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
Villafranca del Bierzo ~ La faba (26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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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리가 Villafranca del Bierzo 에서 멈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다시 산을 올라야 하는 일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주 가파른 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심호흡 하듯 여러 마을을 지나치다보면 오늘의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한 산길 위에
주인아저씨와 함께 길을 걷는 당나귀를 만났다.
가까이서 당나귀를 본 것이 얼마나 오랜만인지.
당나귀는 아저씨 짐까지 가득 짊어지고 길을 오르고 있었다.
아저씨는 그런 당나귀를 살피며 쉬어갈 수 있게 시간을 주시는 듯 했다.
잠깐의 휴식 시간에 길가 주변으로 난 풀을 뜯어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메세타 고원을 지나오다보니,
산 속에서 나무와 풀과 함께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무가 주는 푸르름과 그늘.
그늘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6월의 스페인은 매우 더웠지만,
그럼에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나무 덕분이다.
인간은 자연 안에서 살아갈 때 비로소 큰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의 종착지인 La faba로 향한다.
보통은 숙박을 하지 않고 지나가는 마을이기도 하다.
공립 알게르게가 하나뿐인 아주 작은 마을이지만
산티아고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마지막까지 걸을 수 있도록 최대한 컨디션을 조절하는 일이었다.
욕심내지 않는다.
욕심을 내면 어디 한 곳에는 꼭 무리가 온다.
몸이 되었든 마음이 되었든.
오늘 내가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멈출 줄 아는 용기.
그 용기를 까미노를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