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나를 부르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스물 두살에 나는 홀로 유럽 배낭 여행을 떠났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700만원을 가지고 말이다.
그 여정은 프랑스를 시작해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이집트, 영국을 거쳐 약 4개월 간 이어졌다.
여행할 국가, 도시 정도만 큰 그림을 스케치해둔 채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 경험, 자연이
나의 빈 도화지를 채워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만 있었다.
그러다 여행을 준비하던 중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된 책 한 구절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El camino de Santiago
산티아고로 가는 길 이라는 스페인어로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쪽에 있는 도시이다.
프랑스 남부 피레네 산맥 인근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대서양을 향해 스페인 북부의 도시를 거쳐 약 800km를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한다.
야고보 성인이 복음을 전하러 떠났던 순례의 길을 의미하며, 이 길을 걷는 사람을 필그림(순례자)라고 부른다.
이 길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끌어당김이 작용했다.
길이 나를 부르는 기분이었다.
이 길의 끝에 나는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것을 깨달을 수 있을까?
15년 전에는 카미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몇 권의 책과 다음에 있던 카페 뿐이었다.
이제 막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순례길의 존재가 알려지던 때였다.
내가 까미노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 St. Jean Pied de Port 에서 출발한다는 것과
800km를 약 30여일간 그저 걷고 또 걷다보면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일단 프랑스 남부의 생장이라는 작은 마을에 가서 시작해보기로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일단 가서 화살표만 잘 따라가면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연한 핑크색의 다이어리에
까미노를 걸으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 만난 사람들을 빼곡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풀잎에서 만난 작은 달팽이까지도 말이다.
이 글은 그 때의 기록을 토대로 적는 나의 산티아고 기행글이다.
이 길 위에 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Buen Camino!