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아니스트>의 게토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리로 보는 영화

by 윤선



출처: 영화 <피아니스트>




폴란드 침공으로

바르샤바를 점령한 독일 나치는 먼저 유대인 탄압 정책을 실시했다.

처음에는 유대인 상점에서 물건을 사지 말라는 독일군의 시위부터..

나중에는 유대인을 구분하기 위해 별 안장을 차라는 지시까지 이어졌다.



유대인 이주 지시 장면 (출처: 유튜브 세븐나이트)



결국에는 전 유태인은 게토로 이주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바르샤바 전체의 2.4%인 약 4㎢에 불과한 면적에 바르샤바 인구의 30%가 넘는 45만 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인구 밀도이다.

우리나라 현재 기준으로 여의도 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300만 인구가 몰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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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아니스트>에서는 가족이 한 아파트를 쓰는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한 방에 7~8명이 지낼 정도로 게토 안에서의 삶은 열악했다고 한다.

일반 거주지와 구분하는 벽을 쌓아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였고,

유대인들은 강제로 이곳에 갇혀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

먹을 것도 충분치 않으며,

위생마저 열악한

외롭고 고립된 삶이었다.



장벽을 쌓는 장면과 게토를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는 장면 (출처: 유튜브 세븐나이트)


게토
어떤 민족 집단이 외부의 압력에 의해 특정 공간에 거주하도록 강요한 거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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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게토는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들의 거주지로 그 의미가 점차 넓어졌다.


미국 할렘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미국 할렘 또는 시카고 게토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 정부에서 흑인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킨 것은 아니지만, 1차 세계 대전 이후 대도시로 몰려온 흑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가난한 흑인들은 치안과 위생 모두 열악한 환경에 모여 거주하게 되었고,

이 지역은 범죄 발생 비율이 높은 우범 지역이 되었다.

2018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혼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당시 아무 생각 없이 할리우드 근처 호텔을 잡고 대중교통으로 여행을 하려고 했는데, 미국에서 경찰관으로 일하고 있던 지인이 결사 만류했다.

미국은 관광객이 잘 모르고 어떤 지역을 함부로 들어갈 경우 위험한 일이 생길 수 있다며, 관강객이 주로 가는 곳이나 안전한 지역을 본인이 데려다줄 테니 부담 갖지 말고 자신의 부탁을 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지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할렘은 흑인 문화의 발상지가 되었지만, 미국 곳곳에는 여전히 빈민층이 모여 사는 게토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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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울타리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떤가?

예전에는 붉은 벽돌이 거주지를 제한했다면,

지금은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우리의 삶을 제한하고 있다.

도시 개발로 인해

높은 집값을 부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난다.

지하철 역과 멀고,

언덕이 높고,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사람들이 이주한다.

LH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여 경제적 능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아파트를 공급하지만, 임대 주택에 살았던 나의 경험 상 집은 좁고 층간 소음이 심했다.

지금은 종교가 아닌 경제적 능력이라는 외부 압력에 의해 게토가 형성되고 있는 건 아닌지 오늘 우리의 삶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