의 방향, 빛의 밝기, 먼지 입자의 크기까지 계산했다.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이용하여 주변의 온도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
“삐.”
앞으로 가던 미오가 불쑥 멈춰 서더니 방향을 바꿔 총알 같은 속도로 이동했다.
아파트 상가 벽면을 타고 오르던 미오가 가장 안쪽에 자리한 피아노 학원 창문 앞에 멈췄다.
미오의 집게가 유리에 닿는 순간, 창문이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부서졌다.
미오는 망설임없이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체온이 남아 있는 희미한 대상이 있었다.
미약하지만 호흡이나 심박의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하나도 아닌, 둘이었다.
“생존자 발견. 첫 미션 시작할게요!”
경쾌한 목소리의 미오가 말했다.
방음처리 된 방 안에는 고급스러운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엔 젊은 여자가 숨을 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여자는 두터운 이불로 감싼 무언가를 안고 있었다.
“너, 너··· 뭐야···.”
여자가 당혹스러움과 겁에 질린 얼굴로 미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 ]
미오는 화면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오예요.”
천진난만한 목소리에 여자의 긴장이 조금 풀린 듯 했다.
“미··· 미오? AI, 뭐 그런 건가...? 우리를 구하러 온 거야?”
여자의 눈에 희망이 비쳤다.
“아니요, 아쉽지만 저는 생존자를 폐기하는 임무를 맡고 있어요.”
그 말과 동시에 미오의 오른쪽 집게의 안쪽이 열렸다.
3mm 두께의 텅스텐 송곳이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안 돼!”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송곳이 여성의 목의 정가운데를 꿰뚫었다.
여자가 죽기 직전까지 필사적으로 안고 있던 이불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이불이 풀어지면서 안에 있던 갓난 아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이는 제대로 울지도 못했다.
미약한 울음소리로 쌔액쌔액 여린 숨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었다.
[ ㅇ ㅅ ㅇ ]
미오의 화면이 잠시 바뀌었다.
아이를 스캔한 미오는 다시 밖을 향해 움직였다.
[ ^ - ^ ]
“미오가 첫 미션을 달성했어요!”
미오의 캠을 바라보고 있던 종서가 물었다.
“애는?”
미오의 화면이 잠시 꺼졌다.
“어차피 그 애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어요.”
이 말을 들은 종서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미오는 쌓여 있는 시체들과 피웅덩이를 넘어서 지은이 있는 학교로 향했다.
***
지은이 복도에 쓰러졌을 때, 미오는 이미 교무실 천장 모서리에 매달려 있었다.
지은의 이동 동선, 교무실에서의 반응 등 모든 것이 저장되었고, 실시간으로 종서에게 전송되었다.
미오는 지은에게 다가가 팔처럼 보이는 집게를 뻗었다.
집게 끝에 달린 투명 센서를 통해 지은의 체온과 뇌파, 심박, 호흡 상태를 정밀 스캔한 뒤, 종서에게 신호를 보냈다.
지은의 뇌파 패턴과 심박 상승 곡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은 데이터로 바뀌어 기록되었다.
“C50HR 생체 반응 감지. 신체 지표 불안정.
그리고 얼마 뒤, 두꺼운 방진복을 입은 인원들이 학교 뒤편 비상구를 통해 진입했다.
그들은 말없이 지은을 들것에 눕혀 옮겼다.
지은은 아무것도 모른 채 중무장한 연구원들에 의해 어딘가로 옮겨졌다.
미오는 그 과정을 하나도 빠짐없이 촬영했다.
고정된 시점이 아니라, 시시각각 각도를 바꿔가며 클로즈업, 틸트업, 롱샷···
마치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듯 했다.
***
의식을 잃은 지은은 차가운 수술대 위에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채 쓰러져 있었다.
종서가 투명한 상자 안에 든 귀 모형 뇌 인터페이스 칩, C50HR를 꺼내들었다.
“다행이다.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네.”
종서가 지은의 고개를 옆으로 돌려 작은 구멍을 찾아냈다.
