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가 금보다 무거울 때...

북 치고 장구 치고, 나 혼자 이혼숙려캠프

by 그래그래씨


주하의 일기

제목 : 나의 꿈
지금 이 순간이 거짓말 같다.
내가 꿈꾸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 일분일초가 꿈같다.
왜 우리 가족에게 끔찍한 고통이 오는가.
이 일로 1초가 금보다 더한 시간임을 알았다.
이를 통해 천국의 길, 믿음의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이 일기를 건네며 주하는 내게 물었다.

“엄마, 괜찮아?”

“응, 주하야. 그런데 왜 1초가 금보다 더하다고 생각해?”

주하는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건 1초가 금보다 무거워서야.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던 내게

남편은 회사일을 도우라며 몰아세웠다.

“뭐가 중요한지도 모른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그 분노는 쉽게 꺼지지 않으며,

남편 안에 있는 쓰레기를 다 쏟아내야만 끝이 난다.

아이 앞에서 자주 반복되는 장면이었다.

남들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정에서는 다른 얼굴이 되는 남편.

그 분노는 늘 내게 향했고, 주하는 기계처럼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주하가 종이에 남긴 글씨는 달랐다.

울음처럼 떨렸지만 그 안에는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었다.

‘엄마는 내가 지킬 거야.’

나는 깨달았다. 고통은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게 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남편의 분노는 두려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 탐욕스러운 부모 밑에서 자랐다.

돈에 매여 분노를 멈추지 못하는 부모,

심지어 아이 앞에서 칼부림까지 서슴지 않았던 부모

그 공포 속에서 움츠린 채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가 지금의 남편이었다.

우리가 결혼 후에도 그의 부모는 아들명의로 대출을 내며 아들에게 십수억의 빚을 떠넘겼고, 아들의 숨통을 쥐고 흔들었다.

그런 남편은 사랑을 받아본 적 없어서 사랑을 주는 법도 알지 못했다.


나는 알았다.

그의 아픔이 우리 가족을 아프게 하지만,

그 뿌리를 알기에 미워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지쳐 포기하고 싶은 순간, 주하의 한마디가 나를 일으켰다.

“엄마, 괜찮아?”

그 말속에서 나는 다시 희망을 붙잡았다.


1초는 여전히 금보다 무겁다.

그러나 그 무게를 버틸 때마다 우리는 단단해진다.


나의 꿈은 불안정한 이 가정을 회복하는 것이다.

사랑에 목마른 남편을 언젠가는 그 갈증에서 건져내는 것이다.


아이의 순수한 사랑과

내가 건네는 작은 이해가

그의 굳은 마음을 녹일 것을 믿는다.

시간은 무겁고 고통은 여전하지만,

희망은 쓰러지지 않는다.

아이의 떨리는 글씨는

울음이자 결심이 되어 우리 가정을 붙드는 기둥이 되었다.


나는 믿는다.

무너진 마음도 사랑이라는 손길이 닿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버틴다.

눈물이 고인 1초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꿈꾼다.

이 무거운 시간이 언젠가 가벼운 노래가 되어

우리 가정을 덮어주기를.


더 나아가, 브런치에 남긴 기록들이

나와 같은 상처를 겪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또 다른 아이와 또 다른 아내가 글을 읽으며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기를…


돌아보면 브런치 글쓰기는 타인을 향한 것이기 전에,

상처 난 나를 껴안아주기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글을 쓰는 이 길 위에서

조금은 덜 아픈 나로, 조금은 더 단단한 나로 서고자 한다.







1분 1초를 견딘 후,

비로소 고통 너머의 길을 보았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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