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와 아이들의 감정 색칠놀이
6화.
― 『캘캘캘 누구를 먹을까?』와 EQ 미술활동
책장을 펼치면 아이들의 눈빛은 늘 반짝였다.
“캘캘캘~ 누구를 먹을까?”
책 속 여우의 장난기 어린 얼굴은 아이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어떤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책을 바라보다가 “나 잡아먹는 거 아니야?” 하고 소리쳤고, 다른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어깨를 맞부딪혔다. 긴장과 즐거움이 뒤섞인 순간, 교실은 이미 시끌벅적한 이야기 무대로 변해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도화지와 팔레트, 투명한 물컵이 준비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투명 앞치마를 입고 붓을 손에 쥐자마자 각자의 상상력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노란 옷을 입은 아이는 여우의 뾰족한 귀를 주황색으로 칠하며 “무섭게 만들어야 돼!”라고 외쳤고, 옆자리에 앉은 아이는 붓 끝에 분홍과 보라를 묻혀 귀여운 여우를 만들며 “나는 착한 여우 할래”라고 속삭였다. 팔이 깁스에 감싸인 한 아이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여우 얼굴에 파란색을 칠하고는 “우리 집 강아지 같아”라며 빙그레 웃었다.
붓질이 이어질수록 아이들 마음속의 감정이 색으로 드러났다. 어떤 여우는 새빨간 눈을 하고 화가 난 듯 보였고, 어떤 여우는 파스텔빛 얼굴을 하고 있어서 한없이 순해 보였다. 또 어떤 여우는 알록달록한 줄무늬로 치장되어 장난꾸러기 같았다.
작품을 다 완성한 아이들은 저마다의 여우를 들고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내 여우는 무서운 거야!”
“아니야, 내 여우가 더 무서워!”
“이건 웃는 여우야, 나랑 놀고 싶대.”
아이들은 서로의 그림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같은 그림책을 보고 같은 그림을 그렸지만, 작품 속 여우는 모두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는 곧 아이들이 가진 서로 다른 감정과 시선이었다.
책 속의 긴장과 즐거움은 미술활동을 통해 눈에 보이는 색깔로 바뀌었고, 아이들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림에 담아내는 경험을 했다. 더 나아가 친구들의 그림을 보며 “화났네, 무섭네, 웃고 있네”라고 표현하면서, 아이들은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연습까지 했다.
책 읽기와 미술활동이 만나는 순간, 교실은 단순히 색칠공부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아이들이 자기감정을 밖으로 꺼내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작은 연습장이 된 것이다. 정서지능은 그렇게 책과 그림을 매개로 자라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완성된 그림을 책 옆에 차곡차곡 펼쳐놓았다. 똑같은 여우 도안이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달랐고, 그 안에는 아이들의 웃음, 두려움, 즐거움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깨달았다.
“아이들의 감정은 색이 되고, 색은 이야기가 된다.”
아이들의 매일이 알록달록 색으로 표현되어 어우러지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