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머니

어머님의 또 다른 밤

by 지숙수담

26화.


어머님의 섬망 증상이 더 심해졌다는 요양원의 연락을 받았다.

남편은 전화를 받자마자 말없이 겉옷을 집어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목소리만 들어도 오늘이 또 쉽지 않은 날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집에서 함께 지내던 시절, 어머님은 벽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손을 들어 허공을 쓸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꼭 잡으려는 듯한 동작을 자주 하셨다.

그러다 지치신 듯 잠깐 잠드시고, 일어나자마자 엉뚱한 말씀을 꺼내곤 하셨다.


“1,0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너는 해보았니?”


그 말은 마치 나직한 절규처럼 들렸다.

평생을 가족 먹이느라 손이 닳도록 살아오신 분의

머릿속 기억이 뒤엉켜 나타나는 장면 같기도 했다.


또 어떤 날은 집에 새 여자가 와 있다고 하시며

아버님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 혼란이 어머님 탓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곁을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요양원에서는 최근 들어 어머님이 주변 간호사와 간병인들을 도둑으로 몰거나 자신의 물건이 없어졌다고 반복해서 의심한다고 했다.

섬망이 깊어질 때 나타나는 아주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남편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고 했다.

어머니가 세상을 오해하는 순간마다 어머니의 마음이 가장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그날 남편은 바로 오랫동안 어머님을 돌봐주신 담당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다.

어머님의 최근 행동을 하나하나 설명드렸고, 의사 선생님은 매우 차분하게 들으신 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지금은 몸이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뇌가 피로해져 나타나는 섬망인 것 같네요.

약으로 조금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새 처방전을 손에 쥐고 병원을 나오는 길, 남편은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고 한다.

차마 마음속 말을 꺼내지도 못한 채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말이다.


이제는 매번 마음을 다잡지 않고는 어머님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머님이 조금이라도 덜 불안하시길 바라는 그 마음 하나로 다시 일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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