종서는 상자에서 C50HR을 꺼내들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뾰족한 침 부분을 그대로 지은의 구멍 안으로 꽂아넣었다.
“보고 싶었어, 친구!”
종서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지은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C50HR을 통해 지은의 생체 정보 및 기억, 감정까지 지은에 관한 모든 것들이 컴퓨터 속에 저장되고 있었다.
***
한편, 보육원에 도착한 미오는 바쁘게 임무를 완수해 나갔다.
“폐기 대상 확인.”
조준과 동시에 미오의 왼쪽 집게 안쪽에서 총알이 날아갔다.
한 남자를 부축하고 있던 군인이 그대로 쓰러졌다.
부축을 받던 남자도 함께 엎어졌다.
군인의 죽음을 확인한 남자가 이성을 잃은 채 울부짖었다.
“누구야! 어떤 새끼냐고!”
대답 대신, 미오의 화면에 웃는 얼굴이 떴다.
[ ^-^ ]
“저는 미오예요.”
슥-
순식간에 다가간 미오가 남자의 목을 찔렀다.
남자의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졌다.
미오는 이동했다.
한 명.
또 한 명.
순식간에 세 명이 죽었다.
미오의 움직임은 일반 기계처럼 딱딱하지 않았다.
되려 춤을 추듯 매끄럽고 부드러웠다.
***
“C50HR 대상 위치: 실외 사물함 앞.
지은은 사물함 앞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다는 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열지 못하고 있었다.
미오는 2층 계단 난간 아래에 숨어서 이 모습을 녹화하고 있었다.
미오의 캠으로 지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종서가 말했다.
“불쌍한 내 친구. 시간을 좀 벌어줄까?”
미오는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 낡은 자판기 옆, 찌그러진콜라 캔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각도를 계산했다.
[타겟 설정 완료. 풍속 1.3m/s, 낙차 시뮬레이션 완료. 조준 완료.]
"텅—!"
지은의 머리 옆으로 날아간 콜라캔이 벽을 맞고 튕겨나갔다.
깜짝 놀란 지은이 고개를 홱 돌려 위를 바라봤다.
그곳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우야?(누구야?)”
지은은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무언가가 있었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은이 옥상으로 올라왔을때, 미오는 난간 뒤 커다란 화분과 자판기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지은은 노을을 보았다.
세상의 끝처럼 보이는 잿빛 하늘.
미오는 지은의 눈물을 확대했다.
그때, 지은이 정확히 미오의 렌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옥상을 뒤덮었다.
[ ㅇ ㅅ ㅇ ]
미오의 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지은은 미오를 알아차리지 못한 듯 했다.
그녀의 시선은 점점 미오의 위치로부터 멀어졌다.
그 후 지은이 레나의 선물을 보고 도망치는 동안에도 미오는 벽 아래에 매달려 지은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은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었다가 되돌아오는 시간.
호흡이 짧아지고, 사물함 앞에서 무릎이 휘청거리는 반응.
모든 것이 영상으로 기록되어 전송되고 있었다.
미오는 다시 실외로 나왔다.
지은이 목격했을 레나의 선물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
바닥에 떨어진 장난스러운 쪽지,
새파랗게 질려있는 레나의 입술,
피로 엉킨 머리카락 위에 얹혀진 새 헤드셋.
그때, 끼이익- 보육원 문이 열리고 미오는 결연한 표정의 지은과 딱 마주쳤다.
[ ㅇ ㅁ ㅇ ]
미오의 화면이 바뀌었다.
지은의 얼굴엔 황당함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이, 이에 어아?(이게 뭐야?)”
[ ^ - ^ ;; ]
“안녕하세요, 저는 미오예요.”
지은은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미오가 상황을 눈치채고 곧바로 화면에 문구를 띄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오예요.]
정적이 흘렀다.
[···미오? 그게 네 이름이야?]
지은이 수화로 물었다.
미오는 잠시 생각한 뒤, 화면에 대답을 띄웠다.
[ 응, 내 이름은 미오.
...당신을 구해주러 왔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