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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복수 Oct 16. 2024

아들 둘. 하나는 의사, 하나는 교사

엄마는 과연 행복할까?

"걱정이 없겠다." 


우리 어머니는 불행하게도(?) 아들만 둘 뒀는데 어디 가서 하나는 의사, 나머지 하나는 교사라고 이야기하면 열에 여덟아홉은 대부분 저렇게 이야기한다. 다시 또 궁금해하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키웠길래?" 


인사치렌지 혹은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이유를 모르니 걱정 없을 어머니 말로 사연을 얹자면.. 먼저 하나는 '소 뒷걸음치다가 쥐를 잡은 격'으로 얻게 된 좋은 머리로 어릴 때부터 남다르게 뛰어났던 아들이 의대에 갔고 그렇게 강남에 성형외과 의사가 되었고 서울에 살고 있다. 


그에 반해 공부에 소질이 없던 다른 아들은 머리는 없지만 성실하고 꾸준함이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하늘이 내린 운, '천운'. 때문에 운 좋게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지방에서 어머니 옆에서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살림을 차려 살고 있다. 학교에서 일하는 '천운'을 타고 난 내가 어머니의 첫째 아들이다. 


바야흐로 지금은 '무조건 의대를 가야 한다.', '의대 아니면 답이 없다.'며 누구나 다 의사가 되기를 선호하지만 20년 전에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던 교사 또한 의사에 못지않은 인기 직종이기도 했다. 더욱이 청소년들 선호직장인 1, 2위였던 의사와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부모의 어깨는 또 어떠했을까? 당시 내가 우리 어머니라면 어깨 뽕이 하늘 높은 줄 몰랐을 것 같지만 다시금 20년이 지난 지금, 엄마는 나를 두고 말한다.


"사람 사는 게 어디 그리 다르더나?"


그렇다. 사람 사는 게 별반 다르지 않다. 나만해도 아침이면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 보고, 맥주 한잔 하고, 와이프 껴안고 잔다. 다시 또 아침이 되면 일어난다. 주말을 기다리고 시간이 된다면 야외에 놀러도 간다. 먹는 거, 자는 거, 입는 것도 사실 보면 그리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아직 먹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한 끼에 20만 원, 30만 원이 넘는 오마카세를 먹어도 밖으로 나오는 건 똥이고 그 좋다는.. 남들이 가지지 못해서 안달인 몇십억짜리 강남의 아파트에 살아도 결국 사는 건 매한가지인 것이다. 


저녁에 잠들기 전 아이들과 함께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하고 이제는 무거워진 두 머리를 양팔에 끼고 자는 순간은 미칠 듯이 행복하다. 씻어둔 '설거지 그릇을 여기 둬라.', '물기를 잘 닦아라.', '제발 책상은 정리 좀 하자.' 며 다가와 잔소리하는 마누라가 때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어디 나갈 때 보면 저만큼 예쁜 여자도 나에게 잘 맞는 여자도 없다. 얼마 전부터 엄마와 병원을 다니면서 '이제 나도 마흔이구나', '때가 왔구나' 싶으면서도 그만하길 다행이다 싶고 새삼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주말이면 항상 즐기던 맥주도 이제는 조금 줄이기로 했다.  


행복연구 전문가로 불리는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의 기원'에서 우리가 가장 행복할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을 때'라고 말한다. 엄마가 이야기한 '사는 게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좋은 일이 생기면 웃고, 슬픈 일이 생기면 울고, 힘든 일이 생기면 하루하루 버텨내고 시간에 맡긴다. 그러다 보면 다시 또 좋은 일로 웃게 마련이다. 마흔이 된 내가 느끼는 세상 모든 일은.. '껌'이다. 


아들 둘, 다 키워놓고 오늘도 엄마는 나에게 푸념을 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 '그때그때 만족을 느끼고 새끼들하고 맛있는 것을 먹어라.'라고 말이다. 본인도 그렇게 지나왔으면서 그때는 그것이 소중한 줄 몰랐다며 눈물 섞인 푸념을 한다.  


나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가끔 아들이 잠이 오지 않는다며 나를 따라 나오는데 내 옆에 누워 몸을 새우처럼 웅크리고 애 늙은이처럼 등을 긁어 달라고 한다. 코를 골며 세상모르게 자는 아들의 모습, 숯 많고 싱싱한 윤기 나는 검은 머리가 사랑스럽다. 이렇게 사람 사는 건 누구나 별반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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