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무너지는 순간에도 우리는 버티고 있다

by 지숙수담

27화.


어머님의 섬망 증상은 요 며칠 사이 더욱 잦아지고 짧게 반복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편은 여느 때처럼 주일 1부 예배가 끝나자마자 요양원으로 향했고, 어머님을 모시고 어머님이 다니시던 교회로 출발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평소처럼 흘러가는 듯했다. 어머님교회 예배가 끝날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나는 별다른 일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자연스레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것은 남편의 서럽고 떨리는 울음뿐이었다.

한순간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왜 울어? 어머님께 무슨 일 생긴 거야? 많이 아프신 거야?”

나는 놀람과 두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몰아치듯 물었다.


남편은 말문을 제대로 열지 못하고 흐느끼다가, 통곡하듯 울음을 터뜨리길 반복했다.

잠시 후, 겨우 말을 잇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너무 불쌍해… 이제 정말 치매환자 같아… 이상한 소리만 하고… 자꾸 딴말하고… 나 무서워….”


남편의 말은 끊어지면서도 가슴을 찢듯 이어졌다. 나는 순간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어머님이 그렇게까지 달라지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고, 무엇보다 남편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져 와서 숨을 고르기도 어려웠다.


지난 시기 동안 남편은 누구보다 강한 사람인 척 버텨왔다.

아버님의 일방적인 말투도, 시누의 무책임도, 어머님의 쏟아지는 분노도, 치매로 인해 생긴 오해도…

묵묵히 감당하며 아들에게서 남편으로,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매번 감당해 왔다.


그런 남편이 이렇게 울음을 참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날이었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우리는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치매는 가족의 마음을 천천히, 그러나 깊게 잠식해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버티는 사람의 마음에도 마모가 생기고, 그 마모는 언젠가 눈물과 무력감의 형태로 터져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 우리 같이 버티자. 당신 혼자 아니야.”


말로는 다 감싸지 못하는 마음이지만, 그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 말을 꺼내는 것뿐이었다.

어머님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변화 앞에서 또 한 번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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