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28화
어머님의 섬망 증세는 점점 더 잦아지고, 더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고 있다.
가족들이 체감하는 충격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어머님이 어머님이 아닌 시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요양원에서는 연락이 왔다.
독감이 유행하고 있고, 날씨도 갑자기 추워져 외출이나 외박은 당분간 어렵겠다는 설명이다.
어머님의 컨디션도 안정적이지 않아 환경 변화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의학적으로는 이해가 되는 말이지만,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어머님은 또 집에 가야겠다고 말씀하신다.
그 집이 요양원 이전의 집인지, 지금은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젊은 날의 집인지, 아니면 막연한 ‘돌아가야 할 곳’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머님에게 ‘집’은 안전이고, 안식이고, 자신이 아직 누군가였던 자리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가족들은 말수가 줄어든다.
누군가는 현실을 붙잡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 희망을 놓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는 버티고 있고, 누군가는 이미 많이 무너져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다.
남편은 예전보다 더 자주 침묵한다.
말을 꺼내면 감정이 쏟아질까 봐, 혹은 더 이상 정답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듯하다.
아버님은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서운함과 분노 사이를 오간다.
시누이는 몸과 마음이 이미 한계에 닿아 있다.
나는 며느리로, 아내로, 한 사람으로 이 가족의 중심과 가장자리 사이 어딘가에 서 있다.
어머님을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하게 된다.
애써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매번 작별 연습을 하고 있다.
어머님의 섬망은 병이고, 우리는 그 병 앞에서 모두 초보다.
잘하고 싶지만 늘 부족하고, 최선을 다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도 어머님을 이야기하고, 걱정하고, 방법을 찾는다.
그것이 남아 있는 사랑의 방식이라 믿는다.
어머님은 오늘도 말한다.
집에 가야겠다고,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쪽이 조용히 무너진다.
우리는 안다.
어머님이 돌아가고 싶은 곳은 더 이상 이 세상의 어느 주소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도 어머님을 붙잡고, 이 자리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이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 기록이다.
사라져 가는 한 사람을 붙잡기 위한 기록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무너지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그리고 사랑이 어떤 모습으로 남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잊히지 않도록, 흩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여기까지 함께 왔다는 사실을 남기기 위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